이탈리아 남부 해안서 난민선 좌초 최소 59명 숨져

멜로니 "난민 출발 막기 위해 최선"…지난해엔 구조선 이탈리아 정박 막기도

튀르키예(터키)에서 중동·아프리카 난민을 싣고 출항한 배가 이탈리아 남부 칼리드리아주 인근 해안에서 26일(현지시각) 좌초돼 어린이 12명을 포함해 최소 59명이 숨졌다. 반난민 기치를 내 건 우파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인명 손실에 대해 인신매매 브로커들을 탓하며 난민의 "출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AP> 통신을 보면 이 배엔 아프가니스탄·이란·파키스탄·소말리아 등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이 승선하고 있었고 최소 81명 가량의 생존자가 발견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이주기구(IOM)는 배의 승선인원을 약 170명으로 추정하고 있어 발견된 사망자 외에도 30명 가량이 실종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27일 발견된 사망자 중 3분의 1이 넘는 24명이 파키스탄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서부 항구도시 이즈미르에서 이탈리아를 향해 4~5일 전 출항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배는 해상에서 강풍에 견디지 못하고 암초에 부딪혀 좌초됐다. 이탈리아 경찰은 이 배가 이탈리아 해안에서 74km 떨어진 지점에서 EU 국경경비 기관인 유럽국경·해안경비청(Frontex·프론텍스) 비행기에 의해 25일 처음 발견돼 순찰선이 출동했지만, 악천후로 순찰선조차 항구로 귀환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는 리비아와 함께 아프리카·중동 등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밀입국하고자 하는 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출항지 중 하나다. 국제이주기구 집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중해 횡단 중 사망하거나 실종된 난민 수는 2만5000명이 넘는다. 올해만 225명의 난민이 지중해에서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이달 중순에도 리비아 인근 해안에서 지중해 횡단을 시도하던 배가 침몰해 승선자 중 단 7명만 목숨을 건졌고 최소 73명이 실종되거나 숨졌다.

밀입국 시도 과정에 인신매매 브로커가 개입하는 경우가 많아 이주를 희망하는 난민에 대한 감금 등 인권침해 사례도 빈번히 보고된다. <AP>는 이탈리아 국영 방송이 이번에 좌초된 배에서도 한 남성이 인신매매 혐의로 구금돼 심문을 받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AP>는 인도주의단체 적십자 자원봉사자를 인용해 이번 침몰 사고에서 어린이 생존자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7살 어린이와 영아까지 목숨을 잃었다.

지중해 횡단 난민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취해 온 멜로니 총리는 이날 사고에 애도를 표하며 밀입국을 중개하는 인신매매 브로커들을 비난했다. <AP>, <로이터>를 보면 멜로니 총리는 "인신매매범들에게 찢긴 많은 생명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난민의 이탈리아를 향한 "출발을 막기 위해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지중해를 횡단해 유럽으로 밀입국하고자 하는 난민들이 가장 많이 택하는 목적지 중 하나로 <로이터>는 이탈리아 내무부 자료를 인용해 올들어 이달 23일까지 1만3067명의 난민이 배를 이용해 이탈리아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10만5129명의 난민이, 2021년에는 6만7477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발을 디뎠다.

지난해 지중해를 통한 밀입국을 막겠다는 약속을 내걸고 집권한 멜로니 정부는 난민의 출발을 막을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한 채 화살을 인도주의 단체로 돌린 바 있다. 멜로니 정부는 해상 구조활동을 펼치는 인도주의 단체가 인신매매 브로커들이 배 한 척에 난민을 과도하게 태우는 것을 장려한다고 비난하며 지난해 11월 난민 구조선이 이탈리아 항구에 정박하는 것을 막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지중해 횡단 난민에 대해 다른 유럽 국가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EU 차원의 대책을 요구 중이다.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지중해에서 일어난 셀 수 없이 많은 비극에 누구도 무관심해선 안 된다"며 EU가 "이민자를 인신매매범에게서 구출하기 위해 이주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관련해 소셜미디어(SNS)에 "중앙 지중해에 대한 행동 계획과 이민 및 난민 조약에 대한 우리의 노력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 26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서남부 칼라브리아주 크로토네시 앞바다에서 난민을 태운 선박이 암초에 부딪힌 뒤 난파해 최소 59명이 숨졌다. 사진은 해변에 밀려온 난파 선박 파편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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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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