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엄마' 양육비 벌러 성매매 나선 사이 8개월 된 영아 숨져...법원, 집행유예

재판부, "취약계층 보호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

자신의 8개월 된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미혼모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구지법 김천지원 제1형사부 이윤호 재판장은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30대)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3년간의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 및 40시간의 성매매 방지 강의 수강 등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자신의 8개월 된 아들 B군을 집에 혼자 두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2021년 10월 B군을 출산한 뒤 별다른 수입 없이 기초생계급여와 한부모 아동양육비 등으로 혼자 아이를 키워왔다. 그러나 집세 27만원을 비롯해 분유 값, 기저귀 값 등 양육비용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성매매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료와 각종 공과금도 제때 납부하지 못할 처지가 된 A씨는 아이가 숨진 당일에도 성매매로 돈을 벌기 위해 아이를 혼자 집에 두고 나갔다. 하지만 젖병을 고정하기 위해 B군 가슴 위에 올려놓은 쿠션이 얼굴 위로 넘어가면서 호흡을 막아 B군이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재판부는 B군이 출생 당시 1.87㎏의 미숙아로 태어났음에도 숨질 당시 정상 수준의 발육도를 유지한 점을 들어 "피고인이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애정을 갖고 피해자를 보호·양육해 왔다"며 "범행의 결과를 놓고 전적으로 피고인만을 사회적으로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헌법 제36조 2항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인용하면서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중한 결과(B군의 사망)의 발생에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적절하게 보호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고 밝혔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청사 전경 ⓒ프레시안(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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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대구경북취재본부 홍준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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