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이재명 말대로면 영장심사 거부할 이유 없다"

김건희 수사, '50억 클럽' 특검도 촉구…"과잉 사법대결 끝내야"

정의당이 "야당 대표와 대통령 영부인에 대한 수사는 모두 응분의 정의가 필요한 일"이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영장실질심사에 응하고,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의당은 법의 지배와 시민의 상식이라는 원칙에 따라, 현재의 과잉 사법대결 국면을 끝낼 것부터 호소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유무죄에 대한 평결이 아니며 불체포특권을 해지해 영장심사를 받게 하자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그간 이 대표는 무고를 주장하며 검찰 수사에 협조해 왔다. 말씀대로라면 영장심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민주화 이후 불체포특권은 부패나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의 수사를 막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이에 정의당은 이 특권의 폐지를 줄곧 주장했고, 이 대표 또한 지난 대선에서 폐지를 공약하신 바 있다. 특권을 포기하고 영장심사를 받는 것이야말로 그 말에 책임지는 행동"이라고 촉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사건을 즉각 수사해야 한다"며 "입시서류 조작이 당락과 상관없이 범죄이듯, 주가조작은 성패와 상관없이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파괴하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김건희 여사는 자신의 계좌가 48차례 시세조종에 사용됐음에도 지금껏 단 한번도 소환조사를 받지 않았다"며 "지난 정권에서는 검찰총장의 배우자라는 이유로, 이번 정권에서는 영부인이라는 이유로 공수를 교대해 비호받고 있다. 대통령실이 나서서 메시지를 쏟아내고 사실상 수사의 가이드라인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법 앞의 평등이라는 우리 헌법 11조가 왜 용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냐"며 "검찰은 즉각 김건희 여사를 소환조사해 이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거부한다면 정의당은 입법부 일원으로서 이 수사를 진척시킬 판단을 하겠다"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에 조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50억 클럽' 특검을 통과시자"며 "제척 사유가 있는 양당 대신 비교섭단체가 추천하는 특검으로 우리 사회 공정을 회복하자"고 제안했다.

이 원내대표는 "서로를 향해 고함치라고 부추기는 양당은 종부세, 법인세, 금투세 같은 진짜 논쟁과 토론이 필요한 곳에서는 휴전하며 더 가진 자를 지키는 데 여념이 없다"며 "누가 승리하더라도 시민의 삶에 평화는 없는 지금, 우리는 '정치 실패' 상태"라고 양당을 모두 비판했다.

그는 "현 시기 '정치 실패'의 1차적 책임은 용산(대통령실)에 있음이 분명하다"면서 "용산은 오늘날 정치 그 자체를 파괴하는, 거대한 사회적 분열의 진원지가 됐다. 오로지 적대적 지지층 동원에 몰두하며 반지성과 무능의 우파 포퓰리즘으로 질주 중"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은 '사회는 없으며 개인과 가족만 있다'는 마거릿 대처의 말과 똑같았다. 젠더 차별과 격차의 구조 인식을 거부하는 반지성주의는 '여성가족부 철폐' 일곱 글자 공약으로 드러났고, 비동의강간죄를 발표 몇 시간 만에 철회하는 촌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노동개혁에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극복할 진지한 대안과 대화를 위한 노력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며 "그저 노동조합을 부패한 기득권 집단으로 몰아가는 '노조 때리기 쇼'로는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새해 벽두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개혁의 첫걸음이 노조의 회계 투명화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노동조합 현장에서 일해온 저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복수노조 시대, 경쟁과 감시가 일상화된 노동조합에 규모 회계부정이 자리잡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법에도 이미 회계결과를 조합원에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며 "이 '가짜 기득권 때리기는 노정관계의 파탄만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원내대표는 "민주주의 정치의 제1기관인 의회가 먼저 정치의 본령을 회복하자"며 의회가 해야 할 3대 정치 과제로 △노란봉투법 통과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한국형 IRA법 입법을 제안했다.

그는 "노란봉투법은 저임금의 열악한 간접고용노동자가 단체교섭을 통해 스스로 노동조건을 개선하도록 돕고 산업현장에 평화를 정착시킬 '산업평화 촉진법'"이라며 "정부는 헌법의 노동3권, 법원의 판결, 국가인권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의 권고에 따라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협박을 중단하고 이제라도 진지한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등 노동법의 외곽에 있는 비정형 노동자가 어느새 우리 노동시장의 다수를 이루고 있다"며 "정의당은 피용자(Employee)가 아닌 일하는 시민(Worker) 모두가 사업장 규모와 일의 종류,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노동권을 향유할 수 있도록 '일하는 시민 기본법' 제정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21세기 반독점법"으로 규정한 플랫폼 공정화법도 이와 유사한 취지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이전에 산업의 이중구조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지난 십 수년간 온라인 플랫폼이 급성장해 많은 중소상인·자영업자·노동자들이 편입되고 종속됐지만, 그 영향력이 막대해진 플랫폼 기업들은 자신의 지배력을 이용해 불공정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며 "네이버 쇼핑의 알고리즘 조작, 배달의 민족의 깃발 꽂기, 쿠팡의 리뷰 조작, 카카오T의 콜 몰아주기 등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고 사례를 들어 비판했다.

그는 "정의당은 우리 사회 진짜 기득권과 금기에 도전하겠다"며 "첫째, 의사 수를 늘리겠다", "둘째, 종교단체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겠다" 등의 주장을 내놨다.

그는 "대한민국은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가 2.5명으로 OECD 3.6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1998년 3300명이었던 의대 입학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오히려 줄었고, 이로 인해 소아과는 지원자가 없고, 서울은 종합병원조차 수술할 응급의가 없으며, 지방은 응급·심뇌혈관질환 의사가 태부족이라 의료공백이 더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의사 수 확대는 의사 집단의 반발로 논의가 멈췄다. 이 기득권을 그대로 두고 의료 수요가 점점 더 많아지는 고령화시대에 대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7년 종교단체에 대한 정부의 국고보조금만 4613억원, 교인들에 대한 세액공제가 1조 규모였다"며 "국민의힘 측 주장대로 지난 5년간 노동조합에 대한 정부보조금이 1500억 원이라면 종교법인은 세액공제를 제외하고도 1년 지원규모가 15배"라고 대비했다.

그는 또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가들은 물론 이웃 민주주의 국가인 대만도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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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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