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잠입 쿠데타설' 제기한 몰도바도 비행물체 발견돼 '발칵'

몰도바·루마니아도 비행물체 발견…러시아, 몰도바 주장에 "사실무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루마니아와 몰도바에서도 14일(현지시간) 정체불명의 비행물체가 확인돼 영공을 일시 폐쇄하는 일이 발생했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루마니아와 몰도바는 이날 정오께 "기상 관측 풍선과 유사한 특징을 가진 소형" 물체가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루마니아 국방부는 남동쪽 영공의 1만1000미터 상공에서 레이더로 비행물체를 탐지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가 지휘하는 제트기 2대가 출동했지만 비행기 조종사들은 육안이나 조종간 레이더로 비행물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두 나라 모두 이 물체들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밝혀내지는 못했다.

두 나라에서 발견된 물체와 최근 미국에서 발견돼 격추된 중국의 '정찰풍선'과 연관성도 거론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미국의 중국의 정찰풍선이 5개 대륙의 40여개 국가에 보내졌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정찰 목적이 아니라 "기상 관측용 풍선이 항로를 이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전날 "러시아가 공작원을 침투시켜 우리 정부를 전복하는 쿠데타를 시도하려 한다"고 의혹을 제기한 몰도바는 정체불명의 비행물체까지 발견되자 영공을 폐쇄하는 조치까지 내렸다.

몰도바 항공당국은 성명을 통해 "기상조건과 비행경로를 감시하고 식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영공을 일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십편의 비행기가 취소되거나 변경됐다. 일부는 루마니아로 우회됐다.

루마니아는 2004년부터 나토 회원국이었고 2007년부터 유럽연합(EU) 회원국이다. 몰도바는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와 함께 EU 후보국 자격을 부여받고 정식 회원국이 되기 위한 심사를 받고 있다.

몰도바 대통령 "러시아, 친러시아 정부 세우기 위한 쿠데타 계획"…러시아 "근거 없는 주장"

앞서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13일 '러시아 위장 잠입설'을 제기했다. 산두 대통령은 "러시아는 군사훈련을 받고 민간인처럼 위장한 러시아·벨라루스·세르비아·몬테네그로 국적자들을 몰도바로 잠입시켜 정부 건물을 공격하거나 주요 인사들을 인질로 삼으려는 계획을 세웠다"며 "이들이 폭력적인 반정부 시위를 이끈 정황도 포착됐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목적은 몰도바의 EU 가입을 차단하고, 몰도바의 헌정 질서를 무너뜨려 합법적 권력을 러시아의 통제를 받는 불법적인 체제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몰도바 산두 정권을 전복시키려 한다는 주장은 지난 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주장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몰도바는 인구 260만 명의 소국으로, 러시아의 몰도바 침공 가능성은 지난해 4월 러시아 고위 장성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루스탐 미네카예프 러시아 중부군 부사령관은 당시 "우크라이나 남부를 통제하는 것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억압받고 있다는 증거가 있는 트란스니트리아로 가는 또 다른 길"이라고 말했다. 트란스니트리아는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지역에 있는 몰도바의 한 도시로 1990년 친러시아 세력에 의해 장악돼 '분리 독립'을 선언했다. 러시아는 1992년 몰도바와 협정을 맺고 이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했으며, 현재 1500명 이상의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 상주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아 자하로바는 14일 성명을 내고 몰도바의 '쿠데타 시도' 주장에 대해 "절대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강력한 대결 구도 안으로 몰도바를 끌어들이려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러시아가 쿠데타를 계획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산두 몰도바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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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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