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파키스탄 충돌로 사상자 130명…핵무장국 간 확전 위기

카슈미르 관광객 테러 뒤 인더스강 조약 중단 등 양국 관계 악화일로

지난달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총격 테러로 관광객 등 26명이 숨진 뒤 인도가 배후로 지목한 파키스탄을 공습해 26명이 숨지며 핵무장한 양국의 확전 위험이 치솟았다. 이날 양국이 영유권 분쟁지 카슈미르에서 포격을 주고 받은 것까지 더하면 양국 사상자는 130명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카슈미르를 넘어 펀자브까지 공습하며 분쟁이 확대될 위험이 커졌다고 봤다. 파키스탄은 중국과, 인도는 미국과 가까운 상황으로 변화한 정세 및 해외 개입에 인색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중재 의지 등이 분쟁 완화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영국 BBC 방송, <AP> 통신 등에 따르면 7일(이하 현지시간) 인도 정부는 성명을 통해 자국군이 '신두르 작전'을 개시해 파키스탄 및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내 9곳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인도는 이번 공격이 "인도에 대한 테러 공격이 계획되고 지시된" 곳의 "테러리스트 기반시설을 타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도군이 "파키스탄군 시설을 겨냥하지 않았다"며 이번 공격에 "확전의 성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인도 외무부와 인도군은 합동 브리핑을 통해 공습이 이날 오전 1시5분~1시30분께 25분간 이뤄졌고 인도 정보당국이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테러 집단"의 추가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파악함에 따라 이를 "억제하고 예방"하기 위해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인도 정부는 이번 공격의 배경으로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있었던 총기 테러를 들었다. 당시 주로 관광객인 26명이 살해된 뒤 인도는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테러범들이 개입했다고 주장했고 파키스탄은 어떠한 개입도 없었다고 부인하며 양국 갈등이 커졌다.

파키스탄군 대변인은 인도의 미사일 공격이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및 동부 펀자브주의 6곳을 타격해 민간인 최소 26명이 숨지고 4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AP>에 따르면 파키스탄 당국자는 이날 인도 미사일이 펀자브주 바하왈푸르의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떨어져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13명이 숨졌다고 했다. 다만 미국 주재 인도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인도가 "파키스탄 민간인, 경제 및 군사적 목표물은 전혀 겨냥하지 않았고 테러 시설로 알려진 곳만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 악랄한 공격은 처벌 받지 않고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을 천명했다. 그는 "파키스탄은 결연히 대응할 절대적 권리"를 갖고 있으며 "이미 단호한 대응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샤리프 총리는 7일 오전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파키스탄은 사실상 국경인 카슈미르 실질통제선(LOC) 지역에서 포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한 인도 경찰을 인용,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에서 10명이 죽고 48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파키스탄군 대변인은 실질통제선 지역에서 인도 쪽 포격으로 파키스탄 민간인 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파키스탄군은 인도 항공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키스탄군 대변인이 파키스탄을 향해 발포 시도한 인도 전투기 5대를 인도령 카슈미르 상공에서 격추시켰다고 밝혔지만 인도 쪽은 확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인도 지역 정부 소식통이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에 전투기 세 대가 추락했다는 사실만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관광객 테러 뒤 양국 관계는 국경에서 국지적 교전, 영공 및 국경 폐쇄, 무역 중단 등 악화일로를 걸었다. 특히 인도가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흐름을 막지 않기로 한 1960년 체결 '인더스강 조약'의 효력 중단까지 발표하자, 농업의 80% 이상을 이 물줄기에 의존하는 파키스탄은 "전쟁 행위"라며 크게 반발했다.

인도는 이번 작전명으로 힌두교 기혼 여성이 이마에 칠하는 붉은 표식을 뜻하는 '신두르'를 택해 공격 명분 강화를 꾀하기도 했다. 지난달 인도령 카슈미르 공격으로 남편을 잃고 망연자실한 여성의 사진이 널리 퍼지며 분노를 자아낸 데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에 무기 의존 파키스탄, 중국 견제 위해 인도와 손잡는 미국…변화한 정세도 변수될까

이번 충돌로 두 핵무장 국가 간 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남아시아 분석가인 아스판댜르 미르는 이번 인도 공습 대상에 파키스탄의 "심장부"인 펀자브가 포함돼 있어 통제불능으로 번질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군이 펀자브를 마지막으로 공격한 것은 1971년"이라며 "파키스탄 지도부는 상당히 대규모로 대응할 정당한 근거를 얻었다고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전직 인도군 장교인 수샨트 싱 미 예일대 강사가 파키스탄 쪽 대응이 분쟁의 다음 단계를 결정할 것이라며 만일 "인도 펀자브나 라자스탄 지역 공격"이 이뤄진다면 갈등이 "다른 규모"로 격화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에서 분리 독립한 뒤 카슈미르 영유권을 두고 여러 차례 전쟁을 벌였고, 이후 이 지역을 분할 지배 중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갈등은 계속됐는데, 2019년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테러가 발생해 인도군 40명이 사망하자 인도가 파키스탄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며 전면전 직전까지 치닫기도 했다.

최근 파키스탄의 중국 의존이 높아지고 인도와 미국이 가까워지는 등 양국을 둘러싼 정세가 변화한 것이 이 지역 갈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과거 무기 수입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했던 인도가 최근 그 비중을 30%대로 낮추고 나머지를 프랑스, 미국 등 서방으로 돌렸다고 지적했다.

반면 파키스탄은 최근 미국 등 서방 무기 의존을 줄이고 80% 이상의 무기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신문은 미국이 중국에 대항할 파트너로서 인도를 육성해 왔고, 중국은 인도와 미국이 가까워짐에 따라 파키스탄에 대한 투자와 옹호를 심화시켜 왔다고 짚었다.

신문은 인도 싱크탱크 옵저버연구재단(ORF)의 미국 지부 ORF 아메리카의 선임 연구원인 린지 포드가 "인도와 파키스탄의 미래 갈등이 어떨 모습일지 생각해 보면, 인도는 미국 및 유럽과 함께, 파키스탄은 중국과 함께 싸우는 양상이 점점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적극 중재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BBC는 "과거엔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억제를 위해 개입"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이 다른 세계 문제들로 옮겨간 상황에서 미국이 긴장 완화를 위해 얼마나 빨리 조치를 취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미 CNN 방송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인도의 공격 소식을 접하고 "안타깝다"고 밝힌 뒤 "매우 빠르게 끝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미 국무부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인도 및 파키스탄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해 양국 모두 소통 창구를 열어 두고 긴장 고조를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6일 "세계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군사적 대결을 감당할 수 없다"며 양국 모두에 자제를 촉구했다. 양국 모두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외교부도 7일 "중국은 오늘 아침 벌어진 인도의 군사 작전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자제력"을 발휘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행동을 삼갈 것"을 촉구했다.

▲7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펀자브주 무리드케 인도 미사일 공격 현장에서 주민들이 희생자 주검을 옮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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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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