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비리 의혹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쌍(雙)특검' 도입을 주장했지만, 같은 야당인 정의당이 '김건희 특검'에 대해 '검찰 소환조사가 우선'이라며 제동을 걸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민주당은 '특검은 국민 다수의 뜻'이라는 주장을 앞세워 정의당에 대한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의당이 국민 다수의 뜻, 특히 정의당 지지층의 뜻을 모를 리 없다"며 정의당에 김건희 특검 도입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가 기본, 기초라도 됐으면 특검까지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정의당에서 대장동 특검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수사 범위를 '50억 클럽' 부분으로 한정한 데 대해서도 반발했다. 정의당은 현재 대장동 사건의 수사 범위를 넓힐 경우 정쟁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검을 도입할 경우 '50억 클럽' 수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대장동 사건의 시작이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대출에 대해서 봐주기, 눈감기 수사로 인해서 촉발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떼놓고 갈 수 있겠느냐"면서 "어떤 특정 사안이 누구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냐 불리하냐의 문제로 갖고 접근하면 그건 공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이라면 정말 우리 국민 의혹을 모두 다 제대로 파헤쳐서 명명백백하게 사실관계를 국민들께 입증하자라고 얘기를 해야 되는 거 아니냐"면서 "저는 그게 정의당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어떤 사건은 특검을 하고 어떤 사건은 특검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무슨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냐"면서 "사안별로 선택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중요한 사건에 대한 성역 없고 제한 없는 수사를 통해서 보다 신속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통해서 국민들께 진상을 밝히는 것이 정의당으로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얘기 아니겠느냐"고 촉구했다.
앞서 정의당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김건희 사건과 관련해 특검이 아닌 검찰 소환 조사를 촉구했다.
이정미 대표는 "수사도 없이 '죄 없다'며 감싸기만 하면 대통령 영부인의 품격이 지켜질 수 없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자신에게 부여된 수사지휘권으로 검찰 수사를 지금 바로 명하라. 앞 다르고 뒤 다른 법무부 장관인지 아닌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이은주 원내대표도 "지금은 검찰의 소환 수사를 명확하게 지금 진행을 하고 그 과정들을 지켜볼 것"이라면서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검찰이 그런 수사를 진행할 의도도 의사도 없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그때 국회가 판단할 일"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시기상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의당이 이처럼 '김건희 특검' 즉각 도입에 사실상 부정적 의사를 밝히면서 민주당의 '쌍특검'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민주당 의원 전원 명의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으나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에 의해 법사위 단계에서 막혀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는 방안은 법사위를 우회해 바로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인데,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인 180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 169석 외 정의당 6석과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 야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들이 모두 찬성해야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가운데 '캐스팅 보터' 중 한 명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일찍이 쌍특검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나머지 의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들 가운데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날 대장동과 김건희 특검에 대해 모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으로선 6석을 보유한 정의당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본회의를 마친 뒤 장혜영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입장차만 확인한 채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장 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서는 같이 (쌍특검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당 내에서 원내외 절대 다수가 신중론"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 주장에 대해선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50억 클럽 특검에 대해선 비교적 전향적인 접근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특검'에 대해서는 "민주당 정권 당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 시절 관련 사건을 다 수사해 놓고 이제와 특검을 하자고 하니 웃음이 나온다"고 비판하면서도, '50억 클럽' 일원으로 알려진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에 대해서는 "30대 초반 자녀에게 50억 원이 간 부분에서 국민들이 무죄를 납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판결문도 보고 논의되는 것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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