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 난관 봉착했나? 두 달만에 농업 문제로 전원회의

"당면한 농사 필요한 대책 강구…대단히 중요하고 절박한 초미의 과제"

북한이 두 달만에 농업문제만을 별도로 다루는 전원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식량 증산과 관련해 적잖은 난관에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농업 문제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군사 행동이 일정 부분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6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회의가 당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진행되었다"며 "정치국회의에서는 2월 하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소집할 데 대한 결정서가 전원찬성으로 채택되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엿새간 일정으로 제8기 제6차 전원회의를 치른 북한이 이번처럼 두 달만에 다시 전원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단시간 내에 전원회의를 또 열기로 한 이유에 대해 북한은 농업문제를 언급했다. 통신은 5일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도출된 결정서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결정서에서 정치국은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현 단계의 투쟁에서 농업의 올바른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당면한 농사에 필요한 해당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 절박한 초미의 과제"라고 규정했다.

이어 "나라의 농업을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장성궤도에 올려 세우기 위하여서는 농업과학기술의 우선적 발전을 추동하며 전반적인 관개체계의 완비를 다그치는 것을 비롯하여 농업부문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더욱 강화하는 사업에 주력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우리 당과 인민이 간고한 투쟁으로 전취한 력사적승리와 성과를 공고히 하고 확대해나가는데서 관건적 고리로 되는 농업발전에서의 근본적인 변혁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한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새시대 농촌혁명강령실현을 위한 지난해 투쟁정형을 총화하고 당면한 농사문제와 농업발전의 전망목표들을 토의하기 위하여"회의를 개최한다고 전했다.

북한이 전원회의를 개최한 지 두달 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농업 문제만을 목표로 회의를 다시 열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식량 자급과 증산을 위해 지금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새 년도에 인민경제 각 부문들에서 달성하여야 할 경제지표들과 12개 중요고지"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이 '알곡'으로 표현되는 농업 생산 문제였다.

이같이 북한이 농업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군사 행동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소위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해 여기에 자원을 투입하려면 빈번한 군사 행동을 벌이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북한은 올해 들어 이렇다 할 군사 행동을 벌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각종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던 것과는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다만 북한이 오는 8일 예정된 건군절 75주년에 맞춰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군사 행동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또 북한이 지난해 각종 미사일 시험을 통해 군사 부문에서 상당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새로운 무기체계와 정찰 위성 등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북한이 지난 5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조용원 당 중앙위원회 조직비서의 사회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정치국회의를 열고 이달 하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한편 통일부는 이번 북한의 결정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6일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지난 연말에 전원회의를 개최한 이후 2개월 여 만에 다시 전원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나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북한이 농업 관련 문제를 단일 안건으로 상정하였는 바 정부는 북한의 식량 사정 및 내부 동향을 주시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식량 상황에 대해 구 대변인은 "정부가 추정한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2022년도 451만 톤(t)이었는데, 2021년도에는 469만 t으로 2022년에 전년 대비 3.8%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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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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