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온전히 개인의 책임인가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지역 건강 수준 향상 위해 의료-보건-복지-지역 활동 연계 강화돼야

건강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이다. 미디어에는 광고와 정보의 사이 어디엔가 위치하는 건강 관련 식품 및 영양, 운동 컨텐츠가 넘쳐나고, 공기청정기 등 실내 환경 개선 관련 물품을 구하기도 쉽다.

건강 상태는 흔히 개인의 책임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개인이 본인의 건강을 완전히 결정할 수 없다. 건강 상태를 유지하거나 개선하기 위해서 갖추어져야 할 것은 아주 다양하고, 여기에는 개인이 온전히 책임질 수 없는 것도 다수 존재한다. 그래서 요즈음은 건강과 관련하여 개인의 영역 밖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지적하는 의견들이 나타나고 있다.

흔히 쉽게 자기 관리의 실패로 여기는 비만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비만은 세계건강기구에서 질병으로 지정한, 건강에서 벗어난 문제이다. 이러한 비만의 비율은 계층별로 다르게 나타나며 세계적으로 보면 지역별로도 다르게 나타난다. 비만은 단순히 많이 먹어서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을 관리하는 데에 개인의 의지와 실행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집단적으로 건강을 살펴볼 때 건강 결정요인으로 고려되는 것은 사회경제적 요인, 교육수준, 소득수준, 의료접근성, 위생, 환경, 안전 등이다. 그런데 이중 순수하게 개인의 의지로 갖출 수 있는 요인이 얼마나 될까.

한국 사회의 건강 이슈

한국 사회는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이에 따른 사회 변화를 많은 사람들이 위기로 인식할 만큼 전방위적으로 큰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더욱 심화될 의료비 지출 증가 역시 중요한 사회적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원론적으로 보면 의료비 지출 증가를 둔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수의 인구가 가능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도 건강 유지에 중요한 요건 중 하나다. 의료자원은 예전부터 지역별로 공급 수준을 관리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의료자원은 필요성에 따라 즉각적으로 변동하기 어려운, 공급 탄력성이 부족한 자원이다.

특히 재정적 공공성을 가지고 있으나 공급 측면에서 민간 부문의 비중이 큰 한국 의료체계의 특성상 비수도권 지역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각에 의료자원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지리학계에서는 의료기관으로의 이동 시간과 물리적 접근성에 관심을 두었는데 이는 여전히 중요한 주제다.

앞으로 기술이 발달하여 원격 의료가 활성화된다고 하더라도 의료 활동 중 원격 행위로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은 한계가 있으며, 이러한 원격화는 다른 부문에서 이미 보여준 바 있듯이 지리적인 불균형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역의 의료자원 부족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한국 사회가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지만 이 양상은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연령과 건강 상태가 반비례의 관계인 것은 상식이나, 고령층도 건강 상태가 매우 다양하며 이는 지역별로 약간씩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지역 산업 및 근로 구조의 차이, 지역 환경, 지역 사회의 문화 등의 이유로 나타난다. 당연히 이에 따른 대응도 달라야 한다. 특히 출생률이 떨어지더라도 어린이와 청소년은 존재하므로 이들에 대한 의료 수요는 늘 존재하는데 이들의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고령층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인구가 많은 지역은 그나마 괜찮지만 인구가 적은 지역은 소아 및 청소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 공급이 더욱 취약하다. 의료기관도 수익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민간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수익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즉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 소아 및 청소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 공급은 민간 부문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지역의 의료자원에 대한 파악에서 나아가 의료, 보건, 건강을 연계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별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와 연계된 활동을 전개하면서 지역 보건소의 활동 영역도 확장되는 추세다.

기존의 보건 관리 업무에 더하여 금연 지원 사업, 걷기 장려, 양치 캠페인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들은 의료 활동이라기 보다는 건강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사업의 확대는 우리 사회의 소득수준, 안전, 위생, 보건 환경의 개선과 함께 관리형 질환이 중요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질환이 아니더라도 관리가 꾸준히 필요한 건강 분야 중 하나가 정신건강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공공 부문에서도 지역 수준의 정신건강 관리 지원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초연결 사회에서 역설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단절과 고립은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는 지역의 정신건강 분야에서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의 규모와 역할의 다양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 집단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외국인의 지리적 분포는 전국적으로 고르지 않으며 이들은 매우 다양한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과 다문화성은 사회 문화의 다양성과 통합과 관련된 이슈에서 많이 주목하지만 보건 분야에서도 중요한 대상이다. 의료 체계는 국가별로 상이하며, 위생에 대한 관념은 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화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특정 지역, 특정 산업에서 외국인 노동력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지역에 따라 다른 보건 대응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 2013년 3월 폐업발표 이후 진주의료원 전경. 진주의료원은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가 폐업 결정을 했지만 2021년 기획재정부가 설립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결정했고 이후 2025년 착공해 2027년 다시 문을 열기로 했다. ⓒ프레시안

지역 건강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협력 필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의 유행과 그 대응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측면들이 한 번씩 부각되면서 우리 사회는 이를 인지할 수 있었다. 계층에 따른 소외, 공식적으로 파악되지 않는 인구의 문제에 대응하며 보건은 모두의 참여가 필요함을 깨달았고, 현장과 시민 사회의 피드백을 통해 보다 안전하면서도 덜 불편한 방향으로 보건 대응을 수정했다.

감염병 유행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지역별 자원 활용의 정도가 다름을 실행 과정에서 체감했기에 지역별로 다양한 형태의 민간 부문과 공공 영역의 협업이 있었고 어느 정도의 재정적 유연성이 이를 지원했다. 보건적 대응과 생활 유지를 위한 정책의 효과는 시민 사회의 협조를 통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또한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한 기술의 활용의 편의와 배제가 동시에 존재했던 경험도 있었다. 이러한 경험이 소중한 지역의 지식 자산이 될 수 있도록 그동안의 지역별 액션을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이는 미래에 또 유행할지도 모르는 감염병에 대한 대처를 위한 것이지만 일상적인 지역 사회 건강 개선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의료, 보건, 환경은 공공성이 중요한 영역이고 따라서 건강에도 공공성이 일부 작동한다. 공공성이라는 것은 재정적인 고려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건강은 우리에게 친숙한 말이지만 매우 포괄적인 성격을 가진다. 건강에는 의료, 보건, 복지, 사회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 지역 차원에서는 의료-보건-복지-지역 활동으로 이어지는 연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지역의 의료 자원 확보에도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지만 자원의 효과적인 활용에도 좀 더 관심을 두어야 한다.

정책적인 지원에 더하여 지역 의료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보건 환경과 상태가 좋으면 추가적인 의료 수요를 막을 수 있다. 오염, 산업안전, 위생은 모두 연결된 보건 영역이며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깨끗한 환경을 다수의 건강과 연결하는 것이 복지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지역의 경제적인 활력과 사회적인 통합은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지역 공동체의 형성 및 유지와도 연결된다.

건강할 수 있는 환경 조성, 건강 관리의 중요성 인식, 건강 관리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 및 공간의 확보를 모두 개인의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료, 보건, 건강 활동의 상당 부분은 지역적이다. 지역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은 지역의 유지나 발전에서도 중요하지만 지역민들의 건강 상태 개선에도 영향을 준다.

보건과 의료에 대한 국가적인 비전을 가지되, 지역 차원에서 지역 특성에 맞추어 보건 및 건강을 관리하는 게 적절하며, 의료자원이 부족한 지역은 이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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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한국 지리학내 전문학회로 발족한 한국경제지리학회는 국내외 각종 경제현상을 공간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동시에, 연구 역량을 조직화하여 지리학의 발전과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지리학회는 연 2회 정기 학술 발표대회와 국내외 석학을 초빙해 선진 연구 동향을 토론하는 연구 포럼, 학술지 발간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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