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또다시 사라지고 있다!

[함께 사는 길] '꿀벌 폐사' 시즌2 개막…"살충제부터 퇴출시켜야"

꿀벌이 또 사라지고 있다. 지난겨울 꿀벌 80억 마리가 집단으로 떼죽임당했는데, 이번에도 꿀벌집단 실종사태가 재연될 조짐이다. 양봉농가에 따르면 꿀벌 약화 현상이 증가하고, 채집 활동을 하러 나간 꿀벌이 월동을 앞두고 벌통으로 돌아오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번에는 남부지방의 월동봉군에 피해가 집중되었으나, 이번에는 전국에 걸쳐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벌은 식물의 수분을 돕고 있어 벌이 사라진다면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고 우리는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겨울 꿀벌군집붕괴 현상이 확인되자 민관 합동조사를 진행했다. 정부는 꿀벌 대량 실종사태의 원인으로 응애류 피해와 이상기온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농가에서 응애류 방제가 소홀했다고 지적하고, 농가에서는 약품에 내성이 생겨 죽지않는 '좀비 응애'가 등장했다고 힘들어한다. 하지만 응애류 피해와 이상기온만으로 꿀벌들의 대량 실종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정부는 살충제, 제초제 등 농약 사용에 의한 꿀벌집단 폐사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 재래꿀벌. ⓒ벌볼일있는사람들

꿀벌을 위협하는 살충제

꿀벌뿐만 아니라 다양한 야생벌이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와 도시화에 따른 서식지 파괴와 먹이원 식물의 감소, 무분별한 살충제 남용으로 사라지고 있다. 보라매공원, 한강공원에서는 20년간 야생벌이 90% 이상 감소했다. 곤충의 신경계를 교란해 죽게 만드는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 계열 농약에 직간접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꿀벌집단 폐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퇴출되어 규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해당 작물의 개화기에만 살포를 규제하는 정도이나 실질적인 통제 장치가 없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2021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 판매액은 1426억 원으로 전체 농약의 22.7%에 해당한다. 논밭에서 사용하는 농약, 소나무재선충 항공방제로 산림에 살포하는 농약, 공원·가로수 등 공공녹지에 살포되는 농약이 꿀벌을 위협하고 있다. 벌통 숫자를 늘리려고 무리하게 벌 집단을 나누고 살충제에 의존하여 응애를 제거하다 보니 꿀벌의 건강이 더 약해졌다. 네오니코티노이드에 노출된 허약한 꿀벌은 기억력이 감퇴되어 따뜻한 겨울에 밖에 나갔다 지쳐서 되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살충제 연관성을 인정하도록 촉구

농약독성 분류와 꿀벌 보호를 주관하는 농촌진흥청은 꿀벌집단 폐사의 원인으로 살충제 영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의 문제제기와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해당 살충제와 꿀벌 폐사 상관관계를 확인 못 했다며 영향을 부인하는 동영상까지 제작하여 홍보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관련 연구가 진행되어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제도적으로 규제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역학관계 분석 등 관련 연구가 진행되지 못했고 살충제 남용 규제 계획도 없는 실정이다. 2023년 꿀벌폐사 시즌 2에는 정부가 살충제 연관성을 인정하도록 촉구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 방제를 위해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티아클로프리드(Thiacloprid) 살충제를 5년간 서울 면적의 62.3%에 살포하였다. 대량의 항공방제에도 불구하고 소나무재선충 방제는 실패하여 발생면적은 증가하였다. 산림청은 2023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에 역대 최대 예산인 829억 원을 편성하였다. 해외에서는 티아클로프리드 역시 꿀벌과 곤충에 치명적인 물질로 보고되었으나, 국내 농진청은 무해한 농약으로 분류하였고 산림청은 무분별하게 항공에서 살포해왔다. 산지 주변 양봉농가의 꿀벌폐사 피해가 발생하였으나 농진청과 산림청은 기후변화 등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살충제 영향을 부인하고 있다.

국토 전반에 살포되고 있는 농약이 꿀벌 폐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정부가 인정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판매된 농약들이 어디에 얼마나 살포되었는지 통계가 없으며, 전혀 관리·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슈화해야 한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 꿀벌에 독성 강한 농약의 살포가 꿀벌 폐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공식적인 역학조사를 추진하여 해당물질 사용 규제의 입법 근거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농약살포 등록제(장소, 농약 성분, 살포시기, 살포량 등) 운영의 공감대를 마련하여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양봉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민 건강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 호박벌 암컷(왼쪽)과 수컷(오른쪽). ⓒ벌볼일있는사람들

▲ 좀뒤영벌 암컷(왼쪽)과 수컷(오른쪽). ⓒ벌볼일있는사람들

친환경방제 정책의 전국적 확산 유도

지난해 7월 서울시 공원·가로수·궁궐 등 공공녹지에 독성 농약사용 실태에 대한 서울환경연합의 문제제기로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시민의 관심이 커졌다. 이에 서울시는 네오니코티노이계 살충제 사용을 금지하고, 꿀벌에 독성 강한 농약을 줄여나가고, 무농약공원을 2개소 시범운영하여 확대하고, 화학적 방제에서 친환경 방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서울시의 변화 시도가 성공해야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기에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면밀하게 감시하고 협력해야 한다. 성공의 척도는 친환경 방제로 병해충을 적정 범위 내로 통제하고, 악성민원이 줄어들고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2023년 실행계획이 면밀하게 수립될 수 있도록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시행과정을 모니터링하고, 방제효과와 시민의식 변화 등 사업시행 성과를 분석해야 한다. 꿀벌 및 곤충 개체군의 변화는 시민과학자 모니터링 활동으로 검증될 수 있다.

도시 생활권 녹지에서 살충제 사용을 규제하고 친환경 방제를 지원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농약사용보고 시스템 운영, 무농약공원 인증, 녹지의 생태적 관리, 서식처 정원, 미국의 벌 도시&벌 캠퍼스(Bee City& Bee Campus)를 활용하여 벌친화마을, 벌친화학교 등을 제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농약피해 특별조사 위원회 운영

농약은 꿀벌뿐만 아니라 살포하는 사람, 주변 영향권에 거주하는 사람, 농약 성분이 농축된 물, 토양, 생물의 접촉과 취식으로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농업과 관련 없는 도시인들의 체내에 살충제가 검출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 환경 전반에 걸쳐 농약에 오염되었고, 국제적인 농산물 공급망에서도 오염원이 확인되고 있다. 최근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WHO 기준 맹독성·고독성 농약이 국내에서 보통독성·저독성 농약으로 둔갑되어 사용되고 있는 아바멕틴 등 8종의 물질에 대한 유해성평가 전수조사와 국제적 수준의 농산물 잔류 허용기준 마련을 촉구하였다.

정부는 잘못된 농약 사용이나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농약류에 대해 제한 및 규제 조치와 함께 ‘농약피해 특별조사 위원회’를 구성하여 생태계 교란과 시민건강 보호에 힘써야 한다. 꿀벌 보호 운동은 유기농단체, 생활협동조합, 생활화학물질 대응 단체와 연대하여 안전한 먹거리 운동, 생활화학물질 규제 운동으로 확대될 수 있다.

꿀벌 특위 또는 꿀벌 포럼 운영

꿀벌을 비롯한 꽃가루매개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규와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꿀벌 특위’를 구성하거나 여러 전문가와 단체와 함께 추진하는 '꿀벌 포럼'을 구성하여 운영해야 한다. 시민들의 이해와 참여를 높이기 위한 활동, 세미나 및 토론회, 외국 및 국제단체와 교류 및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부의 꿀벌군집붕괴 대응 정책, 꿀벌과 꽃가루매개자 촉진 국가 전략 수립, 살충제 규제 정책 등을 제안하고 입법을 도모해야 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정말 상상하기 힘든 식량위기의 대재앙이 우리를 덮칠지 모르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 산림청이 병해충피해 예방을 명목으로 항공방제를 실시하고 있다. ⓒ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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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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