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투입될 미‧독 전차 100대 '게임 체인저' 되나

미·독 나란히 주력 전차 투입 승인… 우크라 "F-16 등 4세대 전투기 지원을"

독일과 미국이 연이어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탱크) 공급을 승인하며 100대 이상의 전차가 우크라이나에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차가 지상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쪽은 전투기 지원도 요청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은 동부 격전지 솔레다르에서 물러났다고 인정했다.

25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M1 에이브럼스 전차 31대를 보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이브럼스 전차의 운영 및 관리가 "극도로 복잡"하다는 점을 고려해 전차 유지에 필요한 부품과 장비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방침이며 가능한 빨리 관련해 우크라이나군을 훈련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차 지원이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공급 목적은 "우크라이나의 방어와 영토 보전을 돕는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공격 위협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에 대한 공격 위협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러시아군이 러시아로 돌아가면 이 전쟁은 오늘 끝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날 앞서 독일도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2 전차 14대를 공급하고 다른 나라들의 해당 전차 재수출 또한 승인하기로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5일 의회에서 이 결정을 확인하며 "독일은 언제나 우크라이나 지원의 선두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며 동시에 전쟁이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이의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오파르트2는 유럽 10개 이상 국가에서 적어도 2000대 이상 폭넓게 운용되고 있어 부품 조달과 유지 관리의 용이함 때문에 우크라이나 쪽에서 지원을 요구해 온 전차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국들의 계속되는 압박에도 전차 지원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 왔다. 확전을 우려해 전차 지원을 꺼리던 서방은 러시아의 봄 총공세가 전망되며 점차 지원 쪽으로 방향을 틀며 독일의 결단을 요구해 왔다. 영국 BBC 방송은 독일이 양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데다 당시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수많은 러시아군을 죽인 것에 대한 부담 탓에 전차 지원을 망설였다고 짚었다. 전차 지원에 관한 독일 여론도 양분돼 있다. 25일 독일 도이치벨레(DW) 방송은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46%가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보내는 데 찬성하지만 43%는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부담을 느낀 독일 쪽이 전차 지원 조건으로 미국의 에이브럼스 지원을 내걸었기 때문에 결국 양국이 동시에 전차 공급을 승인하게 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쪽은 에이브럼스 전차 운용 및 관리의 복잡함을 들어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독일 때문에 전차를 보내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냐는 질문에 "독일이 내가 마음을 바꾸도록 강요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전차 지원을 결정한 이유로 "지상 전장 상황 변화"를 들었다.

전차 지원, 우크라 요구 300대엔 못 미쳐…전문가 “500~1000대 투입 땐 전쟁에 확실한 변화"

서방의 주력전차 투입은 우크라이나군의 지상전 능력을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레오파르트2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차 중 하나로 "소련 시절 만들어진 전차를 운용해 온 우크라이나의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고 봤다. 최전선인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 주둔한 제17전차여단 소속 한 중대 지휘관인 올렉산더 시로티우크는 <AP> 통신에 "우리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전차가 낡았다는 것"이라며 더 나은 장갑과 장비, 정밀 조준 시스템을 갖춘 현대식 전차가 지원되면 야간 작전이 수월해 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번 전차 투입이 당장 '게임 체인저'가 될지는 불분명하다. <뉴욕타임스> 집계에 따르면 앞서 챌린저2 전차 지원을 발표한 영국과 독일 승인 없이도 레오파르트2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폴란드를 포함해 미국·독일과 포르투갈·노르웨이·스페인·핀란드·네덜란드 등이 보내겠다고 한 전차는 최소 105대 가량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쪽이 전장에서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300대에 훨씬 못 미친다. 전쟁사 전문가인 데이비드 실비 미 코넬대 사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서방이 500~1000대의 전차를 공급할 수 있다면 전쟁에서 확실한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차 인도에도 적어도 3~4달이 소요될 전망이다.

러시아는 크게 반발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25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 대변인은 미국과 독일의 전차가 "우크라이나군에 더할 잠재력이 분명히 과대평가됐다"고 깎아 내리며 "이 전차들은 화염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차 지원에 "비용이 많이 들고 모든 부담은 주로 유럽 납세자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에 다르면 세르게이 네차예프 독일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성명을 내 독일의 결정이 "매우 위험"하며 "분쟁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고 비판했다. 네차예프 대사는 이 결정이 독일과 서방이 전쟁의 외교적 해결에 관심이 없고 영구적 확전에 몰두하는 것임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제 관심은 F-16 지원으로…미·독 선 그었지만 네덜란드는 “열린 마음”

우크라이나 쪽은 전차 지원 결정을 반기며 전투기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영상연설에서 독일과 미국, 그리고 전차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모든 동맹국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 "장거리 미사일 공급"과 "비행기 공급" 또한 "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유리 삭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고문은 이날 <로이터> 통신에 우크라이나의 다음 요청은 "전투기"라며 "꼭 F-16이 아니라도 4세대 전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25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4세대 전투기를 원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인들과 그들의 능력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더 많은 것을 원한다고 탓할 수는 없다. 그들이 전투기에 관해 이야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에 관해선 발표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25일 "우리는 전투기를 보내지 않겠다고 초기부터 말했고 여기서 다시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주 보프커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의 F-16를 보내달라는 요청에 "열린 마음"으로 임할 것이며 지원에 "금기"가 없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이 우크라이나전 수요를 고려해 "F-16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고 25일 보도했다.

우크라군, 솔레다르서 후퇴 인정

한편 25일 우크라이나군은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북동쪽으로 약 10km 떨어진 솔레다르에서 후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쪽은 이달 초부터 솔레다르를 점령했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 쪽은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세르히 체레바티 우크라이나 동부군 대변인은 "러시아군은 솔레다르를 차지하기 위해 막대한 인명과 장비를 소모했고 반면 우크라이나는 병력을 보존했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M1 에이브럼스 전차 31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진은 2020년 9월 5일 리투아니아 모츠카바 기차역에 정렬된 미군 에이브럼스 전차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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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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