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의 기자 돈 거래, 지역언론은 다른가

[복지국가SOCIETY] 위기의 지역 언론과 깜깜이 예산

화천대유 김만배의 기자 돈 거래 사건으로 인해 여러 언론사가 윤리강령과 취재보도준칙 위반 소지가 있다며 사과 글을 발표하거나 진상을 자체 조사 중이다. 전북에서는 6.1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장 예비후보에게 금전 지원을 대가로 인사권을 요구한 전주시장 '선거브로커' 사건에 당시 현직이었던 도내 일간지 기자가 연루되어 불구속 기소되는 사건이 발생해 지역사회에 큰 논란이 일었다.

정치가 국민의 걱정거리로 전락하면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위상과 역할이 혼란스러운 요즘, 제4의 권력인 언론이 중심을 바로잡고 살아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언론을 제4의 권력이라 부르는 건 언론이 막강한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이자,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언론의 모습은 본래 목적과 의무인 3권의 견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매우 부끄러운 것이 사실이다.

위기의 지역 언론과 지방정부

이런 상황은 광고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지방의 언론 생태계가 특히 열악하다. 다수 지역 언론이 공공기관의 홍보비에 의존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의 언론홍보비 운영의 투명성, 공정성은 매우 중요한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언론홍보비는 지역 언론 생태계를 더욱 망가뜨리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 예산 편성과 집행의 문제점에서 기인한다.

통상적으로 지방자치단체 예산 대부분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단 1원까지도 어디에 어떻게 쓸지 세부지출 항목을 예산서에 명기하여 지방의회에 제출하고 심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언론홍보비는 예외적으로 세부지출 항목이 명시되지 않는다. 풀(POOL)성 예산과 같이 통으로 편성되고 단체장의 재량에 따라 집행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대표적인 사례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겠으나 대개 전라북도와 도의회의 언론홍보비는 한해 20억 원 정도며,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는 15억 원 정도를 편성하여 집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한다. 익산시를 비롯한 두 곳을 제외하고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에 언론홍보비를 집행하는 기준이 되는 조례가 제정되어 있지 않다. 익산의 경우 2015년 초선의원 11명이 전국 최초로 '익산시 언론관련 예산 운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도 전국적으로 거의 유일한 조례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단체장과 언론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거나, 또는 언론사들의 반대로 인해서 정치권 스스로 조례 제정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익산시의 경우 조례가 제정되기 이전에는 언론홍보 예산이 각 과별로 편성되어 있었다. 문화관광과 월별 기획홍보 예산 1600만 원은 A언론사 몫, 도시개발과 예산 3000만 원은 B언론사 몫, 농산유통과 예산 5000만 원은 C언론사 몫, 고도문화재과 예산 2000만 원은 D언론사 몫과 같은 형태로 수십 개 과별로 홍보 예산이 편성되어 행정기관과 언론사만 아는 꼬리표가 달려 있었다. 그러던 것을 조례 제정을 통해 홍보담당관 부서에 일괄 편성하도록 하여 업무 효율성, 전문성을 높이도록 조정하였다. 다만 여전히 아래에서 지적하는 한계가 있다.

익산시는 홍보비 운영기준에 따라 방송사, 일간지, 주간지, 인터넷신문 등으로 구분하여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조례 제8조(운용결과 공개 등)는 "시장은 언론관련 홍보예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하여 각 언론사별, 금액별 집행내역 운용결과를 홈페이지를 통해 분기별로 공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익산시는 조례를 지키지 않고 개별 언론사가 아닌 방송사, 통신사, 중앙일간지, 지방일간지, 지방주간지, 인터넷신문, 기타매체 등 매체별 총계로만 공개하고 있어 개별 언론사별로 얼마씩 재정을 지원하고 있는지 여전히 알 수가 없다. 그 결과 언론홍보비가 어떻게 집행되었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조례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 행정은 언론관련 예산을 그만큼 비밀스럽게 운영하고 있다.

지역언론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다보니 지방의회는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른 채 예산 심의를 하게 된다. 예산이 통과만 되고 나면 그 이후는 단체장의 마음대로 집행이 가능해진다. 의회의 언론홍보비도 의장의 의중에 따라 집행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물론 자치단체마다 내부적 운영기준이 있긴 하겠지만, 그 기준도 공표되지 않아 고무줄 잣대에 불과하다. 말 그대로 엿장수 마음대로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인 셈이다. 그 결과 지역사회에 제대로 된 공론이 형성되지 않고 단체장 입맛에 맞는 보도와 행정의 일방적 홍보만이 가득해진다. 언론홍보비가 현실적으로는 언론 통제, 언론 길들이기 예산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역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지방의회의 권한은 막강하다. 통상 지방의회는 운영제한 규정을 가지고 있어 3년 이상 정상적으로 신문을 발행하는 경우 지원대상 언론사에 포함하고, 사실왜곡, 허위, 과장, 편파보도, 공갈, 금품수수, 명예훼손 등으로 정정보도, 손해배상, 벌금 이상형으로 처벌되는 언론사에는 지원을 제한하는 패널티를 주고 있다. 지방의회가 패널티 규정을 다소 강하게 개정하여 언론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부분 관련해서는 언론 지원 관련법 규정을 준용하면 무난할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에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사회단체 보조금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씩 풀성 예산으로 편성하였다. 그 결과 보조금은 단체장이 호주머니 쌈짓돈처럼 자기 입맛대로 특정단체들에 수천만 원씩 지원하는 눈먼 돈으로 전락해 사회적으로 대단히 문제가 컸다. 이에 김대중 대통령 당시 중앙정부가 사전 공모요강 발표, 접수, 심사위원회 심사, 선정, 정산, 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 운영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한 바 있다. 이후에도 중앙정부는 제도를 꾸준히 정비하고 있고 이 과정을 통해 사회단체 보조금에 최소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관행이 정착하고 있다.

현재 언론홍보 예산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별로 각자의 규모와 기준에 따라 천차만별로 편성되고 있다. 여전히 그 집행 내역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대표적인 깜깜이 예산이다.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권이 확대되어야 하겠으나 이와 같이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안에는 중앙정부가 나서 일괄적으로 적용할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표준조례안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이 최소한의 기준을 세우도록 하는 한편으로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인 방안도 창의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건강한 언론 생태계를 만드는데 크게 일조할 것이다. 아무쪼록 하루빨리 관련 대책이 추진되어 제4의 권력이 제 역할에 충실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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