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기자 기소에 KBS 기협 "한동훈 아니었다면 했겠나"

KBS 기자협회는 검찰이 자사 기자를 기소한 것을 두고 "무리한 기소"라고 반발했다. 앞서 검찰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연루됐다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오보를 낸 KBS 기자를 불구속 기소했다.

KBS 기자협회는 5일 '검찰의 KBS 기자 기소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해당 보도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다.

KBS기자협회는 "당시 KBS 법조팀은 사회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다수의 기자가 사건 관련자 등을 취재해 해당 사안을 보도했다"며 "그러나 보도가 나간 직후 내용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음 날 <뉴스9>에서 사과한 뒤 바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보도에 관여한 기자 일부는 회사에서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보도가 나가기까지 잘못된 내용을 미리 걸러내지 못해 의도치 않게 정확지 않은 뉴스를 시청자들께 전달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해당 보도의 취재는 약 한 달 동안 이뤄졌으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크로스체크 등의 노력도 동반됐다. 어떠한 의도나 배경, 공모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취재원인 검찰 간부가 기자들에게 허위 사실을 말한 게 보도의 발단이 됐다. 믿을만하다고 여긴 검찰 고위 간부가 한 달 가까이 일관된 발언을 기자에게 했던 점 등으로 미뤄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그가 말한 내용을 나름대로 검증하려 지속적으로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것일 뿐 당시 보도는 명예훼손을 하려는 어떠한 의도도 없었다. 또한 보도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에는 신속히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럼에도 검찰은 명예훼손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2년 넘게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왔고, 해당 보도와 관련된 기자를 기소했다"며 "이는 기자의 취재와 보도 행위를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명예훼손 당사자이자 고소인이 현직 법무부 장관이 아니었다면, 과연 기소까지 했겠느냐는 의구심도 든다"며 "해당 기자와 함께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당당히 진실을 다툴 것이다. 그래서 이번 검찰의 기소가 무리한 것이었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이날 ‘검언유착 녹취록 오보’에 관여한 KBS 기자와 제보자로 지목된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신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고위 간부였던 지난 2020년 7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연루된 ‘강요미수 사건’의 허위 정보를 KBS 기자들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다.

KBS 기자는 신 검사장이 전달한 정보에 허위 정황이 있었음에도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단정적으로 보도해 한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이 사건은 한 장관 본인이 직접 고소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낮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신년 특사 대상자 발표를 마치고 브리핑실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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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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