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마키이우카 사망자 신속 공개한 속내는?

사망자 다수 동원령 병사로 공개 추모 불가피…국민에 '전쟁' 각인시켜 장기전 준비 포석 해석도

러시아 국방부가 이례적으로 새해 전날 러시아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 공습으로 숨진 자국군 수를 공개하며 속내에 관심이 모인다. 사망자 다수가 지난해 많은 반발이 있었던 부분 동원령으로 징집된 병사로 공개 추모가 불가피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더해 이번 공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상과 전쟁 분리 전략을 포기하고 국민들을 장기전에 대비시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4일(현지시각)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의 마키이우카 공습으로 인한 러시아군 사망자가 89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2일 국방부는 이 지역 러시아군 임시 숙소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63명이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공습 원인을 개별 군인들의 휴대전화 사용으로 돌렸다. 세르게이 세브류코프 중장은 기자들에게 공격을 당한 "주된 원인은 적의 무기가 도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금지된 개인 휴대전화 대량 사용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적들이 공습을 위한 병사들의 위치 좌표를 알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타스>는 2일에도 익명의 러시아 관리를 인용해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공습 원인으로 지목했다. 우크라이나 쪽은 공습을 감행했다고 밝히지 않은 채 마키이우카 사망자가 4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측했다.

러시아가 이례적으로 자국군 피해 규모를 밝히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공습 사망자 중 지난해 9월 국내 반발을 무릅쓰고 감행한 부분 동원령으로 징집된 일반 시민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공표와 애도가 불가피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 독립언론 <모스크바타임스>는 정부가 사망자 신원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진 않았지만 사망자 대부분이 신규 동원된 인력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러시아군 전문가 다라 매시코트 선임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러시아가 이전까진 소셜미디어에서 분출되는 분노의 물결을 견딜 수 있었지만 사망자 중 "동원된 군인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다르다. 이는 러시아가 왜 사망자 수를 빠르게 공개했는지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사망한 군인들의 출신 지역 중 하나인 러시아 중부 사마라주 사마라와 톨리야티 등에선 3일 공개 추모 행사가 열렸다. <모스크바타임스>는 200명 가량이 참석한 사마라 추모 행사에서 집권 통합러시아당 깃발을 포함한 다수의 친정부 깃발이 보였다며 많은 참석자들이 친정부 단체의 일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사마라에서 추모식 연설에 나선 한 러시아 장군의 배우자인 예카테리나 콜로토프키나가 "슬픔이 우리를 단결하게 한다. 우리는 적들을 쳐부술 것이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며 남편에게 "복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례적인 사망자 수 발표와 공개 추모를 그간 전쟁과 시민의 일상을 분리하는 전략을 취해 왔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식"을 버리고 시민들을 장기전에 대비하게 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미 지난해 부분 동원령과 푸틴 대통령의 새해 전야 연설에서 그러한 면모가 드러났다고 짚었다. 푸틴 대통령은 새해 전날 관행을 깨고 대통령궁(크렘린)이 아닌 군부대에서 군복을 갖춰 입은 군인들을 배경으로 "서방이 공격을 준비하면서 평화에 대해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내용의 연설을 행했다. 매체는 "이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사회를 전쟁에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러시아에선 이미 새로운 동원령이 내려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설명했다.

공습 피해 자체와 그 책임을 개인 병사들에 돌리는 정부의 태도에 대한 비판은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내 전쟁에 찬성하는 평론가들도 이번 사태가 군 사령관들의 실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괴뢰정권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지도부 출신으로 현재 군복무 중인 파벨 구바레프는 소셜미디어(SNS)에 징집병을 한 건물에 몰아 피해를 키우는 종류의 실수는 "2022년 봄~여름"과 같은 전쟁 초기에나 저지르던 것이라며 분산 배치의 필요성을 "설사 새로 동원된 병사들은 몰랐더라도 지휘관들은 알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친정부 매체 기자 알렉산드르 코츠조차 소셜미디어에 "물론 죽은 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더 쉽다"며 정부가 공습 책임을 병사들의 휴대폰 사용에 돌리는 것을 비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부 비판이 푸틴 대통령을 직접 지목하고 있진 않다고 <뉴욕타임스>는 짚었다. 매체는 비판이 푸틴 대통령이 아닌 군 관리자나 고위 관리들을 향해 집중됐으며 사마라의 추모 행사에서도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분노의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러시아군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아나스타샤 카셰바로바가 관련해 2일 "나는 러시아를 너무 사랑하지만 당신(푸틴) 주변 특정 인물들은 싫다"며 푸틴 대통령과 그의 측근을 분리해 비판한 것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러시아 정치학자 미하일 비노그라도프가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도 내부 불만이 전쟁 첫 해에 바로 불거지진 않았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매체에 정치 체계가 "극도로 안정적"인 것이 아니라면 "아직" 폭발하지 않았을 뿐 불만이 서서히 커지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3일(현지시각) 러시아 사마라의 글로리 광장에서 시민들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중 전사한 장병들을 기리는 기념식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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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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