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13년 일했던 84년생 노동자, 유방암으로 세상 떠났다

故박미영 씨, 19살에 삼성 공장 입사…10년간 야간 교대근무

19세 나이로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 입사해 13년 동안 야간 교대근무를 하며, LCD제조 노동을 해왔던 84년생 박미영씨가 유방암으로 숨졌다. 유방암의 발암요인으로 지목되는 야간 교대근무를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해왔던 박 씨는 직업성암에 대한 산재 심사를 준비중이었다.

4일 시민단체 반올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박미영 씨가 세상을 떠났다. 박 씨는 2003년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에 19세의 나이로 입사해 13년동안 LCD 제조라인에서 야간 교대근무를 해왔다. 2016년 32세의 나이에 유방암을 진단받았고, 6년간 투병생활을 해왔으나 3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박 씨가 재직했던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에서는 2021년 9월에도 유방암으로 여성노동자가 숨진 바 있다. 2022년 10월에는 자궁경부암으로, 12월 19일에는 난소암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여성 노동자들이 숨졌다.

반올림은 추모논평을 내고 "박 씨는 발암물질인 감광제와 유기용제, 성분을 알 수 없는 각종 영업비밀 물질 등 화학물질이 즐비한 컬러필터(CF) 공정과 모듈공정 등에서 일을 해왔다"며 "또한 유방암과 연관성이 높은 엑스선 방식의 이오나이저 장치(정전기 제거장치)로 인해 방사선 노출 위험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박 씨는) 감광제를 굽는 오븐기 바로 옆에서 일하면서 오븐이 열릴 때마다 열기와 함께 탄 냄새와 역겨운 냄새를 견뎌야 했지만, 당시 회사는 노출을 차단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어린 자녀를 두고 세상을 어찌 떠나셨을까, 억울한 죽음에 어찌 눈을 감으셨나"라고 안타까워했다.

반올림은 "유방암 산재 인정 사례를 살펴보면 10년 안팎의 비교적 짧은 근무기간에도 3교대 등 강도 높은 야간교대근무와 화학물질, 방사선 등의 복합적 영향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이유였다"며 "그렇다면 산재인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재발방지를 위해 힘써야" 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올림에는 그동안 반도체, 디스플레이 여성노동자들의 유방암 발병 제보와 산재신청이 계속되어 왔다"며 "첨단산업에서 끊임없이 병들고 죽어가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 뒤에는 노동자들의 건강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기업,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규제를 완화해주는 정부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종란 노무사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박 씨는 투병중에도 산재 신청 준비를 다 완료했고, 마지막으로 재해경위서를 검토 중이었는데 돌아가시게 되었다"며 "유방암이 산재로 16건이 인정이 되었고 그럼 산재 예방의 의무가 생기는 것인데 그런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아 왔다"고 부연했다.

ⓒ삼성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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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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