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분양 아파트, '위험선' 6.2만 호 초과 확실…"대규모 공급 탓"

건설업계 탐욕 제발찍기, 주택 경기 침체 뇌관 돼

지난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6만 가구에 육박했다. 연내에 위험 선을 넘을 것이 확실시 된다.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1월 주택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달 전국의 미분양 주택(아파트)은 5만8027호였다. 이는 전월(4만7217호) 대비 22.9%(1만810호) 급증한 수치다.

미분양 아파트가 한 달 사이 1만 호 이상 증가한 것은 박근혜 정권 당시인 2015년 12월(1만1788호) 이후 6년 11개월 만에 처음 발생한 일이다. 당시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절정에 달한 때였다. 이때 대대적인 주택 규제 완화와 저금리 기조가 이후 주택 가격 폭등의 불씨가 됐다.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가 1만383호였다. 전월(7612호) 대비 36.3% 증가했다. 비수도권 미분양은 4만7654호로 전월(3만9605호) 대비 20.3% 증가했다.

비록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수가 비수도권에 비해 적지만, 증가 속도는 더 빠르다.

전체 미분양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7110호로 집계됐다. 전월(7077호) 대비 0.5%(33호)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가장 심각한 미분양 주택으로 분류된다.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올해 1월 2만 호를 넘어선 후 7월에는 3만 호, 9월에는 4만 호를 넘었고 11월에는 5만 호를 넘어 곧바로 6만 호에 육박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는 것을 고려하면 이달 통계가 반영되는 올해 총 미분양 아파트 수는 6만2000호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된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7일 서울벤처 부동산 포럼에서 "국토부는 미분양 아파트 6만2000가구를 '위험선'으로 보는데 매달 1만 가구씩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며 "당초 예상보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심각해 규제 완화 속도를 더 높이겠다"고 말했다.

올해 전국의 아파트 분양 수준을 고려하면 정부의 부동산 시장 추가 규제 완화가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1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 현황(그림 왼쪽)과 월간 전국의 미분양 주택 추이(오른쪽). ⓒ국토교통부

이같은 미분양 사태의 주요 원인은 문재인 정부 말기 대대적인 주택 공급이다. 당시 주택 가격이 폭등하자 보수 언론과 경제지, 건설업계는 입을 모아 공급 부족을 핵심 원인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당시 정부는 결국 신도시 건설을 비롯해 연간 54만6000호에 달하는 주택 공급을 결정했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이는 노무현 정부(연평균 36만3000호)는 물론, 주택 경기 침체기 대규모 규제 완화를 주택 정책의 골간으로 삼았던 이명박 정부(35만7000호), 박근혜 정부(45만 호) 당시보다 많은 규모다.

특히 문재인 정부 당시 공급량의 대부분은 정권 말기에 결정돼 앞으로 10년간 전국에 걸쳐 이뤄진다. 지난해 말 기준 앞으로 예정된 공급 물량만 총 205만 호에 달한다. 2030년까지 공급이 예정된 물량(민간 공급 포함)은 연평균 56만3000호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같은 대대적인 공급량을 고려하면, 앞으로 아파트 미분양 사태는 더 심각해질 것이 확실하다. 지난 25일 <연합뉴스>가 부동산R114와 공동으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위 내 민간 건설사 분양 계획을 조사한 결과, 내년 전국 303개 사업장에 분양되는 민영 아파트는 25만8003가구였다. 공공주택 분을 포함하면 내년 전국의 분양 아파트 총 수는 36만 호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부동산업계가 주택 가격 폭등을 빌미로 탐욕을 부린 결과가 앞으로 심각한 미분양 사태라는 제발등 찍기로 돌아오는 셈이다.

당시도 시민단체와 일부 신중한 학자들은 부동산 가격 폭등을 공급 물량 증가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으나 업계와 보수언론의 여론전에 묻혔다.

미분양 주택 급증은 큰 후유증을 낳는다. 당장 아파트값 하락을 더 자극하는데 이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실패로 인한 부동산 대출 부실을 낳고, 이는 건설사 연쇄부도로 이어져 경제와 금융 부실이라는 하향나선에 국가 경제를 빠뜨릴 위험이 크다.

아울러 주택 공급이 시차를 두고 이뤄지면서 건설사 자금 운용과 시간 격차를 이룬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택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해 정부가 대대적으로 풀어놓은 주택 규제는 이후 경기 반등시 다시금 아파트 가격 폭등을 불러오는 핵심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내년 민영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이 올해 대비 38% 줄어든 25만여 가구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연합뉴스가 부동산R114와 공동으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위 내 민간 건설사 분양 계획을 조사한 결과, 내년 전국 303개 사업장에서 25만8천3가구의 민영 아파트가 분양된다. 이는 분양 시점과 지역이 확정되지 않은 5만여 가구를 포함하더라도 계획물량 기준 올해 대비 38% 줄어든 수준이자 2014년(20만5천327가구)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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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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