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바뀌면 사라질 성남종합버스터미널…시민들 "공공재인 터미널, 시가 운영하라"

"성남시민 외 인근 타 도시 주민들도 이용, 갑작스런 폐쇄 당혹"… 상인들 "생계 막막"

경기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이 새해 첫 날 폐쇄가 예정된 가운데 그동안 해당 터미널을 이용해 왔던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역사회 내에서는 공공재인 터미널을 지자체가 직접 운영해 시민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9일 성남시 등에 따르면 2004년 운영을 시작한 성남지역 유일의 고속·시외버스터미널인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은 운영사인 ㈜엔에스피(NSP)가 적자 운영을 이유로 지난 2일 신청한 폐업 허가를 받아들임에 따라 오는 31일까지 운영된 뒤 내년 1월 1일자로 폐쇄된다.

▲2023년 1월 1일자로 폐업을 알리는 안내현수막이 성남종합버스터미널 입구에 부착돼 있다. ⓒ프레시안(전승표)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1년간 휴업을 선언했다가 ‘성남형 연대안전기금’ 1억3000만 원 등 시의 특별 재정지원으로 휴업을 철회했던 엔에스피는 이후에도 코로나19 장기화와 자가용 운전자의 증가를 비롯해 경강선 및 수서발 고속열차 개통 등의 영향으로 2019년 하루 평균 6700명이던 승객 수가 3500명으로 47%가량 줄어들고, 운수업체와 운행 노선도 감소하면서 운영난을 호소해 왔다.

시는 특별 재정지원 외에도 올해 △여객자동차터미널 특별지원금 4억8000만 원 △시설 개선 지원금 2억4000만 원 △터미널 라운지 조성비 9억6000만 원 등 총 16억8000만 원(도비 4억4900만 원 포함)을 편성한 뒤 일부를 집행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을 계속했지만, 엔에스피 측이 더 이상 터미널 운영을 지속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폐업 신청을 승인했다.

시는 터미널의 폐쇄로 인한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터미널 건물 앞 택시 승차장을 폐쇄한 뒤 임시터미널을 마련, 운영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의 조치에도 불구, 그동안 터미널을 이용했던 시민들과 터미널을 생계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상인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9일 오전 한산한 분위기의 성남종합버스터미널 대합실. ⓒ프레시안(전승표)

실제 이날 찾은 성남종합버스터미널에서는 영업을 중단해 불이 꺼진 점포 등 사이로 내부 곳곳에 부착된 ‘폐업안내’ 현수막을 바라보는 이용객들의 근심어린 표정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직장이 위치한 판교에서 2년째 거주하며, 본가인 충남 천안으로의 이동을 위해 매월 2∼3차례 터미널을 이용 중인 변진희(33·여)씨는 "최근에서야 안내 현수막을 통해 터미널 폐쇄 사실을 알게됐는데, 앞으로 본가에 어떻게 다녀야 할지 막막하다"며 "성남은 기차편이 없는데다 전철 이용 등 교통이 불편한 지역으로, 천안까지 다니려면 서울 강남까지 이동하거나 SRT 천안아산역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동시간과 동선이 현재보다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8년째 터미널 지하 1층 승강장 앞에서 매점을 운영 중인 이한복(70)씨도 "터미널 내에서 영업 중인 상인들은 터미널 폐쇄로 인해 생계가 막막해진 상태"라며 "상인의 입장에서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터미널 이용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운영에 어려움을 공감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충북 청주와 대전 등지로 매일 출퇴근 하는 시민 등 이용자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터미널은 자가용이 없는 교통약자들이 언제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인 만큼, 직접 터미널을 운영하는 일부 다른 지자체들처럼 성남시도 터미널을 직영하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에 지역 정치권도 동참하고 있다.

▲8년째 성남종합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매점을 운영 중인 상인이 앞으로의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프레시안(전승표)

지난 28일 진보당 성남시협의회는 터미널 앞에서 ‘대책없는 성남종합터미널 폐업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의 발인 터미널을 시가 직접 운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진보당은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은 건물 연면적 1만8231㎡·대합실 면적 4069㎡ 등 경기동부권 최대 규모로, 성남시민 뿐만 아니라 인근 용인 수지와 광주 및 하남을 비롯해 여주와 이천 지역 거주자들까지 이용 중인 곳"이라며 "그럼에도 시는 시민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땜빵식’ 임시터미널 운영 외에 터미널에 입주해있는 80여 개 점포 상인들에 대한 향후 지원방안 등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터미널 운영이 어려워진 것은 당장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이미 터미널 운영사는 경영난을 호소했고, 시의 긴급 지원으로 휴업을 막은 전례가 있다"며 "이후 1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새롭게 성남시의 수장이 된 신상진 시장은 지난 수개월 동안 임시 예산 편성 등 어떠한 대책 마련도 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터미널 폐업을 승인했다"고 꼬집었다.

▲28일 오후 진보당 성남시협의회가 성남종합버스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남시의 터미널 직접 운영을 촉구하고 있다. ⓒ프레시안(전승표)

그러면서 "교통 시스템 공학 전문가들은 ‘버스터미널은 공공재인 만큼, 민간업체가 운영하더라도 최소한의 운영비와 유지 관리비를 지자체 또는 정부가 지원해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며 "100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거주 중이고, 1년 예산이 3조5000억 원에 달하는 성남시가 터미널 하나를 직접 운영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진보당은 "버스터미널은 고속·시외버스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삼고 있는 교통약자 등 시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필수시설로, 시는 시민들의 공공재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따라서 시는 터미널 직영으로 ‘버스완전공영제’를 실현하는 등 보편적 복지 시정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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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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