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예산안 협상 타결 막후에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 역할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의장은 고비마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고, 결국 여야가 한발 씩 양보한 예안 합의안의 산파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야 모두 '명분과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23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여야는 전날 양당 원내대표 합의대로 이날 오후 2023년도 예산을 상정해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당초 제출한 639조원에서 4조6000억원 감액되고 3조5000억∼4조원 가량이 늘었다. 전체 규모는 기존 정부안과 큰 차이가 없다. 국민의힘은 핵심 의제로 밀어붙였던 법인세 인하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행안부 경찰국 예산을 일부 감액을 감수했음에도 편성에 성공했고, 민주당도 '지역사랑상품권' 등 과거 집권기 정책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예산안 협상 과정이 지지부진하면서 처리 법정 기한을 넘어서자 김 의장은 3차례 중재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지난 11월 중순에 김 의장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및 2년 유예안, 종합부동산세·금융투자소득세 완화 및 유예 등 핵심 쟁점에 대해 1차 중재안을 내고 여야 압박에 나섰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박홍근 원내대표,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주호영 원내대표 등을 직접 만나 해당 중재안을 설명했다.
법정시한인 12월 2일을 넘어서자 김 의장은 여야 협상을 촉구하는 한편, 지난 15일에 2차 중재안을 내고 법인세 최고세율 1%p 인하, 대통령령으로 설립된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예비비 지출 등을 제안했다. 이때 양 원내대표들과 물밑 조율을 치열하게 했다는 게 의장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16일 이후에는 3차 중재안을 내고 핵심 쟁점사항이었던 법인세와 시행령 예산 중재에 나섰다. 법인세 현행 과세표준 구간별로 각 1%p씩 인하, 행안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예산에 포함하되 50% 감액 등의 안을 제시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갈등의 불씨가 돼 왔던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의 경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 및 그 발언의 변화에 근거해 치밀하게 안을 마련했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은 두 원내대표를 국회의장 공관에 초청해 대화를 이어가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특히 예산안 처리시한을 4차례나 연기하면서까지 '여야 합의안 처리가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고, 양당 대화를 조율하며 인내했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는 말도 나온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한다. 취약계층 살려내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못 굴러가게 하는 것 아니냐. 국회의장 중재안에 연연하지 말고 여야가 합의해달라"고 때로는 강하게 질타한 것도 여론전에서 명분을 선점했다는 평가다.
용산 대통령실과 정부 설득 노력도 한몫 했다. 지난 5일 있었던 국가조찬기도회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당면한 한국경제의 어려움 △준예산의 위험성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거취 등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등 설득에 적극 나섰다. 의장실 관계자는 "최종 합의안이 마무리된 22일 오전에도 대통령실 관계자와 소통하며 마지막까지 설득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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