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 만난 이태원 유족 "2차 가해 막아달라" 호소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 "이제 더는 尹 대통령·이상민 장관 사과 필요 없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국민의힘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을 만나 여당 의원들의 2차 가해 발언 중지를 요구했다. 국정조사를 예산안 합의와 연계해서 진행한다는 국민의힘 입장을 두고는 "유가족이 협상 도구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20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여당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이만희 국조특위 간사 등 여당 의원 7명이 참여했다. 면담은 유가족협의회가 지난 15일 국정조사 사퇴 의사를 밝힌 여당 국조특위 위원들에게 면담을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주 원내대표는 유족들과의 만남이 늦어진 것을 사과하면서 "수사든 국조든 뭐든, 필요하면 진상 철저히 밝혀서 책임 물을 사람 묻고, 그다음에 철저한 배보상과 재발방지 위한 대책 세우겠다"라고 말했다.

또 세월호 참사 당시 정책위의장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세월호 진상조사, 손해배보상 등 여러 차례 협상해서 이뤄내면서 이런 사건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되겠다 다짐했지만 또 이런 일이 일어나서 국회의원으로서 잘못 있는거 아닌가 반성한다"라며 국조 위원들에게 "(유가족들의) 요청사항, 비통한 마음 들으시고 국정조사 과정에서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이 협상 도구냐"...국정조사 사퇴한 與에 유족들 분노

이 같은 여당의원들의 발언을 두고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여당 위원들에게 "왜 (시민분향소에) 안 오셨냐"라고 물으며 "우리 아이들이, 이태원에서 희생하신 분들이 잘못한 건지 아니면 여기 국민의힘 의원들이 무엇을 무서워해서, 왜 못 오는지 이해가 안 간다"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특히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성 발언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또 비슷한 발언이 나왔다"라며 "도대체 왜 번갈아가면서 우리를 죽이려고 하냐"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김미나 창원시의원을 비롯해 비대위원인 김상훈 위원 등은 유족들을 향해 2차 가해성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발언 도중 다가온 주 원내대표를 향해 "다른 의원들 주둥이(입) 단속 시켜달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참사 희생자 고 박가영 씨 어머니도 "의원들이 한마디 하면 다른 지지자들이 10배로 갚아준다"라며 "의원들 지지하는 분들 오셔서 애들 영정에다 이xx 등 욕을 한다. 그런 소리 온전히 듣다가 기절하게 된다"라고 한탄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사 유족과 시민단체에게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지마라'나 '참사 영업' 등 발언을 쏟아낸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부대표는 "여당에 있는 분들은 저희가 시민단체나 반정부조직이 결합해서 유족들이 그런 것에 물들어 왜곡되고 편중될 거라 얘기한다"라며 "유족들 요구는 절대 무리하거나 수용하기 힘든 그런 게 아니라, 가족으로서 부모로서 아쉽고 힘든걸 들어달라고 사정하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당 의원들에게 "새 정부면 이런 참사 일어나고 국민 아파할 때, 토닥거려 줄 것이라 믿었지만 정부나 여당이나 철저히 저희를 외면했다"라며 "국정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게끔 방해하거나, 진상조사 제대로 되지 않을 시에는 밖으로 나가겠다. 그때는 여당에서 이야기 하는 그런 모습 보게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간담회에서 오열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국정조사에 불참한 것과 관련해서 "희생자들이 협상의 도구냐"라며 "예산안 처리, 이상민 장관 해임안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무슨 관련이 있길래 그러냐"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죽어야 당신들이 움직이는거냐"라며 국조 특위 위원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내일 당장이라도 (국정조사에) 복귀해달라"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발언을 하는 중간중간 책상을 내리치기도 했다. 공개된 간담회 시간 내내 유족들의 울음소리는 계속됐다.

이후 간담회는 비공개로 전환되어 2시간이 넘도록 진행됐다.

"2차 가해 조치하겠다"국정조사도 복귀 선언

유가족협의회 법적 대리를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윤복남 변호사는 간담회 이후 "유족들은 예산과 연계해서 국정조사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 적절치 않다고 항의했다"라며 "주호영 원내대표는 예산안이 워낙 12월에 급한 사항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조건부 연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국조특위 간사 또한 간담회 이후 국정조사 복귀 일정에 대해 "당장 입장 결정할 수 있는 문제 아니고, 국조 위원들도 모여서 회의 이어갈 생각"이라며 "국조특위가 언제든지 가동될 수 있도록 양당 간사 간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사실도 유가족에게 말씀 드렸다"라고 말했다.

내년 1월 초로 예정된 국정조사 기한 연장에 대해서도 유족들은 연장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주호영 원내대표는 "현 단계에서 기한 연장 부분은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라며 "나중에 추후 고려할 사항"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간담회에서 눈물 흘리는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를 위로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주호영 원내대표는 유족 면담 이후 국조특위 위원들의 사퇴 의사를 반려하고 국정조사에 참여하도록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복귀 일정을 정확히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내일 아침부터 현장조사가 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의 2차 가해성 발언에 대해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발언 신중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겠다"고 밝혔다고 이만희 간사는 전했다. 

다만 여당 의원들의 발언은 "유족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시민대책회의 소속) 단체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라면서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그렇게 받아들여지면 앞으로 그런 부분조차 없도록 하겠다고 유족들에게 말씀 드렸다"라고 말했다. 김미나 창원시의원에 대한 징계에 대한 중앙당 차원의 논의는 없다고도 밝혔다.

유족들은 참사 생존자에 대한 관심도 정부·여당에 요청했다. 협의회 이정민 부대표는 "생존자들을 위해 더 이상의 극단적인 선택, 이런 사고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정부에서 배려하고 조치취해 달라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국정조사 과정 지켜볼 것"...대통령은 입장 표명 없어

유족들은 향후 국정조사 등 진상조사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부대표는 "마지막으로 기다린다"라며 "저희가 원하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낱낱이 이루어질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서 여야가 국정조사를 임하는 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 과정이 "부진하거나 저희가 원하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때 이제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라며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 최선을 다해서 정부에 항의하고 끝까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사과도 더 이상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종철 대표는 "더는 윤 대통령 사과 필요없다. 이상민 장관 또한 파면이든 사퇴를 하든 신경 안 쓰겠다"라며 향후 "저희 아이들을 고스란히 추모하는데 의미를 둘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금요일 참사 49재 당시 대통령실에 보낸 요구서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 표명은 없었다고도 협의회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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