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내뿜는 에어컨을 '기후 예산'으로 보급한다고?

정의당 장혜영 의원, 2023년 기후대응기금 예산에 '에어컨 보급' 편성 지적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인 '기후대응기금' 사용 예산에 '에어컨 보급 사업'이 편성된 것으로 알려져 기금 취지에 맞지 않는 사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이 18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기획재정부는 2023년 기후대응기금으로 에어컨 보급 사업을 편성했다.  

해당 사업은 '저소득층 에너지효율 개선' 사업의 일환이다. 저소득층에게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보일러 대상으로 한 에너지효율 시공지원과 폭염을 대비한 에어컨 보급 지원을 하는 경우 그 비용을 100% 보조하는 사업으로, 본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특별회계로 편성 및 집행되고 있었으나 올해 1월 기획재정부 소관의 기후대응기금으로 이관됐다.

문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에어컨 보급 사업은 해당 기금의 목적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장혜영 의원실은 "에어컨 가동에 사용되는 냉매 기체인 수소불화탄소(HFCs)는 지구 온난화를 야기하는 강력한 물질 중 하나"라며 "지난해 기재위 예산심사 과정에서도 해당 사업이 기후대응기금으로 편성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전혀 시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가 규제하는 온실가스 중 하나인 수소불화탄소(HFCs)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가 140∼1만1700배에 달한다.

또한 해당 사업이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법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의원실에 따르면 기재부는 2023년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을 위해 909억7500만 원을 배정했다. 2023년 기후대응기급 수입 항목 중 '배출권매각대금'(배출권 유상할당 수입)의 감소가 예상되자 복권기금에서 910억 원을 전출하여 사업 예산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기재부는 복권기금을 사용할 때 제출해야하는 '복권기금 사용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즉 복권기금을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후대응기금으로 전출하였고, 기후위기 대응에 사용하여야 하는 예산으로 '에어컨 보급'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장 의원은 "기재부 필요에 따라 예산이 휘둘리고 있다"며 "저소득층에 대한 냉난방 시공 및 설비는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이 사업은 '정의로운 전환' 측면에 부합하지 않으며, 에어컨 보급 사업은 온실가스 감축과는 배치되는 사업으로 기후대응기금 목적에 맞지 않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1월 신설된 기후대응기금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기금의 목적을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69조)로 명시했으며 기금의 용도 또한 온실가스 감축 기반 조성, 감축활동 지원 등으로 제한했다. 기금의 재원은 온실가스 배출제 유상할당으로 발생하는 수입, 정부 출연금 등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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