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3%P', '당원투표 100%'…협상 가로막은 尹대통령 '가이드라인'

대통령실 "예산 기조 설명은 의무이자 도리"

여야의 새해 예산안 대치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수직 관계가 한층 부각됐다.

예산안 갈등의 쟁점인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입장은 완강하다.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16일 "우리 기업들이 높은 법인세 부담을 안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며 "정치적 대립 중에도 합의의 순간이 있어야 한다. 평행선 질주를 멈춰야 한다"고 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P) 낮추도록 하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은 중재안을 수용했으나 국민의힘이 25%에서 22%로 3%P 인하하자는 정부안을 고수해 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완강한 태도에는 법인세 인하에 관한 윤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여러 차례 "법인세 인하는 대기업만의 감세가 아닌 모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민간 중심의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안 통과를 독려했다.

김 수석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법인세 실효세율 격차, 미국, 프랑스, 영국의 법인세 인하 조치 등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나라 살림을 균형있게 짜고 외풍에 대비하는 데에 정쟁이 개입되지 않았으리라 믿는다"고 거듭 야당에 견제구를 던지며 정부안 고수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지난 2008년 법인세 인하로 얻은 효과를 거론하며 "총 투자가 100조 원 이상 증가했다"며 "법인세는 함께 종사자와 소액투자자, 협력업체까지 많은 분들에게 고용창출과 소득 증가로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법인세 인하율을 묻는 질문에 "협상의 권한은 전적으로 여야에 부여돼 있다. 수치는 우리 몫이 아니"라면서도 "정부의 정책 기조는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통해 말씀드렸다"며 정부안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실의 입장이 3권 분립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도 "예산 기조를 설명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의무이자 말씀드려야 할 도리"라고 반박했다. 이는 국민의힘에 제시한 협상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적용되는 '룰' 갈등에도 윤 대통령의 입김이 가시화됐다.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당원투표 100%가 낫지 않나"라고 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친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당대회 룰 변경 요구가 거세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 보도에 대통령실도, 윤핵관들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며 "경선개입은 심각한 불법"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 엄격하게 지켜야 할 공무원은 바로 대통령"이라며 "민심이 두렵지 않나.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에서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 우리가 입장을 말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거리를 뒀으나 윤 대통령의 사석 발언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제약과 바이오 관련 주식 보유 논란으로 사의를 표한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후임으로 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을 내정했다. 지 소장은 윤 대통령의 대광초등학교 동창이자 서울대 법대 동기인 이철우 연세대 로스쿨 교수의 배우자다.

이같은 친분 관계가 인선 배경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에 이 관계자는 "지 내정자는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25년 이상 국내의료기관의 보건의료 분야에서 활동한 감염병 전문가"라며 "국민보건과 방역정책을 수행하는 전문성이 있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내년도 예산안 등 현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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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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