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이상 없다' 그 참을 수 없는 국가의 공허함

[초록發光] '탄소중립 글로벌 중추국가', 이상 없다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 강화, 에너지 新산업 창출을 통한 튼튼한 에너지 시스템 구현"

지난 7월에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의 비전이다. 그 뒤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8월)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 개정 초안(9월)이 공개됐다. 그리고 '에너지 위기 대응과 저소비 구조로 전환을 위한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 대책'(9월)이 나왔다. 한결같이 남 탓을 통해서 드러내고자 하는 에너지 시스템의 튼튼함이란 과연 무엇일까.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으로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일종의 K-강성대국론이다.

'에너지 환경 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11월)의 추진방향은 "국내 산업에 기여하고, 주민과 함께하는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재생에너지 추진"이다. 이런 미사여구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빈약하다. 대신 전 정부와의 차별화는 단순 명료하다. 

첫째,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합리적 조화"가 재생에너지 정책의 시작이자 끝이다. 둘째, 수용성과 민원을 핑계 삼아 시민주도형 중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에 우호적인 제도적 기반은 축소한다. 반면 5대 부문 16대 과제 대부분은 기존 재생에너지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환적 공공성'의 부재 상태 또한 지속된다.

"탄소중립 글로벌 중추국가로의 도약"

10월 26일, 공식 출범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설정한 <탄소중립·녹색성장 추진전략>의 비전이다. 3대 정책방향은 ① 책임있는 실천(과학과 합리에 바탕을 둔 의사결정과 정책 추진), ② 질서있는 전환(법과 절차의 준수, 초당적 협력과 사회적 합의 중시), ③ 혁신주도 탄소중립·녹색성장(혁신에 기반한 온실가스 감축)으로 제시됐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와 무엇이 다를까. "어찌 됐든 국제사회에 약속은 했고 이행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짐작건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날리면 안 되나 보다.

며칠 지나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탄소중립위원회의 민주적 참여 원칙 위반 비판과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구성된 위원회의 명단을 보면, 타당한 지적이다. 

특히 '탄소중립기본법'의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 규정을 다룰 수 있는 위원은 없다. 최소한의 구색도 갖추지 못했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의 위원회 구성과 운영의 자기 성찰 없는 무조건 반사적 태도는 곤란하다. 그 정도로 심하지 않았다는 점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책임, 과학, 합리, 질서, 협력, 합의, 혁신 등 그 무엇 하나도 자기 자신은 예외라고 여기는 대통령, 정치인, 관료들을 위해 지면 낭비를 무릅쓰고, '탄소중립기본법' 조문 일부를 인용한다. 내용과 표현이 여전히 논쟁적이지만, 부디 곱씹어 보길 바란다.

'기후정의'란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사회계층별 책임이 다름을 인정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동등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며 기후변화의 책임에 따라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부담과 녹색성장의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어 사회적·경제적 및 세대 간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제3조 정의 12).

'정의로운 전환'이란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여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방향을 말한다(제3조 정의 13).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 등 각종 참사가 이어지는 국면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 쉽지 않다. 그러나 사회적 참사와 기후재난을 포함한 복합재난의 시대에는 국민안전의 날(4월 16일)과 푸른하늘의 날(9월 7일) 지정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없다. 비극도 반복되지만 희극도 반복된다. 녹색성장위원회의 재탄생도 그런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2015년 당시 나경원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신분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고위급 연설을 대신했다. 이제 나경원 기후환경대사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 기후총회(COP2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그동안 나 대사가 국가를 대표할 정도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지 의문이다.

'탄소중립 글로벌 증추국가'라는 공허한 구호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al State)에서 '탄소중립 이상 없다'는 그 참을 수 없는 국가의 공허함은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11월 8일,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는 '9·24 이후 기후운동 전망(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2019년 이후 기후정의운동은 분명 성장했다. 거리에서 분출한 활력 못지않게 '우리의 요구'가 의미하는 바는 상당하다. 첫째,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를 종식해야 한다. 둘째, 모든 불평등을 끝내야 한다. 셋째,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는 더 커져야 한다.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에 공식 접수된 것 역시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이제 국회 안팎에서 '탈석탄 정의로운 전환 특별법'으로 성안될 필요가 있다. 

에너지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양이원영 의원 대표발의),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노동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수진 의원 대표발의), 산업전환시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임의자 의원 대표발의)을 참고할 수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취지와 시책이 제한적이다.

반면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 기본법안(강은미 의원 대표발의)의 노사공동결정 조항은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단계별 탈석탄 로드맵을 설정하고, 그에 맞춰 산업전환, 노동전환, 지역전환에 대해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장 변동으로 인해 발생한 과도한 이윤 축적에 대해 횡재세(초과이윤세)를 징수하고, 기후위기와 기후부정의를 초래한 기업에 대해 손실·피해 배상금(보상금)을 부과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우리의 요구는 진화해야 한다. 기후정의전선은 살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BNDCC)에서 열린 'B20 서밋 인도네시아 2022'에서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의 역할, 그리고 디지털 전환 시대의 글로벌 협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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