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선거 예상 밖 '초접전'…트럼프 '키즈'들 희비 엇갈려

하원, 공화당 다수당 탈환 예상되나 민주당 예상 밖 선전

미국 중간선거에서 하원은 공화당이 우세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상원의 경우 여전히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후보자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9일 (현지 시각) 오하이오 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J. D. 밴스는 개표가 91% 이상 진행된 가운데 53%의 지지를 얻어 46%의 득표율을 보인 티모시 존 라이언 민주당 하원의원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그는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가로 성공했지만, 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에서 나고 자라며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이같은 본인의 경험을 담아 밴스는 <힐빌리의 노래>라는 저서를 발간했는데,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백인 노동자들이 왜 트럼프를 지지하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책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정계에 입문하기 전 밴스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나는 절대 트럼프 사람이 아니다. 그를 좋아한 적이 없다"며 트럼프를 '미국의 히틀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는 정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열렬한 트럼프 추종자가 됐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발표하면서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고 이후 본 선거에서 상원의원 당선까지 이어지게 됐다.

▲ 오하이오 주 상원의원 선거에 나선 J.D밴스 공화당 후보가 8일(현지 시각)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가 공화당 내 경선과 본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후보로 나선 모두가 트럼프의 '은총'을 받지는 못했다.

이번 상원의원 선거에서 최대 접전 지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의사 출신 메메트 오즈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패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방송 <CNN>은 개표가 91% 진행된 상황에서 49.8%의 지지를 얻고 있는 존 페터만 민주당 후보가 47.7%를 득표한 오즈 후보를 제치고 상원의원에 당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미국의 주요 선거 때마다 판세를 결정짓는 경합주로, 지난 2016년 대선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승리했지만 2020년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근소한 차이로 신승을 거둔 곳이다.

이번 선거 역시 막판으로 갈수록 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트럼프·바이든 뿐만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유세에 나서며 민주·공화당이 세 집결에 총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선거에 나선 오즈(가운데, 빨간색 넥타이) 공화당 후보가 8일(현지 시각)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0년 대통령 선거를 부정하면서 트럼프의 지지를 받은 미식축구 선수 출신 헐셔 워커 조지아주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역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96%가 개표된 상황에서 워커 후보는 48.8%를 득표해 49.1%의 지지를 받은 민주당의 라파엘 워녹 현 상원의원에 근소한 차로 뒤져있다.

조지아주의 경우 출마한 모든 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결선 투표를 실시하게 돼 있어 민주·공화당 후보 모두 12월 결선투표를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 여성 흑인 상원의원을 노렸던 민주당의 발 데밍스 하원의원은 플로리다 주에서 마르코 루비오 현 상원의원과 대결에서 15% 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루비오 의원은 이로써 3선 연임에 성공했다.

5선에 성공한 의원도 있다. 척 슈머 뉴욕주 상원의원은 56.4%를 득표해 42.6%의 지지를 얻은 조 피니언 공화당 후보를 제치고 5선 당선을 확정했다. 1974년 뉴욕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계에 진출한 그는 1998년 뉴욕주 상원의원 당선을 시작으로 이번 선거까지 5선에 성공하면서 50년 가까이 의원직을 유지한 기록을 갖게 됐다.

하원, 공화당 다수당 탈환 예상되나 '레드 웨이브'는 없어

하원에서도 공화당이 과반을 탈환할 것이라는 예측은 유지되는 가운데 민주당이 예상 외로 선전하고 있어 공화당이 압승을 거두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CNN 방송은 9일(현지시각) 개표 진행 결과를 토대로 공화당이 195석, 민주당이 174석을 확보했다고 봤고 ABC 방송은 공화당이 207석, 민주당이 188석을 확보한 것으로 예측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이 194석, 민주당이 162석을 확보한 것으로 봤다. 전반적으로 공화당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총 435석인 하원의 과반(218석)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11~24석 가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서부 주들의 개표 진행이 느리다는 점을 언급하며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했는지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얻는 데는 수 일 이상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NBC 방송은 이날 개표 진행 상황을 토대로 최종적으로는 공화당이 하원에서 219석을 차지하며 민주당(216석 예측)을 근소한 차로 누르고 과반을 점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화당 압승에 대한 예측이 잦아들며 양 당의 표정도 달라졌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짚었다. 매체는 캐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9일 새벽 기대됐던 대승 축하 연설 대신 "내일 아침 일어나면 (민주당은) 소수당이 돼 있을 것"이라는 짧은 연설을 하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9일 아침 성명에서 "많은 지역에서 초접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민주당) 하원의원들과 후보들이 전역에서 기대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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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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