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대선 이틀 만에 침묵을 깨고 권력 이양을 승인했다. 직접적인 패배 시인도 없었지만 결과 불복 주장도 없었다. 다만 선거 불복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는 지지자들의 시위를 사실상 독려해 혼란의 불씨를 남겼다는 우려가 나온다.
<AP> 통신은 1일(현지시각)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브라질리아 관저에서 지난달 30일 치러진 대선 뒤 처음으로 한 공개 연설에서 권력 이양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내게는 언제나 반민주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비판자들의 주장과 달리 나는 언제나 헌법 틀 안에서 행동했다"며 법을 준수해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통신은 연설에 이어 시루 노게이라 대통령 비서실장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자신에게 권력 이양 절차 개시 권한을 부여했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약 2분간 이어진 짧은 연설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패배를 시인하는 발언은 없었고 룰라 당선인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꺾고 당선됐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근거 없는 개표 조작설을 퍼뜨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패배 시인을 미루며 선거 불복에 대한 불안이 커져 가고 있던 상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연설에서 지지자들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현재 진행 중인 대선 불복 시위를 사실상 독려했다. 그는 "현재의 민중 운동은 선거 과정에 대한 분노와 부당함의 산물"이라며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는 "우리 시위가 기물을 파괴하고 통행권을 제약하는 좌파의 방식이어선 안 된다"며 폭력 사용은 피해야 한다고 했지만 "평화 시위는 언제나 환영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뒤 브라질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 집단 중 하나인 트럭 운전사들을 중심으로 고속도로 점거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권력 이양 발표 뒤에도 선거 불복 시위는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밤까지 브라질의 27개 주 중 21개 주 190곳에서 도로 봉쇄가 이어졌다고 연방 고속도로 경찰을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는 연료와 식품 운송을 포함해 물류가 마비된 상태고 상파울루 공항 주변 교통 체증으로 수십 편의 항공기가 결항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소셜미디어(SNS)를 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날 연설을 시위에 대한 암묵적 지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상파울루 공항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 봉쇄 시위 현장을 지킨 한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가 "투표 기계의 진실을 원한다"며 "군대가 개입해 올바로 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토머스 트라우먼 브라질 정치분석가는 <AP> 통신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연설은 "이중적 움직임"이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패배를 시인하지 않고 긴장감을 유지한 채 "지도자로서 계속 통치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평화 시위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분석가 안드레 케사르도 <로이터> 통신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시위대를 비판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며 "보우소나루는 이 (대선 불복 시위의) 불을 끄지 않았다"며 "그는 극단주의적 지지자 동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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