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건의안 공 넘겨받은 尹대통령 선택은?

박진 "외교 참사 동의 못 해…맡은 바 소임 다할 생각"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선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에 쏠린다.

박 장관은 30일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은 이번 대통령 순방이 외교 참사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저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박 장관은 거듭 "야당의 질책은 국익 외교를 더욱 잘해 달라는 차원에서 경청하겠다"면서도 "지금은 정쟁할 때가 아니고 국익을 생각할 때라는 의미에서 외교부 수장으로서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해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이후 윤 대통령과 통화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통화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윤 대통령은 박 장관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윤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박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라며 힘을 실었고, 김대기 비서실장도 "총칼 없는 외교 전쟁의 선두에 있는 장수의 목을 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까지 해임 건의안에 관한 추가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직접 통화한 박 장관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데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도 야당의 '외교 참사' 비판에 특정 언론의 '자막 조작'이라며 맞불을 놓고 있어 한동안 여야 대치가 풀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국회를 통과한 해임건의안에 윤 대통령이 실제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해임건의안은 해임을 강제하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국회가 행사한 견제권을 수용하지 않은 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과거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의결된 장관 6명 가운데 5명이 물러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만 자리를 지켰다.

이번 순방의 외교적 득실 공방을 넘어 '비속어' 파문으로 비화된 악영향도 윤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다.

이날 <한국갤럽>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최저치(24%)로 하락했으며, 순방 평가에서도 부정 여론(54%)이 긍정 여론(33%)를 크게 앞섰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진 외교부 장관이 30일 서울 외교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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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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