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런던 도착 시간도, 외교부 장관 위치도 "몰라"

대통령 부재시 국정운영 책임자인 총리가 대통령 순방에 대해 '모르쇠'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참석 전 조문을 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외교 의전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런던행 출발‧도착 시간은 물론 외교부 장관이 대통령과 같이 있었다는 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한덕수 총리는 윤 대통령이 언제 서울공항에서 런던으로 출발했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문에 "지금 외교부 차관이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아마 한 (오전) 9시쯤 출발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답을 내놨다.

윤 대통령의 순방이 이미 대다수의 언론 보도로 공개됐음에도 대통령의 순방 출발 시간을 이 시점에 외교부 차관에게 들었다고 말하는 거냐는 김 의원의 지적에 한 총리는 "일정 보고를 받는 것"이라면서도 이후에 이어진 대통령 일정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그는 대통령이 런던에 언제 도착했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우리와 (런던이) 8시간 차이고 (비행시간이) 한 12시간쯤 되니까 아마 현지 시간으로 한 오후 1시쯤 되지 않았을까"라며 도착시간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정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현지 도착시간은 조문이 장례식 전에 이뤄지는지, 아니면 이후에 이뤄지는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었다. 그래서 정부는 윤 대통령이 당일 오후 3시에 도착해 일정상 조문을 장례식 후에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한 총리가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자 김 의원은 "대통령 일정에 관심이 없나? 대통령이 해외 출장 가면 전체 국정 운영을 누가 해야 하나"라고 따져 물었고 한 총리는 "그날 태풍 때문에 비상 상황이 있었다"라며 대통령의 일정을 확인하지 못한 이유를 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 총리는 당시 현장에 외교부 장관이 없었다는 것도 몰랐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그는 박진 외교부 장관은 어디에 있었냐며 따지는 묻는 김 의원의 지적에 대해 "외교부 장관은, 글쎄. 대통령님을 모시는 걸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의원님께서 달리(말씀하시는 것 보니)"라며 외교부 장관이 뉴욕 유엔 본부에 있다는 걸 모른다는 듯한 답을 내놨다.

김 의원은 "장관은 뉴욕에 가 있었다. 허허벌판 런던에 그냥 대통령 내외를 보내놓은 거다. 그러니까 이런 우발 사항이 생겼을 때 협조가 안 되는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외교 참사"라고 꼬집었다.

에마뉘엘 마크릉 프랑스 대통령은 교통에 문제가 있어서 걸어서 조문했고 일왕 부부는 왕실 주최 리셉션 이후에 조문을 했다며 정부가 융통성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김 의원의 지적에 한 총리는 "모든 것은 영국 왕실하고 충분히 협의를 하고 했다고 생각한다"는 답을 내놨다.

한 총리가 대통령의 이동 관련 사항과 국무위원의 현 위치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을 두고 대통령 부재시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인사로서 부적절한 직무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조문 논란과 관련해 책임을 피해가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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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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