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리자 사찰 시작한 IAEA "원전 무결성 훼손"

사찰단 원전 향하는 도중에도 포격 계속…사찰 사흘간 진행될 듯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러시아군이 점거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전 사찰에 착수했다. 최근 원전 주변에 연일 포격이 이어지며 방사능 유출 위험이 극대화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을 보면 14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IAEA 사찰단은 1일(현지시각)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핵심 시설을 초기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날 5시간 가량 이어진 조사를 마친 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원전의 물리적 무결성이 여러 차례 훼손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훼손이 "고의적으로 이뤄졌는지, 아니면 우연인지 평가할 근거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은 자포리자 원전에 5명의 IAEA 전문가가 남아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사찰은 오는 3일까지 사흘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포리자 원전 사고 위험은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군이 이 시설을 점거한 이래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점거 초기부터 우크라이나 원전 노동자들이 러시아군 통제 아래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일하며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최근 원전 주변에 폭격이 계속되며 사용휴핵연료 저장 시설이나 원자로 손상 등 사고 발생 위험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다. 지난주엔 포격으로 화재가 발생해 원전으로 통하는 송전선이 훼손되며 단전까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냉각 장치에 전력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원자로 노심부가 녹아내리는 노심용융(멜트다운) 위험이 제기됐다. 당시 원전 노동자들이 예비용 발전기를 돌려 간신히 사고를 모면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도 원자로 노심용융이 발생했다.

지난주 우크라이나 당국은 원전 주변 주민들에게 피폭에 대비해 방사능 축적을 막는 요오드 알약까지 배포한 상태다. 다만 원전 주변 방사능 수치가 높아졌다는 보고는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를 포격 주체로 지목하며 비난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 쪽 모두가 사찰단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찰단이 원전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포격이 계속돼 도착이 수 시간 지연됐다고 보도했다. IAEA가 교전 지역 핵사찰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IAEA는 이번 사찰에서 냉각 장치를 포함해 원전의 안전 체계를 점검하고 시설 손상 정도를 살필 예정이다. 원전 노동자들을 면담하고 이들의 작업 조건에 대한 평가도 이뤄질 전망이다.

IAEA는 최소 수일 간의 사찰을 희망하지만 앞서 자포리자주 러시아 점령지 민군 합동 행정부 대표인 예브게니 발리츠키는 조사단이 하루 동안 시설을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조사 일정이 충분히 주어질 지는 미지수다. 다만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1일 발리츠키가 사찰단이 "24시간 이내에 모든 작업을 완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이들은 조사를 위해 대략 이틀의 시간을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키이우에 위치한 국립전략연구원 에너지 분석가 올렉산드르 수크호돌랴는 이번 사찰이 원전 사고 "위험에 대한 더 많은 주의를 불러일으키고 러시아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할 동력이 될 순 있다"면서도 "원전 주변의 전투가 이 전쟁의 가장 큰 환경 및 건강 위험으로 떠올랐다는 명백한 사실을 강화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 영상 연설에서 "원전 주변을 비무장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실질적 위험을 막기 위해 이 지역에서 휴전이 선언되고 러시아군이 원전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IAEA에 해당 권한은 없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가운데 왼쪽 흰색 모자) 사무총장과 사찰단이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를 찾아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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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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