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은 왜 '불법' 노동자가 되고 있나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학생'이자 '지역 주민'이며 '노동자' 인 유학생

국내 유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1999년 1623명에 불과했던 국내 유학생은 2020년 18만 2487명으로 100배가 넘게 증가했고, 코로나-19 펜데믹의 타격에도 불구하고 2021년 16만 3697명으로 집계되었다. 이제 유학생은 우리나라 전체 외국인 상주인구에서 10%이상을 차지하는 집단으로 성장했다.

많은 유학생들은 우리나라의 우수한 교육과정을 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한국행을 선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유학의 목적지가 된 배경에는 정부와 대학의 역할이 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인원 수급이 점차 어려워지는 가운데, 정부와 대학이 앞서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학생의 유치는 대학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방법이자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Study Korea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유학생의 유치를 위한 노력을 가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의 주요 배경: 시간제취업 제도

정부와 대학은 유학생의 유치를 위해 유학생 초청 사업 확대, 해외 네트워크 형성, 대학의 영어 전용강좌, 한국어 연수프로그램 확대 장학금과 기숙사 지원 등의 유학생 유치여건 개선사업을 실시했다. Study Korea 프로젝트 시행 이후 본격적으로 증가한 유학생의 수는 이를 뒷받침한다.

또 하나 중요한 유인책은 유학생의 취업연계를 통한 유치지원으로, 정부는 2002년부터 유학생에 대해 시간제취업(주당 20시간 이내 노동)을 허용했다. 다른 국가와 달리 학업과 취업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은 학생들에게 있어 분명히 장점으로 작동하여 한국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유학생의 취업은 공식적인 통계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2021년 5월 기준으로 유학생 취업자는 약 3만 4100명으로, 동일 시점 전체 유학생 규모에서 약 23%를 차지한다. 현재 약 90%이상의 유학생이 중국,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의 중·저소득 국가 출신이고, 전체 유학생의 91%이상이 자비로 학업을 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필자는 2021년 서울·대구·청주에 거주하는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취업경험을 심층면접을 하였는데, 당시 면접대상자 18명 중 모두가 취업을 해 본 경험이 있었고, 17명이 취업상태에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취업이 대부분 '불법'이라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설문조사에서는 보통 노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허위 기재를 한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자신의 노동이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취업을 하려 노력했고, 실제로 취업을 했다. 불법임을 알고 있음에도 유학생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것일까? 필자의 심층면접 및 현장연구 결과, 유학생들의 불법취업은 동시에 정부, 고용주, 유학생들의 사회적 관계망, 대학 및 유학원을 비롯한 브로커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시간제취업 제도 하에서 생산되는 불법 노동

시간제취업 제도에 따르면 전문대 이상의 교육기관 재학자(입국 후 6개월이 경과된 자에 한함)가 학교 유학생 담당자의 확인을 받고,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허락을 받으면 취업이 가능하다. 언뜻 보기에 취업은 매우 쉬운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학점미달 등의 졸업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허가 대상에서 제외되고, 취업이 허용되는 분야도 제한되어 있다. 법무부가 허용하는 유학생의 노동 분야는 일반 통역·번역, 음식업 보조, 일반 사무보조, 영어마을이나 영어캠프 등에서의 가게 판매원, 식당점원, 행사보조요원, 관광안내 보조 및 면세점 판매 보조 등이다.

한편 허용이 되지 않는 분야는 장소 및 대상 등의 특수성이 있는 개인과외 교습, 제조업(예외적 허용도 존재함), 건설업, 농업 등이다. 즉, 유학생은 언어 관련 업무나 식당 관련업, 판매 서비스업에서 취업이 가능하고, 일반적인 이주노동자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의 취업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법무부가 밝힌 바와 같이 유학생의 국내 조기 정착을 지원하는 동시에 "단기간의 금전적 이익을 위해 불법취업자가 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시행된 것이지만, 유학생이 허용된 분야 외에서 취업을 하는 순간 이들은 불법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학기 내 주중 20시간(대학 유형에 따라 달라지며 최장 35시간까지 가능)으로 제한된 노동시간도 마찬가지이다. 주말이나 방학에는 시간제한이 풀렸지만, 주중 20시간이라는 노동시간은 이들의 제한된 노동 분야와 맞물려 이들을 더욱더 불법의 길로 이끈다.

2021년 기준 최저시급은 9,160원이다. 주중 20시간을 채워 일해도 이들에게 주어지는 돈은 한 달에 73만 2800원에 불과하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학생들에게 이는 한참 부족한 금액이다.

그것도 최저시급을 받았을 때 가능한 얘기다. 필자가 만난 학생들 대다수는 최저시급을 받지 못했다. 특히나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인턴처럼 보수 없이 "하는 거 봐서 시급을 결정"하겠다는 고용주들이 많았고,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았다.

고용주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불하면, 이는 임금체불에 해당되므로 고용노동청에 신고하여 차액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을 때의 얘기다. 학생들은 대부분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아니 작성하지 못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자신의 취업을 신고할 때, 고용주의 사업자등록증 사본, 표준근로계약서 사본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제출해야 한다. 고용주가 사업자등록증이 없거나 최저시급을 비롯한 근로조건을 명시하지 않는 경우, 유학생은 시간제취업을 신고하거나 허가받을 수 없다.

학생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고용주에게 사업자등록증 사본과 표준근로계약서 사본을 요구하지만, 고용주들은 자신의 등록증을 학생들에게 넘겨주는 것을 꺼려하거나 고용주 자체가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이들은 표준근로계약서의 작성을 거부했다. "알아서 잘 챙겨줄" 것이고, "외국인이기 때문에 하는 거 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겠다는 말을 주로 했다고 한다. 표준근로계약서가 없으니 명시된 노동 조건도 없고, 주휴 수당을 받을 수도 없으며, 당연히 최저시급을 받을 수도 없다.

유학생들은 최저시급에 못 미치는 적은 돈을 받지만, 이로써는 생활비와 학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노동 시간을 늘리거나 다른 일거리를 찾는다. 불법 노동이 또 다른 불법 노동을 낳는 순간이다.

유학생들의 사회적 관계망 또한 이들을 불법 노동 시장으로 유입시키는 요소이다. 대다수 유학생들은 어려움이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자신들의 에스닉 커뮤니티를 활용한다. 이들은 일자리를 찾거나 방을 구하러 다닐 때 SNS에 글을 올리거나, 이미 게시된 글을 보면서 필요한 정보를 획득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불법 노동 분야인 공장이나 농장, 과수원 등으로 유입됐다. 일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거나,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 대한 광고나 소개글을 보고 직접 지원을 하기도 했으며, 이미 일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소개를 받기도 한다. 합법적인 노동시장으로 들어갈 때도 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쉽게 불법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학업'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 학생이 '노동'을 한다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들이 있을 수 있다. 그것도 멀리서 공부를 하러 온 유학생이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노동'을 먼저 제시한 것은 우리나라 정부와 대학, 그리고 유학원 등의 브로커들이다. 정부는 시간제취업 제도를 만들어 한국 유학의 유인책을 만들었고, 대학과 유학원은 "한국에서는 일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유학생들이 막상 한국에 오니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은 미허가나 불법적인 일이었고, 정부가 허가하는 일자리는 구하기 어렵고 최저시급 이하였다. 특히나 유학원을 통해 들어온 유학생들은 유학원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입국과 동시에 일자리를 구하기도 했다.

입국 전에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몰랐고, 입국 이후에는 생각보다 훨씬 높은 생활비와 학비 및 유학원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취업은 이들에게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불법' 노동에 대한 해결보다 유학생에 대한 이해가 우선

유학생의 불법 노동은 분명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학교에 등록만 해 놓고 전문적으로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일부 유학생처럼 학생 비자를 악용하는 경우는 처벌받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아니 알면서도 불법 노동자가 되는 학생들이 많은 이 상황은 뭔가 이상하다.

정부가 만든 시간제취업 제도는 유학생들의 한국 유학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허용하는 취업 루트는 극히 제한적이고, 실제로 이들을 필요로 하는 곳은 저임금·저숙련 위주의 미허가나 불법 노동 현장이 많다. 이 제도 하에서 많은 학생들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불법 노동자로 '생산'되는 것이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불법 노동 시장에 들어간 유학생들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도 가입되지 못한 채, 힘든 노동 조건을 버틸 뿐이다. 어쩌면 이주 노동자들보다 더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이들이 유학생일 것이다.

정부와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가 가져올 여러 위기를 유학생의 유치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도구적 시각 하에서 이미 들어온 유학생의 실제 정착 생활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들을 학위를 따러 한국에 온, 언젠가는 돌아갈 일시적 이주자로 인식했기에 불법 노동은 규제와 처벌의 대상이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불법 노동 문제는 각종 규제를 통한 해결보다 유학생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접근해야 한다. 최근 경제지리학에서는 유학생의 다양한 역할과 특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학생은 지식을 배우고 생산하는 '학생'이자 지역에 거주하면서 상품을 소비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하는 '로컬 주민'이며, 때에 따라서 학업 외의 노동 활동을 하는 '노동자'이다. 또한 국가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잠재적인 '글로벌 인재'이며 출신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형성되는 '초국가적 가족의 구성원'이다.

이들의 다면적·다층적 일상생활을 알아야 이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알 수 있다. 단순히 불법 노동자라는 이유로 처벌이나 추방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불법 노동이 생산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이미 세계는 유학생의 유치를 둘러싼 경쟁에 돌입했다. 현재의 유학생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미래의 유학생의 유치 또한 안정적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1)의 연구보고서 <포용사회를 위한 외국인 유학생의 실태와 사회보장의 과제> 의 6장 일부를 수정 및 보완한 것입니다. 

■ 필자소개 

고민경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지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조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한국경제지리학회 학술부 차장 활동과 함께, 이주와 지역개발 등과 관련된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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