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현안 피해간 尹대통령 54분, 국정 쇄신은 '물음표'

인적 쇄신은 '거부', 여권 내분엔 '함구'…"국민 눈높이에 맞나?"

취임 100일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후 첫번째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여권 내분 사태,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사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 처방이나 구상을 밝히지 않아 국정동력 제고 효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당초 40분으로 예정됐던 이날 회견은 54분동안 진행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준비해 온 원고를 바탕으로 한 모두발언 시간이 20분을 차지해 실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은 30여 분에 그쳤다.

국정 성과를 강조한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소주성과 같은 잘못된 경제정책을 폐기했다", "일방적이고 이념에 기반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의 원전 산업을 다시 살려냈다"며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에 방점을 찍었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한 대안으로 구축했으나 잦은 인사 실패 논란을 부른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굳은 신뢰와 경찰의 집단 반발을 야기한 경찰국 신설에 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민정수석실이 맡았던 인사검증은 법무부에 설치된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인사혁신처 출신의 독립적인 인사전문가가 진행하고 있다"면서 "경찰 업무는 비공식적 청와대 통제 관행에서 벗어나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해서 국민과 국회에 의해 통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자평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한미동맹 강화와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도 미중 갈등의 당사자이자 남북 관계의 주요 관련국인 중국에 관한 언급은 한차례도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정국 운영 방안 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연단 뒷편에는 '취임 100일 대통령에게 듣는다'는 문구가 새겨졌으나, 본격적인 질의응답에선 예민한 현안에 즉답을 피하거나 원론적인 답변으로 에두르는 모습도 보였다.

윤 대통령은 20%대로 떨어진 국정운영 지지율 하락 원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국민들 관점에서 세밀하게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고만 했다.

그러면서 "조직과 정책 과제들이 작동되고 구현되는 과정에 소통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면밀하게 짚어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홍보 부족에서 찾던 과거 정부의 패턴을 반복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 부정평가 이유로 우선순위에 꼽히는 인사 문제와 관련한 쇄신 의지를 묻는 질문에는 "철저하게 다시 챙기고 검증하겠다"면서도 "정치적 국면전환이라든지 지지율 반등이라고 하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지지율 하락을 저지하기 위한 보여주기용 인적 쇄신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지만, 취임 후 끊이지 않은 내각과 대통령실 인사 논란에 대한 가시적인 해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특히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으로 불거진 여권 내분 사태에 관해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어떤 논평이나 입장을 표시해 본 적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표가 여권의 내분을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라고 비판했음에도 "다른 정치인들께서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며 이 전 대표의 이름을 거론하지도 않았다.

이 전 대표 발언에 맞대응할 경우 내분이 확산될 수 있다는 고려가 깔린 답변으로 풀이되지만, 윤 대통령이 보낸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 문자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책임 있는 답변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평가다.

관심을 모았던 첫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이나 여권 내분에 관한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아 국면 반전의 모멘텀이 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지지율이 떨어지고 민심이 이반하는 상황에서는 100일을 돌아보며 반추하는 것이 초점"이라며 "소주성 폐기, 탈원전 폐기 등 과하게 성과를 부각한 방식이 국민들 눈높이에 맞나"라고 했다.

최 교수는 여권 내분과 인사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에 대해서도 "문제가 된 것에 구체적으로 답을 하고 수용을 해야 국민들 마음이 풀리는데, 국민들의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가진 장점은 진솔한 화법"이라며 "그것이 없다보니 '윤석열다움'이 보이지 않았고 국민들에 대한 공감력도 부족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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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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