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당 강령에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주거정책 기조였던 '소득주도성장', '1가구 1주택' 표현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차기 당 대표로 이재명 후보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벌써부터 '문재인 지우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친문(親문재인) 그룹 등에서 나왔다.
이 후보와 당권 경쟁 중인 박용진 후보는 12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소득주도성장'을 '포용성장'으로 대체하는 것은 변명할 여지없는 '문재인 대통령 지우기'"라면서 "우리가 정권을 뺏긴 건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탓이라는, 남 탓 노선의 연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후보와 각을 세우면서 친문 등 비(非)명계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이 후보에게 크게 뒤지고 있는 박 후보가 당 내 넓게 퍼져 있는 비명계 의원들의 지지를 끌어모으는 전략 차원에서 '소주성 지키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소득주도성장은 국민 다수 임금 근로자와 수백만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들의 소득을 늘려, 그들의 소비를 통해 유효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정권을 빼앗긴 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 때문이 아니다. 우린 소득주도성장이란 가치에 따른 '정책'을 제대로 실행해보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벌주도 성장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민주당만의 정신"이라면서 "이 노선 자체를 강령에서 삭제하는 것은 민주당의 모습이 아니"라고 했다.
문재인 청와대 초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을 지낸 윤영찬 최고위원 후보도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의 혁신안이 만든 도덕적 기준을 폐기하려 들더니, 이제는 사람 중심 성장의 가치도 폐기하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윤 후보는 "소득주도성장은 실패하지 않았다"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중경제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중산층 경제'가 추구했던 '사람 중심 성장'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민주당의 경제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은 절반의 성공과 그만큼의 과제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 전준위 강령분과는 지난 10일 회의에서 강령 가운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표현을 '포용성장' 표현으로 바꾸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소주성 삭제 논의를 주도한 것은 전준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병욱 의원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 의원의 측근 모임인 '7인회'의 핵심 일원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지난 달 전준위 강령분과 주최 토론회에서도 "현재의 당 강령은 지난 문재인 정부 시대에 발맞춰 작성됐기 때문에 당시의 문제인식이 많이 담겨져 있다"며 '소주성' 대신 '포용적 성장'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하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소주성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실질적으로 경제지표로서 성장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에 대해 경제학자들의 많은 비판이 있었고 최저임금 인상 문제 등을 통해 사회적인 비판도 많이 받았던 정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12일 비대위 회의 후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전준위가 '문재인 지우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꼭 그렇게 볼 건 아니"라면서 "소주성에 대한 평가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실 것이고, 내용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 네이밍(이름)을 바꾸고 내용도 좀더 포용 측면으로 맞추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음주 전준위 회의에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회의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법 넘어선 한동훈 너무 설친다는 여론...좌시 않겠다"
민주당은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검수완박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는 데 대해 "기존 법을 넘어선 시행령으로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재차 반발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한 장관이 너무 설친다는 여론이 굉장히 많다"며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한 장관과 김건희 여사를 꼽는데 그만큼 검찰공화국에 대한 가능성, 소통령으로서 검찰독재를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한 장관에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한동훈의 이런 무소불위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위원들도 이날 소통관 기자회견을 열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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