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시간 없다. 단일화 간절" vs 강훈식 "계기 없다. 비전 키워야"

전당대회 반환점 도는데 단일화 가능성 '불투명'…朴 "이재명 이해 안 돼" 연일 공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이번 주말이면 반환점을 도는 가운데, 박용진 후보가 강훈식 후보에게 "이제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단일화를 재차 촉구했다.

박 후보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같은 세대, 비전, 방향, 이런 것들이 일정하게 접점이 만들어지고 합의됐다고 생각하면 이제 모두 결단해야 될 때"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두 후보는 전당대회 초반부터 '97 그룹(90년대 학번, 1970년대생'이라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단일화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단일화 방식 등에 대한 의견 차가 커 단일화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박 후보는 그러나 "몇몇 의원이 중재를 위해 노력하셨고, 그분들을 중심으로 양 측에서의 접촉은 있었다. 협상은 아니고 물밑 접촉"이라면서 "주말 중에 단일화 관련해서 대화할 기회를 마련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단일화를 계속 기다리는 입장이고 강훈식 후보가 어떤 결심을 하고 제안할지 기다리는 상황"이라면서 "여러 차례 토론과 합동연설회를 통해 접점이 찾아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박용진이 여지껏 해왔던 '성과 내는 정치'가 강훈식이 말한 '쓸모 있는 정치'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와 강 후보는 이번 전대를 기점으로 해서 민주당의 새로운 흐름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민주당의 새 비전을 위한 출발이 되기 위해서 남은 몇 안 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 중 하나가 단일화라는 생각으로 간절하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박 후보는 다만 "누구를 위해 반대하는 단일화여선 안 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면서 두 후보의 단일화가 단순히 반(反) 이재명 연대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답답하게 진행되고 있는 전당대회의 낮은 투표율, 일방적인 결과를 보면서 뭔가 반전의 계기와 기폭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민주당에 변화의 에너지가 모이고 있다고 하는 걸 (단일화를 통해) 보여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말했다.

단일화 방식에 대해선 "민심과 당심이 확인되는 방식이면 강 후보가 제안하는 방식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방안이 열려있다"면서 "여론조사 방식이 아닐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는 박 후보는 여론조사 방식을 채택하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강 후보는 박 후보의 양보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해왔다. 박 후보는 "여론조사 방식이 아닐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조건으로 제시한 '민심과 당심을 확인하는 방식'은 여론조사를 제외하면 떠올리기 쉽지 않은 게 실상이다.

박 후보는 시간이 촉박하다면서도 "데드라인(Deadline)을 정하면 불필요한 압박으로 보여질 수 있다"면서 단일화 시한을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단 걸 알 것"이라면서 "일정 상으로 (전당대회) 반환점 도는 시점이 눈앞에 있다"며 조속한 단일화를 채근했다.

강 후보는 그러나 단일화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박 후보의 단일화 요청에 대해 "강훈식이라는 사람이 민주당의 미래와 비전을 이야기하는 걸 활주로에 띄워야 하는데, 단일화라는 방지턱을 설치하는 느낌"이라며 "지금 파괴력, 감동 어떤 게 있을까. 어떤 기제도 없이 20%, 5% 후보 합쳐서 어떤 파급력이 있을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완주하는 게 낫다(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아니"라면서도 "지금 (박 후보가) 이야기하는 건 아무 계기 없는 단일화"라고 했다. 이어 "단일화 방지턱 때문에 비전을 이야기해야 할 젊은 후보들이 여의도식 구조 정하기에 집중하면 (안 된다)"면서 "비전,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거듭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 본선에 진출한 박용진 후보(오른쪽)와 강훈식 후보. ⓒ연합뉴스

"이재명, 미안하단 말 한 마디 듣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은..."

박 후보는 가장 유력한 상대인 이 후보를 향해선 여전히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박 후보의 전당대회 메시지가 '반명'에 치우쳤다는 지적에 대해 "정치에서, 정당 운영에서 선택과 결단,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 평가하고 책임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 "전당대회는 그런 장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일부러 (반명이란 말 대신) '노선 투쟁'이라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당화 논란을 방치할 것인가. 당헌 개정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우리당 운영해나갈 대표로서 필요한 논쟁이라 생각한다"면서 "지방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묻는 게 개인에 대한 비방이겠는가. 부정부패를 맞서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문제가 어떻게 작은 문제일 수 있겠나. 논쟁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치열하게 논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계양을 '셀프 공천' 문제에 관해선 "계양을 공천과 관련해서 입장이 무엇인지, 결과에 대한 책임과 관련해 낙선한 후보자들에 대해서 사과할 생각 없는지를 (이재명 후보에게) 물은 것"이라면서 "그러나 흔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미안하단 말 한마디 듣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간단히 끝날 줄 알고 (질문)한 건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고 지적했다.

'당직자 기소시 직무 정지' 내용을 담은 당헌 80조 개정 문제에 대해서도 "(이 후보가) 야당 탄압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당헌 80조가 만들어진) 게 문재인 대표 시절 야당이었는데, 우리 스스로 옭아매는 그런 결정을 했단 건지. 문재인 대표의 혁신안에 대한 반대인 건지 잘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게 무슨 마녀사냥으로 이야기되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당헌 80조가 재량 사항이라) 느슨하다고 지적될 순 있어도, 그것 때문에 야당 탄압의 빌미가 된다고 주장하는 건 공감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어 정책 측면에서도 "민주당이 무슨 갑작스런 실험 정당이 아니다. 어제까진 유류세 한시적 폐지 이야기를 하다가 오늘은 횡재세 이야기해선 안 된다"면서 횡재세 도입을 주장한 이 의원을 비판했다. 횡재세란 시장 상황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얻은 기업에 추가로 물리는 초과이윤세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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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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