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헌 80조' 개정 찬성 입장…박용진 "내로남불" 맹공

李 "검찰의 '야당 침탈 루트', '탄압 통로' 된다…지금도 제 변호인 압수수색"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와 박용진 후보가 당헌 개정, 민형배 의원 복당, 이재용 사면 등 문제를 둘러싸고 정반대 입장을 보이며 공방을 벌였다. 이 후보가 각 사안마다 유연한 대처를 강조하면, 박 후보는 이에 대해 '무원칙', '내로남불'이라고 맹공을 퍼붓는 식으로 논쟁이 진행됐다.

이재명‧박용진‧강훈식 후보는 9일 오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 뉴스쇼>가 주관한 3차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출연했다.

후보들이 처음으로 맞붙은 주제는 '당직자 기소 시 직무 정지'를 규정한 현행 민주당 당헌 80조 개정 문제였다. 최근 당 내부에서 이어지는 격론 속에서도 침묵을 지켰던 이 후보는 이날 처음으로 "검찰의 야당 탄압의 통로가 된다"면서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이 후보는 "정부 여당의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소만으로 (직무정지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검찰의 야당 탄압의 통로가 된다는 점에서 (개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당헌 80조 개정 요구가 자신과 상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뇌물수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한 경우이고 저는 그런 사안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사무총장이 직무정지하고 윤리심판원에 회부할 수 있다는 재량 조항이기 때문에 저 때문에 한 것 같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알기로는 이를 바꾸자는 당원 운동이 생기기 전에 전당대회준비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가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당일 때는 상관이 없는 조항인데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인 상황에서 검찰이 아무나 기소하고 무죄가 되든 말든 검찰권의 남용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후보는 "국민의힘은 여당일 때든 야당일 때든 비슷한 조항을 유지했는데, 민주당은 여당 됐을 때와 야당이 됐을 때 도덕적 기준이 다르다는 내로남불·사당화 논란, 편의대로 한다는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싶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우리가 야당일 때, 상대당이 야당일 때를 다르게 봐야 한다"며 "우리가 집권했을 땐 야당을 비열하게 탄압하지 않는다. 지금 집권 여당은 검찰 권력을 남용하지 않느냐. 지금도 아무 관계 없는 제 변호인들을 희한한 이유를 붙여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강 후보는 "안 할 수 있다면 안 하는 게 맞고, 만약에 개정한다면 적어도 1심 판결까지 지켜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절충적인 입장을 주장했다.

▲9일 <김현정의 뉴스쇼> 합동토론회 나선 이재명-강훈식-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 ⓒCBS

민형배 의원 복당 문제와 관련해 이 의원은 "당이 요청한 일일 텐데, 저는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당이 (민 의원 탈당이) 필요했을 거라 본다. 민 의원이 개인 이익을 위해 한 일이 아니라고 보기에 충분히 (복당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복당 조건은 (탈당 후) 1년인데, 벌써부터 (이 후보가) 특별 판단을 하고 계시다"면서, "자칫하면 어렵게 통과시킨 검찰개혁 법안을 어렵게 하고 도루묵을 만들 수 있어 큰일이다. 온정주의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고 맞섰다.

민 의원은 지난 4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를 통과할 당시 민주당을 탈당했다. 조정위에는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되고 4명 이상 찬성 시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있었다. 이에 민 의원이 탈당 후 찬성 표를 던져 법안 통과에 일조함으로써 '위장탈당'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朴 "사면 원칙 흔들린 거냐" vs 李 "상황 다를 수 있어"

두 후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달리했다.

이 후보는 "이 부회장(사면)에 대한 국민 여론은 찬성률이 높은 것 같다"면서 "국민 여론을 판단해서 권한이 있는 사람(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 후보는 "2017년 대선 때 당내 경선하면서 (이 후보가) 다른 후보들에게, 문재인 후보에게 엄청나게 압박했다. 박근혜, 이재용 사면은 절대 안 된다는 특별 결의를 하자고 해서 '원칙이 분명한 분이구나' 한 건데, 그 원칙이 흔들린 거냐"라고 따져물었다.

이 후보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면 그때 당시에 그 후에도 제재를 많이 받았고 국민 여론은 그때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었고,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이에 박 후보가 재차 "법의 원칙이 국민 여론에 따라 달라지면 되느냐. 앞으로 당 대표가 되고 여론, 보수적인 여론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되면 우리가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법 개정이라든지 제도 개정이라든지 못하겠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말씀을 자꾸 왜곡한다"며 "재량이라고 하는 게 있지 않느냐"며 "이거는 권한이 재량이다. 국민의 뜻이라는 이유로 법을 위반하라는 게 아니고 재량에 있어서는 그 권한을 가진 사람이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게 맞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 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 발의 주장에 대해서도 입장이 갈렸다. 이 후보는 "국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적법성이다. (장관이) 법률을 어기면 당연히 책임져야 하고, 그 행위 자체가 문제 아니라 기본적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어 재발을 막아야 한다"면서 탄핵안 발의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박 후보는 "해임건의안을 내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 탄핵은 지루한 절차이고, 윤 대통령에게 거대 야당이 못살게 군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기회를 준다"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정치행위에는 다양한 것이 있다. 탄핵안만 하자는 것이 아니"라면서 "해임건의안은 안 받으면 그만이지만 탄핵은 실효적 조치"라고 맞섰다.

상임위 독식 문제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최악의 경우 다수당의 입장에서는 국정 마비보단 전부 다 (상임위를 독식)해서라도 (국회를 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박 후보는 "민주당이 상임위를 독식한 것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패배에 일조했다고 본다. 소탐대실했다"며 "서로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도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게 정치이므로 파국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집권여당이던 우리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상임위 독식'과 비슷한 사례로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후보 공천 결정을 들며 "당시 이 후보는 '내지 말자'고 처음에 그랬다가 입장을 바꿔 '주장이 아닌 의견이었다'고 했다"고 언급하자 이 후보는 "그렇게 말씀하지 마시라"고 언짢은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두 후보는 팽팽한 신경전 속에서도 서로 농담을 건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틀 전 논란이 된 '노룩 악수'와 관련해 박 후보에게 직접 사과했다.

이 후보는 "그날 제가 다른 것에 집중하느라고, 보느라고 충분히 예를 못 갖췄는데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섭섭하셨을 텐데 앞으로는 제가 잘 챙기도록 하겠다"면서 "박 후보를 (방송국) 화장실에 만나서 인사했는데 여기(스튜디오) 들어올 땐 또 악수를 안 해서 혹시 영상에 문제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박 후보는 웃으며 "서운할 건 없었고 다른 분들이 오해하실까 봐"라고 말하며 이 후보의 사과를 수용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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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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