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이재명 후보와 박용진 후보의 신경전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후보가 박 후보에게 이른바 '노룩 악수'로 불편한 심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자, 박 후보는 "심기가 불편하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 후보의 태도를 꼬집으며 또다시 맹공을 이어갔다.
박 후보는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의 '노룩 악수' 논란에 대해 "안 쳐다보시더라"면서 "심기가 불편하실 수도 있지만 아마 무슨 중요한 검색을 하고 계시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는 전날 제주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박 후보가 악수를 청했음에도 자리에 앉은 채 시선은 휴대전화에 고정하고 한 손으로 악수를 받아 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박 후보가 연일 '셀프 공천', '사당화' 프레임으로 이 후보를 공격하자, 이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두 후보는 연설을 통해 맹렬하게 치고 받았다. 박 후보가 먼저 "어느 특정인을 위해 당헌을 개정한다면 이보다 더한 사당화가 어디 있겠느냐"며 이 후보를 몰아세우자, 이 후보는 "우리 박용진 후보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그런 당을 확실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곧바로 "공천이 아니라 사당화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받아쳤고, 이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와 야유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신경전과는 별개로, 첫 주말 지역 순회 경선은 강원·대구·경북·제주·인천 모두 이 후보가 70% 이상의 지지율을 점하는 대승으로 끝났다. 이에 박 후보는 더욱 '이재명 때리기'에 나서며 당 내 반(反)이재명 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다.
박 후보는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당 내에서 사당화가 논란"이라면서 사당화 방지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발표했다. 박 후보는 △최고위원 권한 강화, △인사위원회 출범, △선거 1년 전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구성 등을 공언하며 "민주당이 앞으로 아예 사당화 논란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가 이처럼 사당화 방지 방안을 내놓은 것은 이 후보의 사당화 논란을 더욱 키워 이 후보의 부적격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 후보는 그러나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계속된 사당화 언급이 '이재명 때리기'라는 지적에 대해 "이게 이재명 의원 비판이냐"고 되물으며 "노선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래 2등이 1등 쫓아가면서 소리치는 거다. '게 섰거라' 이렇게 떠드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예비 경선 당시 경쟁한 강병원 후보와 김민석 후보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선당후사냐, 사당화냐 논란의 최초의 문제 제기를 해주신 분은 김민석 예비후보시다. 저한테도 많은 자극이었다"고 하는 한편, "강병원 예비후보의 당 대표 공천권 내려놓기 공약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했다. 예비 경선 경쟁자들의 표심을 흡수해 향후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우위를 가져가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첫 주 권리당원 누적 투표 결과만 놓고 보면, 박 후보는 20.88%, 강훈식 4.98%로 박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와 관련해 "지켜보자"면서 "드릴 말씀은 다 드렸고, 최종적으로 남은 건 최종적 단일화를 위해서 노력하기로 했다고 하는 그 합의 정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훈식 후보의 의지 여전히 믿고 있다. 아직 이제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았지만 포기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일화는 수치의 더하기가 아니"라면서 "투표를 포기하고 싶어 할 만큼 체념하고 있는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이벤트이자 어떤 대이변을 만들어내는 기폭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거듭 단일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후보와 각 세우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박 후보와 달리, 강 후보는 유일한 지역 후보라는 강점을 살려 '지역 균형'과 '통합' 행보를 보일 예정이다. 강 후보는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경남 지역 당원들을 만나 '균형발전과 통합이라는 노무현 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점을 피력할 계획이다.
강 후보는 오후에는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해서도 '통합의 정신으로 민주당을 지키겠다'는 취지로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를 규탄한다.
종일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두 후보와 달리, 당 대표 선거 첫 대전에서 압승을 거둔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이날 별도 공개 일정 없이 통상 의정 활동을 하면서 선거 운동을 한 박자 쉬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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