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기소시 직무정지' 민주당 당헌 개정 청원…당권주자들 설왕설래

'이재명 방탄용' 당내 반발 여론에…박용진 '반대', 강훈식 '절충', 이재명 '침묵'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들이 '부정부패 혐의 당직자 검찰 기소시 자동 직무 정지' 당헌 개정 문제를 두고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개정 주장이 제기되면서 당 일각에서는 '이재명 방탄용'이란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박용진 후보는 '사당화 노선'이라며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강훈식 후보는 '1심 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당직 정지를 시키자'는 절충 입장을 내놓았다. 정작 이 후보는 침묵을 지키며 추이를 관망하는 중이다.

민주당은 지난 1일부터 당 홈페이지 내 당원 의견이 모이면 지도부가 답변하는 당원청원시스템을 구축했는데, 그 나흘 만인 5일 부정부패 혐의 연루자의 직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에 대한 개정 요구 청원이 처음으로 청원 충족 요건인 '서명인 5만 명'을 넘었다. 이에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공식 답변을 준비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당 대표 후보들은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놨다. 박용진 후보는 당헌 80조를 두고 "부정부패 연루자의 기소 시 직무 정지는 한 개인으로 인해 당 전체가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라면서 당헌 개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박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지어 국민의힘도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자는 직무가 정지된다. 부정부패와 싸워온 우리 민주당이 부정부패 범죄에 대한 당적 제재조차 없애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충청북도 청주에서 열린 충북 당원간담회에서도 "혹시라도 어느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당원 80조를 삭제하자고 하거나 변경하자고 하는 얘기가 나오는 거라면 이거는 분명히 사당화 노선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당을 위기에 빠뜨리려고 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강 후보는 반면 '신중론'을 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헌 80조에 대해 "당이 '셀프 면책'한다는 비판과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특정인을 위한 당헌 개정'으로 보일 우려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당헌 규정이 도입된 2020년 당시, 법원의 유죄 판결이 아니라 '검찰의 기소'만으로 선출직 당직자의 직무를 자동정지 시키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1심 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당직이 정지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개정방안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절충 방안을 내놓았다.

이어 박 후보를 겨냥해 "이 청원에 대한 논의가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이나 지지자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져선 안 될 것"이라며 "당의 원칙과 기본을 세우는 문제이지 특정인의 유불리를 따져 결정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두 후보가 논쟁을 벌이는 사이, 이 후보는 침묵 모드를 지키고 있다. 해당 당헌의 개정 여부에 따라 자신의 유불리가 갈리는 만큼 별도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공공 노조 만나 "노동 탄압하던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

이 후보는 당헌 개정 문제 등 당내 현안에 대한 입장 피력 대신 윤석열 정부 때리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울산 남구에서 열린 울산혁신도시 공공기관 노동조합 대표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다시 우리 사회가 노동을 탄압하는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파업 현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 압력 이런 것들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의 지위와 노동자들의 사회적 처우를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악화시키려는 노력들이 공개적으로 공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노동 존중 사회를 향한 지금까지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대해 "사실상 변형된 민영화 조치"라며 "과거 이명박 정부가 얘기했던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결국 대기업에 법인세 감세 혜택을 주면서 그로 인해 생기는 재정 손실을 메우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공공성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고, 이것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경제적 효율을 훼손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해 시정 노력을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반대로 역행, 역주행하고 있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울산 일정을 마친 이 후보를 비롯해 강 후보와 박 후보 모두 약속한 듯 이날 충청권을 찾아 표심을 호소했다. 충청권 경선은 다음 주말에 치러지지만, 충청 당심이 '캐스팅보트'로 여겨지는 만큼 미리 지지세를 다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강 후보는 오전부터 지역별로 릴레이 간담회를 열고 비수도권 유일 후보라는 점을 앞세워 선거 운동에 나섰다. 그는 충청 당원들에게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들은 이재명 후보가 당대표가 될 경우 당이 한 방향으로만 치우칠까 불안한 마음과, 박용진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경우 소중한 대권주자를 놓칠까 불안한 마음이 공존한다"면서 "양쪽의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 민주당을 '갈등'이 아닌 '통합'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피력했다.

강 후보는 또 이 후보를 향해 "진솔하고 분명하게 이야기를 해야 우리도 확신을 가지고 방어할 때가 되면 방어하지 않겠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오전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의원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계속적인 해명이 해명을 낳는 정도의 방식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후보는 충북 당원간담회에서 자신의 행보를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 도전기에 비유했다. "그때는 지역주의 정치가 서슬 퍼렇게 살아있는 그 지역주의 정치에 도전하는 도전자였다면, 저는 진영 대립의 정치에 그리고 우리 내부에 있는 나약함과 맞서 싸우려고 한다"면서 "국민들이 지긋지긋해하시는 내로남불의 정치와 저는 결별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문자 폭탄 그리고 악성 팬덤, 여기에 끌려다니는 나약함을 보이지 않아야 된다"면서 "도덕적, 정치적으로 더 떳떳한 민주당 국민의 힘에게 윤석열 정부에게 약점 잡히지 않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은 다음날인 6일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오는 27일 경기·서울까지 매 주말 총 15차례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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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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