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인류의 '엔드게임'…"인류 멸종 상황 연구해야"

최근 기후위기 연구 경향에 최악의 시나리오 고려 없어…"치명적인 어리석음 될 것"

최악의 기후위기가 가져올 모습은 어떨까.

지금 추세대로 탄소 배출이 지속되면 연평균 기온이 29도 이상인 지역에 2070년까지 2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게 된다. 지금의 사하라 사막과 비슷한 기후에 상당수 인구가 살아야 하는 셈이다. 

주요 곡물 생산량도 감소한다. 이는 지구 전체에 식량 문제를 야기한다. 잦아진 태풍이 전력 생산 기반 시설을 파괴하고, 이는 수많은 사람을 더위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기후위기 재앙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남극 대륙 빙하 실종 등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임계점(티핑 포인트)을 넘는 순간들이 목격된다. 재앙은 인류의 멸종까지 이어진다.

온실가스 감축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닥쳐올 '최악의 상황'에 관한 연구 시뮬레이션 사례 중 일부다. 이런 파국에 관한 연구가 지금보다 더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이 외신에 소개됐다. 기후위기가 사회 전체의 붕괴와 인류 멸종으로 이어지는 극단 상황에 관한 연구가 부족하다면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에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에 소속된 전 세계 연구진들은 1일(현지 시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기후 종말게임 : 재앙적 기후변화 시나리오 탐구>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기후위기가 가져올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영 일간 <가디언>에 "최악의 기후위기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를 보는 일은 순진한 위기관리가 되거나 치명적인 어리석음"이 될 수 있다며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후변화 연구는 보통 온도 상승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탄소중립을 달성해서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내로 멈춘 상황을 비롯해 탄소 배출이 현재와 같이 지속되어 평균 기온이 섭씨 6도~9도가 넘게 상승하는 시나리오 등이 고려된다. 국제사회는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평균 기온 상승 목표를 섭씨 2도로 제한하고, 더 나아가 1.5도 이내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문제는 기후위기 영향에 대한 많은 연구가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 1.5도와 2도 시나리오에만 치중되어서 진행된다는 데 있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했다. 연구진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가 평균 기온이 3도 이상 상승하는 극한 시나리오 연구에 소홀하다고 <가디언>을 통해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케임브리지대 실존위기연구센터 루크 켐프 교수는 "가장 중요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우리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라며 이는 "파리협정 목표에 맞춰서 기후변화 연구가 진행되고 과학자들이 과장된 경보를 주는 연구를 진행하지 않으려는 문화 때문이기도 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연구진들은 평균 기온 상승 수준이 3도 이상 넘는 최악의 기후 시나리오 증거는 여전히 충분하다며 최악의 상황을 연구하는 것이 "충격 요법을 통해 (인류가) 행동하게 하고, 재앙에 대한 회복력을 기르고, 정책을 알리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논문은 "역사적으로 기후의 변화는 대멸종을 만들고 왕국을 붕괴시키는 등 역사를 바꿔왔다"라며 "단지 고온 등의 날씨와 같은 직접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갈등,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발생 등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건"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후위기가 가져올 수 있는 최악의 위험에 대한 평가를 통해 각 영향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증폭되는지를 고려해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연구진들은 이에 IPCC 차원의 특별 보고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논문은 "IPCC가 발표한 특별보고서인 '1.5도 지구온난화'가 대중 인식 재고와 후속 연구를 가져온 것처럼 재앙적 기후위기 상황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발간해 최악의 상황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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