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인구감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인구 환경이 변화되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를 이제는 준비해야 한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필자는 현장과 정책의 괴리가 빚어낸 참사이자 인재(人災)라고 말하고 싶다. 현장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들이 남발하면서 재정의 낭비만 이뤄졌을 뿐 정말 필요한 곳에 혜택이 돌아가지 못했다고 본다.
실제로 공무원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공무를 집행하다가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는 민원인을 많이 접하게 된다. 억울함이 쌓여 불만이 된다. 쌓여진 불만이 해소되지 못하면 정부 정책은 자연스럽게 실패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원희룡 장관도 부동산정책에 있어서 사실상의 정부 실패를 언급한 바 있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집값을 급등한 점’을 지목하면서 집값을 잡으려고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다보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현장의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정부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집’을 통해 살펴봤다. 그 결과는 너무나도 뼈아픈 경험이 되고 말았다.
필자가 오늘 펜을 잡은 것도 이러한 실패를 반복하는 일을 막기 위함에 있다. 정책 실패가 나오지 않아야 국민 삶의 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는 공무원 노동운동을 비롯한 공공부문 노동운동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를 위해 일선 현장에서 ‘억울한 민원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을 공무원 노동운동가라면 지녀야 하는 덕목이라고 강조하면서 살았다.
이러한 필자의 가치관은 국토교통부에서 일정부문 공감대를 얻었고, 그 결과 국토교통부노동조합의 최초 3선 노조위원장이 되는 밑거름이 됐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공공부문 노동운동이 이런 활동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야 10년 넘게 주장해오던 공무원노동조합의 타임오프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정도로 손과 발이 묶여 있었다.
손과 발이 묶인 결과, 공무원 노동자는 그야말로 ‘영혼을 잃은 채’ 일하는 노동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필자는 ‘영혼 없다’는 이 말이 참 불편했다. 출근하면서 영혼을 사물함에 두고, 퇴근할 때 찾아가는 식으로 일한다면 공무원은 그저 기계에 불과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방식으로 공무원 노동자가 업무를 진행하는 것 또한 결코 국민에게 좋은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영혼 있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노동조합이 앞장 서야 한다. 공공부문의 노동조합을 선도하는 공무원노동조합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필자가 이런 주장을 펼치는 까닭은 ‘공무원 노동자’라는 특수성에 있다. 공무원 노동자는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를 해소함으로써 국정운영의 한 축을 충분히 감당할 여력이 있다.
공무원 노동자가 각종 행정 서비스를 일선 현장에서 제공하는 만큼 실수요자인 국민의 만족도 제고를 위해서는 공무원 노동자의 목소리를 절대적으로 귀 기울여야 한다.
필자는 노동분야가 사회적 가치 창출과 함께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하나의 중심축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배타적으로 노동자를 바라봐선 안 된다. 절대 다수인 노동자가 등 돌린다면 이제 막 출발한 윤석열 정부는 국정 추진 동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필자가 공공부문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져달라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함에 있다. 윤석열정부의 출범에 앞서 제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한 것도 노동운동가의 경험을 살려 대국민 행정서비스를 발전시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공무원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이었고, 또 정부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소통의 수단이었다.
실제로 민원 최일선에서 일하는 공무원 노동자는 말 그대로 민심의 바로미터다. 현장에서 정부와 정책의 성패를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특수성을 공무원 노동자들이 지녔다는 의미다. 이는 고품질 행정서비스를 위해서는 너무나도 필요한 소통창구다. 현장의 목소리가 소통되어질 때 비로소 억울한 민원인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지금 정부 출범 초기이지만 여론이 시끄럽다. 공직사회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앞서 언급했던 영혼 잃은 공무원들이 많은 영향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채널이 조속히 가동돼야 한다.
소통의 방식도 혁신해야 한다. 기존 정부조직 내의 부서를 활용해 노동조합들과 소통한다고 하면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는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듣기 좋은 내용들로만 추려지는 필터링 작업이 반드시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혁신적인 소통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의 소통창구가 마련되길 바란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옛 속담이 있다. 이 말처럼 공무원 노동자가 전하는 현장의 목소리는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외면한다면 정책과 현장의 괴리는 심해질 것이다. 처음엔 다양한 불편한 목소리가 들리겠지만 정부 정책의 완성도가 높아지면 훗날에는 칭찬과 격려의 창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