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찾은 정일근 시인 "시(詩) 어렵게 쓰는 것 반대"

"21세기 들어서는 시(詩)를 길게 쓰는 것보다, 짧게 쓰는 경향 추구하고 있다"

정일근 시인이 지난 2일 김해수로문학회(회장 김경희) 초청, 김해도서관 시청각실(3층)에서 북콘서트를 열고 지역작가로써 역할을 충실히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저는 어찌 보면 제가 제 자신을 비판하면 저는 계몽주의자이다"며 "뭔가 가르치려고 하고 뭔가 메시지를 너무 강하게 담았던 계몽주의자이기 때문에 낯설게 하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아직까지 시(詩)를 어렵게 쓰는 것을 반대한다. 시는 소통이 안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편하게 무장해제시키는 그런 스타일로 긴장(텐션)을 주긴 한다마는, 누구든 읽으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21세기 들어서는 시를 길게 쓰는 것보다는 짧게 쓰는 그런 경향을 추구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일근 시인과 김해 수로문학회원들이 김해도서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프레시안(조민규)

정 시인은 "경주는 옛날에 향가의 도시였다"면서 "그래서 4줄, 8줄, 10줄 를 안 넘어가려고 노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짧아야 노래가 되고 또 짧아야 임팩트가 생기고 짧아야 독자들 심장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적 대상으로서의 어머니란 어떤 분이냐는 질문에 "어머니는 제게 그냥 제 종교이다"며 "어머니는 여러 모로 저에게 시를 선물하게 한다. 제 시집을 꼼꼼하게 읽는다. 그리고 읽고는 동생이 사다 준 연필로 그림도 그린다. 어머니는 저에게 생명을 주시고 저에게 시를 주시고 생각하는 힘을 가지게 해준다"고 밝혔다.

정일근 시인은 작품활동이나 문학적인 영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문학하는 데는 문학적인 루틴(습관)이 필요하다. 문학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습관이 있어야 된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게 기록이다. 기록이 되어야 역사가 된다. 그런 루트인 여러분만의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진을 찍어놓고 그 사진을 가지고 기억을 작동시킨다"면서 "사진과 몇 장의 글로 적어 놓고 그에 대해서 골똘이 생각을 한다. 생각은 아주 빠르게 왔다가 빠르게 사라진다. 기억을 기록 안하면 잊어버린다. 그래서 꿈속에 시어(詩語)가 떠올리면 머리 밭에 메모장을 놔두고 재빨리 기록한다"고 말했다.

정 시인은 "꿈속에 시어들은 뱀처럼 독하게 오고 또 새처럼 용광로에 달군 쇠처럼 온다. 그걸 잡아야 된다. 손에 감각이 전율처럼 온다. 손에 독이 퍼지더라도 빨리 기록해 놓아야 한다. 기록해 놓지 않으면 시는 도망 간다"고 밝혔다.

이날 정일근 시인은 "시(詩)의 종자인 씨앗을 받아놔야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이 글 쓰는 방식에서 가장 실수를 많이 하는 것은, 앞에 단어를 뒤에 또 쓰고 있다"며 "글을 쓸 때는 반드시 퇴고가 필요하다. 써놓고 같은 단어가 몇 개 나오는 것을 체크 해놓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꿔야 된다"고 말했다.

정일근 시인은 "시(詩) 속에도 미장셴(연출)이 있다"면서 "시는 겪은 이야기를 순서대로 쓰는 것이 아니고, 그 생각과 영화의 장면처럼 장면을 띄우고 연출을 해야 한다. 시 속에서 시인이 연출자가 되어야 한다. 몇 개의 장면으로서 어떻게 타이밍을 잡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길게 쓰면 추상화가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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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규

경남취재본부 조민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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