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출국일에 행안부-경찰 정면충돌

대통령실, 사의표명 김창룡 거취 "법령에 따라 추후 결정"

윤석열 대통령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사표 수리를 보류했다. 대통령실은 27일 김 청장의 사의 수용 여부에 대해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추후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사의를 표명한 김 청장이 아직 공식 라인을 통해 의원면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만큼, 김 청장의 의사를 수용할지 여부는 관련 법과 규정을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김 청장이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면 검찰 수사나 감사원 감사, 내부 징계 심사 등 면직제한사유가 있는지를 살펴본 뒤에 최종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앞서 김 청장은 이날 오전 "주어진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 현 시점에서 사임하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이라며 "국민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경찰국 신설 등 경찰 통제 권고안을 낸 데 대한 경찰 내부의 거센 반발,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을 둘러싸고 윤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고 사실상 경찰을 질책한 점이 사의 표명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특히 지난 주말 김 청장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98분 동안 통화를 갖고 경찰국 신설을 만류했으나 설득에 실패한 것이 거취를 결심한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이날 "경찰 독립성 침해를 주장하는 분들은 역대 정부에서 경찰이 행안부 장관을 패싱하고 청와대와 직접 상대해왔던 걸 독립성이라고 보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하며 경찰국 신설을 공식화했다.

다만 여권은 다음달 23일까지인 김 청장의 임기가 26일밖에 남지 않은 데다,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으로 출국하는 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대목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사의 표명 시기가 이 장관의 기자 간담회 직후인 점을 언급하며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 "경찰지원부서 신설을 훼방 놓고 마치 민주 투사라도 되는 양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경찰국 신설을 "국민의 반대나 위법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경찰을 행안부 차하에 두고 직접 통제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반발했다. 경찰 출신인 황운하 의원은 "경찰국이 현실화하면 전국 경찰관들은 이 장관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처럼 검찰 수사권 제한으로 수사 권한이 보다 강화된 경찰에 대한 제도적 통제를 요구하는 여권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요구하는 경찰 및 야당의 입장이 정면충돌로 비화되면서, 윤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다음달 1일 귀국 한 뒤에도 적지 않은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사의 표명 관련 입장을 밝힌 후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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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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