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올랜도서 며칠새 2살·10살 아동이 총 쏴 피해자 사망

지난해 미국서 아동 우발적 총격으로 163명 사망…미 의회 총기 규제책 논의는 지지부진

지난달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기참사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며칠 사이 어린이가 가해자인 2건의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10살 어린이가 어머니와 말다툼하던 여성을 총으로 쐈고 그 며칠 전엔 2살 유아가 실수로 아버지를 쏴 죽음에 이르게 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아동청소년의 우발적 총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163명에 이른다.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은 8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지난달 30일 어머니와 다툼을 벌이던 41살 여성에게 총을 쏴 사망케 한 10살 어린이가 전날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목격 증언에 따르면 메모리얼데이(미 현충일) 휴일을 맞아 주거단지 공터에서 바비큐 구이 중이었던 피해자는 소셜미디어(SNS) 게시글 관련해 어린이의 31살 어머니와 시비가 붙었고 이는 곧 몸싸움으로 번졌다. 다툼 와중에 어머니는 딸에게 총기가 든 지갑을 건넸다. 목격자인 피해자의 남자친구는 자신이 싸움을 말리려 했으나 피해자가 다시 아동의 어머니에게 달려들려 했고 이 때 아동이 검은색 총기를 들고 있는 것을 봤다고 경찰에 말했다. 목격자는 아동이 피해자에게 1~2발의 총격을 가한 뒤 "우리 엄마를 때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소리쳤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지역 의료기관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2급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총격 가해 아동은 플로리다주 아동가족보호소로 보내졌고 아동의 어머니도 구금돼 과실치사, 아동 방임 및 부주의한 총기보관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모니크 워렐 오렌지·오세올라 카운티 주검사는 "아직 기소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며 "내 22년 재임 기간 중 가장 비극적 사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인 지난달 26일 이 지역에선 2살 유아가 실수로 총기를 발사해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이 날 정오 무렵 피해자인 26살 아버지는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있었고 28살 어머니는 6개월 된 막내와 침대에 누워 있었으며 5살 아들은 다른 침대에 있었다. 2살 짜리 아들은 방을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 때 돌연 총성이 들렸고 아버지가 등에 총을 맞았으며 5살 아동은 동생이 "아버지를 쐈다"고 말했다. 5살 형은 동생이 어떻게 총을 손에 쥐게 됐는지는 알지 못했다. 총에 맞은 아버지는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아동들의 어머니는 수사관에게 사용된 1정의 총기가 남편 소유였으며 총기 보관 장소가 자주 바뀌었고 통상 가방·바닥·옷장 속 상자·베개 밑 등에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법 당국은 총기가 매트리스 위에 있는 것을 발견했으며 2개의 탄창이 바닥에 있었고 1개의 탄창은 과자며 기저귀가 주변에 있는 옷장 속 어린이용 카시트에서 발견했다. 어머니는 과실치사, 중범죄자의 총기 및 탄약 소지, 보호관찰 규정 위반 혐의 등으로 7일 기소됐다. 이들 부부는 아동 방임 및 약물 소지 혐의로 보호관찰 중이었고 총기 소지는 금지돼 있었다.

오렌지 카운티 보안관 존 미나는 7일 기자회견에서 "이제 이 아동들은 사실상 부모 모두를 잃었다. 아버지는 사망했고 어머니는 감옥에 있고 한 아동은 평생 자신이 아버지를 쐈다는 사실을 인지한 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들의 어머니는 과실지사 혐의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고 15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미나는 16살 미만 아동의 손이 닿지 않는 안전 금고 등에 총을 보관하도록 하는 플로리다주법을 상기시키며 "이런 비극은 100% 예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총기규제를 옹호하는 단체인 에브리타운포건세이프티(Everytown for Gun Safety)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아동의 비의도적 총격이 최소 392건 일어나 163명이 사망했다. 올해도 해당 유형의 사고가 적어도 117건 일어나 51명이 목숨을 잃었다. 단체는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5년 1월1일부터 2020년 12월31일까지 18살 미만 아동청소년의 비의도적인 총격으로 적어도 2070건 일어나 765명이 사망하고 1366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사상자의 81% 또한 18살 미만의 아동이라고 단체는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3000만명의 아동청소년이 총기 소지 가정에 살고 있으며 이 중 460만명이 1개 이상의 총기가 제대로 보관되지 않은 가정에서 살고 있다.

미국 아동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로 총기가 꼽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규제는 커녕 아동청소년의 총기 접근성을 더 높이는 마케팅까지 등장하고 있다. 올 2월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총기제조업체는 지난달 뉴욕주 버팔로 총기난사와 유밸디 총기참사 등 많은 총기난사 사건에 사용된 반자동 소총의 어린이용 버전을 출시해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제조사는 더 경량화된 이 총기를 홍보하며 가짜젖꼭지를 문 아동 이미지를 사용했고 "엄마 아빠 총과 똑같이 작동한다"고 썼다. 유밸디 총격에 사용된 반자동 소총의 제조사는 최근 홍보 목적으로 어린이가 총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온라인에 게시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 하원선 또 총기규제법 통과시켰지만…상원 협의체는 지지부진

8일 미국 하원은 반자동 소총 및 대용량 탄창의 구매 연령을 21살로 높이는 총기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19명의 초등학생을 포함해 21명의 희생자를 낳은 지난달 24일 텍사스주 유밸디 롭 초등학교 총기참사에서 살아남은 11살 어린이가 하원 청문회에서 그 날의 참상을 화상 증언한 지 몇 시간 뒤다. 지난달 뉴욕주 버팔로 총기난사와 유밸디 총기난사 총격 용의자는 둘 다 18살 청소년으로 반자동 소총을 합법적으로 소지해 사용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이 날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도 지난해 통과된 총기구매시 신원조회를 강화하자는 내용의 2건의 총기규제법안과 마찬가지로 상원에서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매체는 223대 204로 통과된 법안 투표에서도 5명을 제외한 공화당 의원들은 전부 반대표를 던졌다며 이는 참사에도 불구하고 총기규제가 정치적 난제로 남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대 50으로 나뉘어 총기규제법안이 번번이 좌절된 상원에서는 유밸디 총기참사를 계기로 총기규제에 관한 초당적 협의체가 꾸려진 상태지만 진전이 더딘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8일 협의체의 공화당측 협상대표인 존 코닌 상원의원(텍사스)이 협상이 "안정적으로 진전"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언제 타결될지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상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규제안에 위험인물의 총기 소지를 제한하는 '적기법', 소년원 기록을 포함한 총기구매시 신원조회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각) 19명의 초등학생을 포함해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롭 초등학교 총기참사 사건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장소에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십자가와 인형, 꽃 등이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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