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열린 '차별금지법' 국회 공청회에 국민의힘은 '불참'했다

홍성수 교수 "차별 없는 세상 위해 사회적 부담은 당연" 진술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미류 책임집행위원의 평등법 제정촉구 단식 농성이 45일째에 25일, 국회에서 처음으로 차별금지법 공청회가 열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는 이날 오전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2007년 법무부의 첫 차별금지법 발의 이후 국회에서 관련 공청회가 개최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이날 공청회는 국민의힘 측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반쪽짜리 공청회로 남았다.

앞서 법사위는 지난달 27일 일어난 전체회의 합의를 통해 차별금지법 공청회 실시를 위한 계획서를 채택했지만, 지난 20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공청회 일정을 확정할 당시엔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해당 소위원회와 이후 공청회에 불참의 뜻을 밝혔다. 당시 국민의힘 위원들은 본인들의 참여 없이 확정된 공청회 날짜에 대해선 "강행처리", "또 다른 검수완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촉구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던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2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청회 개최를 결정한 바 있는데 이 날짜를 잡은 것을 두고 강행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저지하고 나서는 국민의힘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국민의힘 측 태도를 규탄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측 공청회 보이콧 기조가 공청회 당일인 25일까지 변하지 않으면서, 이날 공청회엔 여야가 추천해 공청회에 참석해야 하는 6인의 진술인 중 민주당 측 3인의 진술인만이 참석하게 됐다. 이외 법안심사 1소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사회를 맡았고, 이수진, 최기상, 김영배, 김남국 의원 등이 질의자로 참석했다.

김종훈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회장사제,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변호사,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가 이날 공청회의 진술인으로 참석했고, 염형국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과 국장 등도 참관인으로 자리에 함께 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종교인 대표로 진술에 나선 김 신부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일부 종교인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과잉대표 되고 있다"며 "종교분리 원칙이 헌법에 명시된 한국사회에서 국회가 종교를 이유로 필요한 법을 제정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헌법 원칙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현재까지 발의된 차별금지법 법안들을 법리적으로 검토한 조 변호사는 "사적 종교 모임 등에서 일어나는 차별 발언까지 형사처벌 대상이 되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종교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 "차별금지법 조항엔 형사처벌을 규정하는 조항이 없으며, 차별금지법의 적용 영역은 고용, 교육, 재화이용, 법령적용 등 네 가지 영역으로 종교 등 사적모임은 차별금지법에 적용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혐오와 차별에 대해 연구해온 학자로서 진술에 나선 홍 교수는 "일각에선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과도한 사회적 부담이 따를 것이라 주장하지만, 차별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엔 일정한 부담이 불가피한 게 사실"이라며 "성희롱 방지법이 만들어질 당시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일정한 비용과 부담을 감수한 일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국회 내의 차별금지법 논의가 "공청회로만 끝나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제기해왔다. 차제연 측은 지난 23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 신속처리안건 지정 요구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여전히 요원하고 거대양당 모두 지방선거 준비에 급급하다"며  "차제연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신속처리안건 지정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지난 달 28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참가자들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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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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