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어? 우리는 좋을 때만 사랑이야. 힘들 때는 짐이고."
"날 이해해 볼 마음은 아예 없는 거네."
코앞에 다가온 지방선거에 관한 정책의제를 정리하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모 드라마의 대사가 떠올랐다.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이별을 고하는 달콤쌉싸름한 장면이었다. 생각해보면 환경 정책은 언제나 후순위였다.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적도 없었고, 정치인들에겐 부담되는 짐이었다.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앞으로 2년은 전국 단위 선거가 없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대선의 연장전이 될 것이고, 진영 간의 결집 양상이 반복될 것이라는 예측이 무성하다. 지역개발 공약으로 전국이 들썩일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번 지방선거가 정책보다 정치, 환경보다 개발 공약에 끌려갈 거라는 분석 앞에서 환경 정책을 말한다는 게 마치 짝사랑 같기도 하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였구나!'라고 이해 받을 날이 오기는 할까 싶어 울적하다. 더불어 우리의 문제 제기가 '시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제안으로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정치의 존중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반성도 하게 된다. 이번 선거를 맞아 환경연합이 각 지방정부가 주목하고 실천해야 할 환경정책 화두를 정리해 다시 제시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세계적 관심에 더해,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은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출범 전부터 원자력 재확대에 방점을 둔 급격한 정책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논쟁이 불가피하고 각 지방정부가 어떤 정책 기조를 세울지가 중요해졌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의제가 에너지·기후 이슈인 건 그래서 자연스럽다.
에너지 분권시대 지역 재생에너지 정책 필요
기후위기의 대응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시켰고, '2050 탄소중립과 2030 온실가스 40% 감축목표'를 수립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계획 비중도 커졌다. 계획상으로는 2030년에 30%, 2050년까지 60~70%로 늘어나게 된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이에 걸맞은 재생에너지 전환목표와 구체적 이행계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각 지자체의 여건상 에너지 계획과 자립률,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에 차이가 크다. 한계점도 있다. 지역의 에너지 자립률 재고를 통한 분산형 에너지 체계구축과 주민주도형·이익 공유형 모델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재생에너지 보급방안과 자립률 목표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보급목표와 재생에너지 비중목표를 수립하고 연도별로 이행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공공부지에 태양광 설치를 확대해야 하며, 마을 단위에서 재생에너지 자립계획 수립을 구체화 하는 것도 방안이 될 것이다. 광역 지방자치단체에는 '에너지공사'를, 기초 단위에는 '에너지 지원센터' 설치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에너지전환·탄소중립에 대한 교육과, 역내부지 발굴 및 컨설팅, 갈등을 중재하는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주민 참여가 필요하다. 지자체는 투명한 주민참여와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사업모델을 창출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농·어민이 주도하는 영농형 태양광·해상풍력 사업들에 대한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석탄화력발전소 퇴출과 탄소중립
기후변화 싱크탱크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한국을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게 2029년까지 탈석탄을 권고했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은 반대로 가고 있다. 여전히 강릉안인화력 1·2호기, 삼척블루파워 1·2호기 등 신규 석탄발전소 4기가 건설되고 있으며, 가동중인 석탄발전소만 57기에 달한다. 석탄발전소퇴출을 비롯해 신규 석탄발전소 4기에 대한 건설은 중단되어야 한다. '2030 탈석탄 계획이행'과 '석탄발전소 조기폐쇄'가 필요하다.
정부는 작년에 상향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사무국에 제출했다.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올해 3월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도 기본조례와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탄소중립 기본조례 제정 및 기본계획 수립'과 '지방탄소중립위원회 운영 및 민관 거버넌스 구성, 탄소중립금고 표준조례 제정, 정의로운 전환 기금조성 및 지원센터 운영' 등의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및 신규 원전 건설 중단해야
지난 4월 2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030년 이전에 수명 만료가 도래하는 국내 원전 10기의 수명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고리 2호기는 2023년 4월 8일 수명이 만료될 예정이고, 한수원은 지난 4월 5일 원안위에 주기적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제출하며 수명연장 단계에 돌입했다. 그러나 수명 만료 2년 전인 작년에 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함에도 한수원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또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주민의견 수렴 절차와 안전성 평가에 최신 기술을 반영했는지의 여부 등이 수명연장 여부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차기정부는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건설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고준위 핵폐기물에 대한 대책이 부재하고, 이미 소수의 지역에 다수의 원전이 밀집된 상황에서 신규원전을 건설할 부지를 찾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점차 확대되는 상황에서 신규 원전은 경제성과 계통 안정성의 측면에서의 경쟁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금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원전의 수명을 30년으로 제한해야 한다. 차기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백지화'를 이행해야 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연구개발예산을 삭감하고 건설추진을 백지화해야 한다. 따라서 위험한 핵발전의 현장이 될 지방정부가 명백한 탈원전 정책기조를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한 상황이다.
계속되는 4대강 녹조, 지자체가 나서야
안전 문제도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16개의 보가 들어선 이후 인근 유역에서 녹조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수생물이 떼죽음을 당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고, 최근에는 녹조의 독성이 농작물에 축적되어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밝혀지기도 했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농작물 관리와 녹조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건설된 보 때문에 하천에서의 물 순환 과정이 단절되고, 기온 상승의 영향으로 녹조가 반복적으로 창궐하는 위험이 장기적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주민의 건강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지자체 차원의 대응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게다가 현재 한강과 낙동강에 위치한 다수의 취·양수시설은 유사시 보의 수문이 개방된 상태에서 취·양수가 불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자체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하천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해법으로 4대강 유역 녹조 위험성 감시를 위한 지역별 시민 모니터링 체계 구축, 한강 및 낙동강 유역 취양수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 요구와 협의, 녹조 농작물 관리를 통한 안전성 확보가 필요하다.
물환경 관리의 통합을 통한 효율연계성 증진 필요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통합적인 관리를 위한 틀이 갖춰지고, 유역별로 '물관리종합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이는 유역현장의 최상위 계획으로 향후 수립되는 지자체 물 관리 계획의 기준이 될 것이다. 때문에 지자체의 하천관리 계획도 치수관리와 함께 수질, 수생태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하천관리체계를 통합하고 중복된 사업을 정비하는 과정을 통해 계획과 이행의 통일성과 효율성 그리고 연계성을 확보해야 한다. 물 환경, 수생태계, 수질, 하수도, 오염원 관리를 포괄하는 관리계획과 부처개편 또한 중요하다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적극 대응해야
일본 정부는 현재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보관 중인 약 130만t의 오염수를 2023년 4월 이후 약 30년간 해양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다핵종제거분석기(ALPS)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겠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보관 중인 오염수의 68%는 그 기준치를 초과하며 삼중수소를 제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일 양국의 어민들, 수산업계, 시민사회단체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도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지속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방류 예정 시한이 불과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수산업계와 국민 건강을 보호할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책 마련과 관계부처 TF 활성화, 오염수 안전성 검증을 위한 우리나라의 자체적·독립적 조사시행, 수산물 안전 강화, 수산물 이력제 강화를 통한 생산과 유통 과정부터 관리, 농수산물 방사능 검역강화를 위한 예산과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다.
DMZ 민통선 보호구역 지정 등 생태보전 기반 확대
DMZ과 접경지역은 국제 멸종위기종인 두루미류의 서식지로 국내외로 주목받고 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은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비무장지대 일원에 대한 국제적 자연생태 보존지역 지정 방안 등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교육과 문화, 과학 분야 협력 방안 논의"한 바 있다. 2019년에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지역의 특수성을 활용한 브랜드 창출이 가능해보인다. 생태관광지로의 발전과 함께 경제적 소득증대와 지역 일자리 증대를 실현할 수 있고, 정부 증심의 획일적인 개발에서 벗어나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키를 잡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논, 농민, 두루미 보전에 대해 포괄적인 비전을 마련하고 시민참여가 선행돼야 한다.
따라서 국유지 평가를 통해 보호가치가 높은 지역을 습지보호지역, 야생생물 특별보호구역, 생태경관보호지역 등으로 지정하고 지역 토지에 대한 가치를 높여야 한다. 보호가치가 높은 사유지를 매입하여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게 하고, 농민들에게 경작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DMZ 일원 소유주가 불명확한 지역은 환경부로 일원화해 국·공유화해야 하며, DMZ·민간인통제구역의 보전과 남북교류와 협력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가 필요하다. DMZ 일원 토지이용에 대한 명확한 보전의 비전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
2030 해양보호구역 확장하고 관리 강화
한국은 나고야협약을 비준한 국가로 2020년까지 관할수역 대비 10%의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해야 했다. 하지만 2022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등록된 한국의 해양보호구역은 관할수역 대비 2.46%에 불과하다. 세계 NGO 단체와 학자들이 최소 30~50%의 해양보호구역이 지정돼 인류간섭을 최소해야만 해양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G7회의와 향후 진행될 생물다양성 협약까지,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촉구하는 국제적인 여론은 더 커질 것이다.
우리의 경우 해양보호구역의 관리 주체가 지방자치단체이기 때문에 지자체장의 의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2030년까지 지자체 관할수역의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물론 관리주체는 지자체이지만 내부 부서와 해양국립공원, 천연기념물, 해양보호구역 문제가 연계되어 있기에 다양한 부처와의 협력도 필요하다. 담당자의 전문성을 키우고 부처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단체장 직속의 가칭 '해양보호구역위원회' 설립도 필요하다. 할 일은 쌓여있다. 그 수행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지자체의 정책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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