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승절 연설서 "우크라 개입 서방 탓" 반복…종전 신호 없었다

부상자·사망자 존재 인정…마리우폴 점령 등 성과 언급 안 해

러시아가 종전 선언 혹은 확전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2차 대전 전승기념일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입은 서방의 위협 탓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부상자와 사망자의 존재를 인정했고 비교적 큰 성과인 마리우폴 점령에 대한 언급도 없었지만, 종전에 대한 신호도 없었다는 평가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을 보면 9일(현지시간) 오전 푸틴은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 행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개입은 서방이 "우리 국경 근처에서 위협"을 가하며 "우리 영토를 침략하려 준비"했기 때문에 필요했다고 말했다.

푸틴은 러시아가 지난 12월 안보 보장에 제안하고 서방과 정직한 대화를 요청했지만 소용 없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우리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푸틴은 나토가 러시아의 말을 듣는 대신 "다른 계획"을 갖고 있었으며 "크림반도를 포함해 역사적으로 우리 영토인 돈바스에 대한 침공이 준비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미국과 나토 쪽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배제하는 것으로 포함해 나토의 동쪽으로의 확장 금지 등을 요구하는 제안을 보냈지만 거부당했다.

푸틴은 "러시아는 적대행위에 대해 선제적으로 거부했다. 이는 강제적이며, 시의적절하고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푸틴은 또 "당신은 돈바스에 있는 우리 국민을 위해, 우리 조국의 안보를 위해 싸우고 있다"며 "우리 병사와 장교 한 명 한 명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큰 슬픔"이라며 "사망자와 부상병의 아이들을 특별 지원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푸틴은 2차 대전에 대해서는 "우리는 조부와 증조부가 싸워서 얻어낸 오늘을 수호하고 있다"이라며 "우리의 의무는 세계 대전의 공포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절을 앞두고 푸틴이 종전을 선언할 수 있다는 낙관적 관측과 현재 "특별 군사작전"으로 부르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식적인 전쟁으로 선포하고 더 본격적 공격에 나서리라는 예상 및 핵무기 사용을 선언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난무했지만, 실제 연설에서는 지금까지와 크게 다른 기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신기자들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승리를 강조하기보다 오히려 사망자와 부상자의 존재를 인정했다는 점을 주목하기도 했다.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의 모스크바 지국장 맥스 세든은 트위터에 "푸틴 연설에서 가장 크게 빠진 것은 '승리'였다. 그는 러시아군이 돈바스에서 영웅적으로 싸우고 있다고는 했지만, 마리우폴을 비롯해 러시아가 점령한 어떤 영토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침략 중단에 대한 어떤 신호도 없었다"고 썼다.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 특파원인 롤랜드 올리판트은 트위터 게시글에서 푸틴 연설에서 침공에 대한 정당화 등은 다 이전에 언급된 것이었지만 "부상자와 사망자를 인정한 것"은 새로운 내용이라고 봤다.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 행사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김효진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