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위대한 국민과 함께 해 영광…무거운 짐 내려놓는다"

"촛불 열망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며 "그동안 과분한 사랑과 지지로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며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자정 임기 종료를 앞두고 대통령으로서 지난 5년 간 국정운영에 대한 소회와 대국민 메시지를 담은 연설을 통해서다. 문 대통령은 "저의 퇴임사는 위대한 국민께 바치는 헌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년은 국민과 함께 격동하는 세계사의 한복판에서 연속되는 국가적 위기를 헤쳐 온 시기였다"며 "대한민국은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해졌고 더 큰 도약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국격도 높아졌다.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이며 선도국가가 됐다"며 "위대한 국민과 함께한 것이 더 없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 국민은 가장 평화적이고 문화적인 촛불집회를 통해, 그리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탄핵이라는 적법절차에 따라 정부를 교체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한 촛불광장의 열망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이 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우리 정부가 다 이루지 못했더라도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국민의 열망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촛불의 염원은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자 동력으로 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돌아보며 "임기 초부터 고조되던 한반도의 전쟁위기 상황을 대화와 외교의 국면으로 전환시키며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북미 협상 실패로 남북, 북미 관계가 진전되지 못한 데 대해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한 탓만은 아니었다"며 "한편으로 우리의 의지만으로 넘기 힘든 장벽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화는 위리에게 생존의 조건으로 번영의 조건"이라며 "남북 간에 대화 재개와 함께 비핵화와 평화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내 소회와 대국민 메시지를 담은 퇴임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어 일본의 수출규제로 시작된 한일 갈등과 관련해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로 인한 위기를 온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극복해 낸 것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소·부·장 자립의 기회로 삼았고,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다 좋았던 것은 우리가 문제해결의 성공방식을 알게 된 것"이라며 "정부 부처를 뛰어넘는 협업체계, 대·중소 기업과 연구자들의 협력, 정부의 적극적인 R&D투자와 규제를 허문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온 국민의 격려와 성원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해 "내가 마지막으로 받은 코로나19 대처상황 보고서는 969보였다"며 "국민도, 정부도, 대통령도 정말 고생 많았다. 그러나 저는 위기 때 더욱 강해지는 우리 국민의 높은 역량에 끊임없이 감동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가 함께 코로나 위기를 겪고 보니, 대한민국은 뜻밖에 세계에서 앞서가는 방역 모범국가였다"며 "아직도 우리가 약하고 뒤떨어졌다고 생각해온 많은 국민들이 우리 자신을 재발견하며 자존감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아울러 "코로나 위기 속에서 한국은 가장 빠르게 경제를 회복했고,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 달러로 크게 성장했다"며 "한국의 한류 문화는 전 세계가 코로나로 고통받을 때 더욱 돋보였고, 세계인들에게 위로를 주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아직 위기는 끝나는 않았다. 새로운 위기가 닥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어떤 위기라도 이겨낼 것이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위기에 강한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도약했다"면서 "대한민국은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부러움을 받는, 그야말로 위대한 국민의 나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위대한 국민으로서 높아진 우리의 국격에 당당하게 자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며 "저는 위대한 국민과 함께 성공하는 대한민국 역사에 동행하게 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위대한 국민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다음 정부에서도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길 기대한다"며 "이전 정부들의 축적된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더 국력이 커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기원한다"고 했다.

특히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자정 임기가 종료되는 문 대통령은 오후 6시 청와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청와대 정문을 나와 마지막 퇴근길을 배웅하는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남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울 시내 모처로 자리를 옮겨 자정까지 대통령 역할을 수행한다.

10일에는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경남 양산 사저로 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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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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