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0℃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속헹 씨 산재 인정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 "죽음 내몰린 이주노동자 없도록 근본적 방지책 내놔야"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속헹 씨에 대한 산재 승인이 결정됐다. 속헹 씨는 지난 2020년 영하 20℃의 날씨에 경기도 포천 한 농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일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대책위)는 논평을 내고 "속헹 씨가 세상을 떠나고 1년이 지난 2021년 12월20일에야 산재보상 신청을 하고, 지난달 28일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가 심의 결정을 한 이후 근로복지공단 의정부지사의 산재승인 결정이 나왔다"며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당시 속헹 씨의 사망을 두고 고용노동부는 '개인 질병에 의한 사망'이라며 중대재해 조사에 나서지 않았고, 사업주에게는 고작 과태료 30만 원이 부과됐다"며 "본국에 있는 유가족은 산재 신청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유족 측은 속헹 씨가 사망한 지 1년이 지나서야 근로복지공단 의정부지사에 유족보상금과 장례비 등이 포함된 산재 보상금을 신청했다.

앞서 속헹 씨는 2020년 12월 20일 포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다 사망했다. 당시 포천에는 한파특보 속에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맹추위가 닥쳤으나, 숙소에는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난방이 가동되지 않았다. 속헹 씨는 5년 가까이 일하면서 직장 건강검진을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이번 비극은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 환경과 더불어 건강보험조차 가입이 안 돼 검진조차 받지 못했던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사회적 죽음'"이라며 "이후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 가운데 상당수가 임시 가건물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같은 비극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정부와 사업주에게 있다"며 "이주노동자가 더는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내놓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2020년 12월 2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비닐하우스 숙소 산재사망 진상 규명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 앞서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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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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