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엔 벌써 '혐오' 복귀…머스크에 일침 놓은 EU

EU·영국 "규제 위반 시 트위터 퇴출" 으름장…FT "인수 취소 시 머스크 부담 적게 계약"

트위터를 혐오 표현을 포함해 대가를 치르지 않는 자유 발언의 장으로 만들고자 하는 일론 머스크의 구상이 유럽에서는 실현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이 트위터 인수에 합의한 머스크에게 선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인수 발표 뒤 머스크가 국내외의 우려와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수 조건이 머스크 쪽에서 계약을 파기하기 유리하도록 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폭락해 트위터 인수 대금 2배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티에리 브르통 내부시장 담당 EU 집행위원은 2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자동차 회사든 소셜미디어(SNS)든 유럽에서 운영되는 모든 기업은 우리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머스크는 이것을 잘 알고 있다"고 썼다. 브르통은 유럽에도 공장을 가지고 있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머스크가 "자동차에 대한 유럽의 규제를 잘 알고 있고 디지털서비스법(DSA)에도 빨리 적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23일 유럽연합 의회는 디지털서비스법에 합의하며 월 이용자 4500만명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혐오 발언·테러 선동 등 유럽 연합 회원국들이 불법으로 정의한 콘텐츠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할 의무를 부여했다. 이 법을 위반할 경우 기업은 전 세계 연간 매출의 6%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브르통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모두를 환영한다. 모두에게 열려 있다, 단 우리의 조건을 지키는 한에서"라며 "일론, 여기엔 규칙이 있다. 당신을 환영하지만, 이게 우리 규칙이다. 여기서 적용되는 건 당신의 규칙이 아니다"라고 머스크에게 경고를 보냈다. 그는 머스크에게 "현실 확인"을 해주고 싶다며 트위터가 유럽에서 디지털서비스법을 어길 경우 차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요하네스 바르케 EU 집행위 대변인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관해 논평하기는 이르지만 EU의 규칙이 모든 주요 플랫폼에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서비스법은 모든 주요 플랫폼에 적용된다"며 "이는 공론장에 대한 플랫폼의 영항력이 온라인 기본권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해 민주적으로 승인된 규칙의 대상이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도 트위터가 영국이 새로 도입할 예정인 온라인안전법을 지키지 않을 경우 퇴출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법 또한 소셜미디어가 이용자를 유해한 콘텐츠로부터 보호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위반 시 전세계 매출의 최대 1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가디언>은 정부 대변인이 "트위터와 모든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그들의 사이트에서 위해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해야 한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방지하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새 온라인안전법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영국 이용자를 가진 모든 기술회사들은 우리의 새 법을 준수해야 하며 위반 시 무거운 벌금 및 사이트 차단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도 소셜미디어상 건강 및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고 전했다. 마이크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대응팀장은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번 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을 보면 좋은 정보가 생명을 살리고 나쁜 정보는 누군가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공동체에 정보가 공유되는 방식에 대해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도달하게 되면 막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간 WHO는 감염병 유행과 백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협업해 왔다.

임란 아메드 디지털혐오대응센터 대표는 <가디언>에 "트위터가 아무 규칙도 없이 모든 발언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려 한다면 영국에서 운영하기 매우 어려워질 거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영국과 유럽연합은 이 문제를 다룰 도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유럽연합과 영국의 경고 뒤 트위터에 "자유 발언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극단적인 항체 반응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썼다가 이후 "'자유 발언'에 대해 말할 때, 나는 단지 이것이 법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나는 법을 초월한 검열에 반대한다"며 규정을 지킬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치기도 했다. 머스크는 트윗에서 "만일 사람들이 더 적은 자유 발언을 원한다면, 정부에 이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의 통과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므로 법을 넘어서는 것은 국민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자금으로 주식 담보 대출을 활용하기로 하며 주식 등 미실현 자산 이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소환되고 있다. 그간 머스크 등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실현되지 않은 투자 이익에 대해 세금을 물지 않으면서도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 자산 증식에는 유용하게 활용해 와 비판을 받았다. 엘리자베스 워렌 미국 상원의원은 머스크의 인수를 두고 트위터에 "빅테크에 책임을 묻기 위해 부유세와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말 1억달러(약 12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부유층을 대상으로 주식, 채권과 같은 자산의 미실현 이익을 포함해 최소 20%의 세율의 소득세를 납부하도록 하는 '억만장자 최저 소득세' 법안을 추진 중이다.

FT "계약 파기 수수료 통상의 절반"…테슬라 주가는 폭락

트위터 인수 발표 뒤 머스크가 국내외에서 우려섞인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는 인수 조건 서류를 살핀 결과 거래 취소 시 머스크가 부담할 수수료가 낮은 편이라며 이는 머스크가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 계약을 철회할 수 있음을 뜻한다고 봤다. 매체는 미국 로펌 데처트의 인수합병 전문 변호사 대니얼 루빈을 인용해 머스크 쪽에서 인수 계약을 파기할 경우 지불해야 할 수수료가 총 인수금액 440억달러의 2.27%에 해당하는 10억달러에 불과하며, 이는 일반적인 계약 파기 수수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비율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일반적으로 사모펀드가 계약을 포기할 때 6% 이상의 수수료를 낸다고 설명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관련해 UC버클리 로스쿨의 스티븐 다비도프 솔로몬 교수를 인용해 "매우 전형적인 합병 계약"이라고 평했다.

트위터가 인수 제안 수락을 발표한 26일 테슬라 주가는 나스닥에서 12.2%나 급락했다. <로이터>는 이날 주가 하락으로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1260억달러(약 160조원)나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자금인 440억달러(약 55조원)의 3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이날 주가 하락은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자금을 대기 위해 테슬라 주식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 및 머스크가 트위터에 집중할 경우 테슬라 경영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앞서 트위터 인수 자금 조달 계획을 제출하며 당시 추정한 총 인수 자금인 465억달러(약 58조원) 중 255억달러(약 32조원)는 대출로 조달하겠다고 했지만 나머지 210억달러(약 26조원) 조달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여기에 금리 인상과 점증하는 경기 침체 전망, 대형기술주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 등도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상장돼 있는 나스닥 지수는 이날 4% 하락했다.

<뉴욕타임스>는 트위터가 머스크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알려진 뒤 벌써 극우 성향 트위터 이용자들이 성소수자 공동체에 대한 비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의구심, 2020년 미국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게시글 등을 올리며 트위터의 규제를 시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한 극우 성향 팟캐스트 운영자가 "2020년 대선은 명백히 조작됐다"는 게시글을 트위터에 올렸고 음모론자로 유명한 공화당 의원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은 트럼프를 포함해 여러 차단된 계정을 복구해달라는 트윗을 게시하기도 했다.

▲트위터 로고와 트위터 인수를 밝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계정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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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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