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자금계획 밝힌 머스크…트위터에 트럼프 돌아올까

성공땐 혐오·선동 걸러내는 정책 폐기 우려…트위터, 포이즌필로 방어 계획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자금 조달 방안을 밝히며 인수 계획을 현실화했다. 트위터가 지난주 경영권 방어 수단인 포이즌필 발동 계획을 발표하며 인수 저지를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트위터의 허위정보 및 혐오 표현 제재에 불만을 품고 있는 머스크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관련 정책이 크게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소셜미디어(SNS) 트위터를 인수하기 위한 465억달러(약 57조원)에 이르는 자금 조달 방안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20일 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테슬라 주식 담보 대출 125억달러(약 15조원)를 포함해 인수자금의 절반이 넘는 255억달러(약 31조원)를 대출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나머지 210억달러(약 26조원)는 자기자본조달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자금 출처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지난 13일 머스크는 주당 54.2달러(약 6만7000원)에 트위터 지분을 매수해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밝혔으나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제안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위터 주가는 현재 47.05달러지만 최근 1년 최고가는 주당 70달러를 넘어서 입찰 제안 금액도 다소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가가 머스크의 제안 금액에 못 미치는 점은 투자자들이 그의 매수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여 단숨에 지분 9%를 보유한 최대 개인 투자자가 됐다.

트위터는 지난주 머스크의 인수 계획이 알려진 뒤 이사회의 승인 없이 지분을 15% 이상 취득하면 다른 주주들이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경영권 방어수단 포이즌필(poison pill)을 시행할 계획을 발표했다. 포이즌필 시행에는 여러 방식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싼값의 신주가 발행되기 때문에 적대적 인수자에게 재정적 타격을 입히는 데 더해 지분율 자체를 희석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앞서 2012년 넷플릭스도 이를 통해 적대적 인수에 저항한 바 있다.

머스크는 자신을 적대적 인수자로 보는 이사회를 등지고 다른 주주들과 접촉해 이들의 보유 주식을 장외매입하는 주식공개매수(텐더 오퍼·Tender Offer)를 시도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증권거래소 신고서에 주식공개매수를 시작할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보고했지만 16일 트위터에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 제목인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 라는 게시글을 올리는 등으로 공개매수를 암시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머스크 대신 트위터를 인수할 '백기사'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거의 모든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이 머스크의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일단 표면적으로 머스크의 경쟁 입찰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2018년 테슬라의 상장폐지를 검토 중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SEC의 제재를 받은 것을 포함해 그간 머스크가 보여온 다소 신뢰가 결여된 행보, 포이즌필 발동 계획까지 동원한 트위터 쪽의 강력한 저항을 볼 때 인수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경우 최근 수 년 간 소셜미디어 생태계에서 허위정보와 선동 등을 걸러내기 위해 애썼던 규제당국과 업체들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이미 머스크가 트위터 주식을 대량 매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주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계획을 밝힌 뒤 테드(TED) 강연에서 "그곳에 표현의 자유가 있는지에 대한 좋은 신호는,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말을 하도록 허용되어 있는지 여부"라며 삭제와 영구 정지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트위터는 대선 결과가 날조됐다고 주장하며 미 의회의사당 난입을 선동한 혐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한 바 있다.

머스크가 주장하는 트위터에서의 표현의 자유 증진은 지난해 미 의사당 습격사건을 비롯해 선동·허위정보·소수자 혐오 등의 콘텐츠 노출을 막는 정책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해당 정보들의 확산이 소수자 혐오와 같은 사회문제에 악영항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나아가 정치적으로 미얀마 군부의 소수민족 로힝야 탄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제로 활용되고 타국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은밀한 시도로까지 이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드러났다. 유럽연합(EU) 국가 등은 소셜미디어에 허위정보 등의 콘텐츠를 삭제할 책임을 부여하고 있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도 해당 콘텐츠 노출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공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거나 이사회에서 지배적인 목소리를 내게 된다면 트위터의 허위정보 등의 콘텐츠 제한 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누팜 챈더 조지타운대 글로벌인터넷규제 분야 교수가 전통적인 언론사는 오랫동안 편집권 독립을 위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지만 "일론 머스크 혹은 다른 억만장자들이 이 거대한 플랫폼에 대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경우 광고가 아닌 구독료를 기반으로 트위터를 운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만일 트위터가 혐오 표현이나 허위 정보 노출에 대한 제한을 없앤다면 광고 수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광고그룹인 그룹엠(M)의 브라이언 위저 비즈니스인텔리전스 글로벌 사장은 "큰 광고주들은 유해한 환경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해당 접근 방식이 회사의 수익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전했다.

▲지난 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한 트위터 사용자가 트위터 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머스크의 사진 앞에서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을 스마트폰에 띄워 놓은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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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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