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캐만 퇴장…G20 재무장관회의 '러시아 보이콧' 온도차

독일·이탈리아도 자리 지켜…'대국' 러시아와 관계 맺기 두고 국제사회 '균열'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 대표 발언 때 미국·영국·캐나다 대표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다수국 대표들은 자리를 지켰고 러시아 제재에 동참 중인 유럽연합(EU) 회원국 독일과 이탈리아 대표도 퇴장하지 않았다. 군사 및 자원 부국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놓고 국제사회의 균열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2022년 제2차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영국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잉글랜드(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재무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일부 서방국가 참석자들은 러시아 참석자 발언 때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영국 재무부 대변인은 "미국, 캐나다, 영국 대표들이 러시아 대표 발언에 따라 자리를 떴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또 프랑스를 포함해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한 일부국 재무장관들이 러시아 발언 때 화면을 끄는 방식으로 보이콧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프리랜드는 소셜미디어(SNS)에 회의에서 퇴장한 일부 국가 대표들의 사진을 올리며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러시아의 침략과 전쟁 범죄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캐나다와 우리의 많은 민주주의 동료들은 러시아가 끼어들려 할 때 G20 회의를 떠났다"고 썼다. 그는 "러시아의 불법적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 경제에 큰 위협"이라며 "러시아는 이런 회의에 참석하거나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옐런이 이미 이달 초 러시아가 G20의 주요 경제 포럼에서 추방돼야 하고 러시아 관료들이 회의에 참석할 경우 불참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음에도,이날 회의엔 티무르 막시모프 러시아 재무부 차관이 직접 참석했고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도 화상으로 참여했다. 실루아노프는 회원국들에게 G20 회의는 항상 경제에 초점을 맞춰 왔다며 대화를 정치화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회의엔 G20 회원국이 아닌 세르히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재무장관도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금융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마르첸코는 러시아가 세계경제의 질병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영국·캐나다 대표들은 러시아 대표 발언 때 퇴장했지만 다른 회원국들은 대체로 자리를 지키며 온도차를 드러냈다. 중국 외교부는 G20 회의에 러시아 참석자를 배제해야 한다는 지적에 러시아는 "중요한 회원국"이며 "어떤 회원국도 다른 회원국을 탈퇴시킬 권리는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올해 의장국인 인도네시아 쪽도 "모든 회원국을 초청하는 것이 의장국의 의무"라며 러시아를 배제하는 것을 꺼렸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인도 대표도 자리를 지킨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 대표로 참석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퇴장하지 않았다. 한국 기획재정부는 21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총 4개 세션으로 구성된 이날 회의에서 "1세션 러시아 발언시 일부 국가는 일시 퇴장하였으나 다수국은 이석없이 회의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및 아프리카 국가들 뿐 아니라 미국과 함께 러시아 제재에 나서고 있는 유럽연합(EU) 국가 대표 일부도 퇴장을 삼갔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EU의 러시아 석유 및 천연가스(LNG) 금수 제재 논의에 적극 동조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독일의 크리스티앙 린드너 재무장관은 다른 서방 관료들이 회의장을 나갈 때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독일매체 <벨트>가 보도했다. 다만 린드너는 회의에 앞서 "러시아가 거짓과 선동을 퍼뜨리는 무대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해 의장국을 맡았던 이탈리아도 전년·당해년도·내년 의장국인 트로이카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자리를 지켰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 퇴장이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는 주요국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는 핵무기를 보유한 군사 대국이고 세계에서 가장 큰 천연가스 및 석유 매장국 중 하나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중요한 나라"라며 "G20엔 현재 회원국을 탈퇴시키는 절차가 없고 만일 러시아를 탈퇴시키려고 시도하더라도 많은 비서구 회원국들이 반대할 것"이라고 썼다.

매체는 이번 사건이 "세계지도자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직면에 겪고 있는 혼란을 반영한다"며 "러시아를 국제사회에서 배척할 것인지,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커져가는 국제사회의 균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2022년 제2차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해 러시아 대표 발언 때 회의장에서 퇴장한 주요국 대표들. ⓒ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재무장관 트위터 갈무리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김효진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