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자 관점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에 반대한다"

[이은의 변호사의 예민한 상담소]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사건 변호사가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이유

더불어민주당이 '4월 임시국회 처리' 방침을 굽히지 않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는 일로 법조계 안팎이 뜨겁다. 한국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나 막대한 권력화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변호사들은 별로 없다. 하지만 민주당이 현재 내세운 검수완박은 이에 대한 답이 되기 어렵다. 범죄 수사와 처벌, 예방 등 국민을 위한 합리적인 국가사법권 발동을 위해 검토된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입법자들 입장에서 자신들을 위협할 수 있는 칼을 제거하는데 방점이 실렸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은 필요하지만 검찰개혁이 국민 안위에 앞설 수 없다.

▲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4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문제를 범죄 피해를 입게 된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신고나 고소를 한 후 사건에 대해 경찰이나 검찰이 모두 수사하고 검토하는 구조였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나 이에 대한 판단이 같은 경우도 있지만,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해도 검찰이 불기소하거나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해도 검찰이 기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는 검찰이 최종 불기소를 하면 1차적으로 고등검찰청에 항고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원에 재정 신청을 할 수 있다. 즉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처음 수사 기관에서 기소 결정을 받지 못하여 불복하는 일이 거듭될수록 억울함을 소명 받을 확률이 현저히 줄어들긴 하더라도, 경찰에서든 검찰에서든 수사가 충실하게만 되어있다면 법원에서 구제받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그러니 경찰과 검찰 중 한 곳이 다소 미덥지 못하거나 수사 기관 간에 의견이 엇갈리더라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수사에 있어 제 기능을 한 곳이 하나라도 있는 것이 가장 필요다. 그런데 현재의 검수완박은 이러한 수사의 이중 구조를 없애는 것이다. 경찰이야 권한이 커져 좋고 검찰이야 당장은 권한이 줄겠지만 일을 덜 하게 되니 궁극적으로야 나쁘기만 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수사의 이중 구조를 없앤 상황이 범죄 피해를 입은 국민의 입장에서도 그럴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모든 범죄 피해자들이 변호사를 선임해 고소를 진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경찰이 불송치를 하는 경우 이의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의 신청은 의무가 아니다. 로펌이나 법률사무소마다 각기 불송치 된 사건에 대하여 이의제기를 하는 것까지를 수사 단계 업무로 보는 곳도 있겠지만 아닌 곳도 있다. 고소 대리를 맡은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일괄적으로 이의신청 절차까지를 변호사의 의무라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 불송치 결정은 사건을 수사한 기관에서 범죄 인정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고, 이의 신청은 검찰에 사건을 경찰의 판단이 옳지 않으니 다시 살펴봐달라는 서면을 다시 제출하는 것이다. 결국 2021년 검경 수사권 분리 전이나 다름없이 경찰에서 수사한 사건을 검찰에서 최종 판단해달라는 것인데, 전에는 피해자 측에서 하지 않아도 되었던 번거로운 절차가 생긴 것이다. 그러니 검경 수사권 분리로 이제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을 하면 이의신청은 피해자에게는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변호사들의 입장에서도 의뢰인의 선택의 문제니 이에 대한 업무를 분리시켜 비용을 따로 받을 것인가도 선택의 문제가 된다. 거기에 더해 이제 수사권을 경찰에 일임하는 것이니, 사건을 불송치했던 경찰이 검사의 수사 보완 요청에 얼마나 충실히 따라줄지 의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부담과 불안은 결국 피해자의 몫이 된다. 결국 자기 변호사가 있는 피해자와 그렇지 못한 피해자, 이의 신청까지의 절차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피해자와 그렇지 못한 피해자의 권리 실현에 차이가 생긴다. (검수완박의 시대에 변호사의 의무 범위와 당사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의 문제는 피해자만이 아니라 피의자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온당한가?

한편 2020년 12월 자치경찰제를 포함한 경찰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와 의회에 대한 감시나 제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나타나는 여러 폐단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치경찰제 시행은 지역에서 힘이 있는 사람에게 범죄 피해를 입은 이들의 어깨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얹힌 상황이다. 게다가 현재 경찰이 가진 수사 능력과 별개로 수사 결과에 대하여 법리를 제대로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균질하게 갖췄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오롯이 수사권을 가진 경찰에서 수사하고 불송치 결정을 한 경우, 검찰에 이의 신청을 하는 것도 피해자의 부담이지만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하는 수준으로 제대로 된 수사 결과를 제때 받아볼 수 없는 상황도 피해자의 부담이 된다.

이처럼 피해자가 어깨에 짊어질 부담은 아동학대, 노인학대, 장애인학대,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성폭력 등 힘의 불균형에 기반하여 일어나고 시대의 변화 속에 발맞춰 인권 감수성을 견지하고 수사와 판단을 해야 하는 사건에서 더 클 수밖에 없고, 지역으로 갈수록 묻히기 쉽다. 아동·노인·장애인·여성 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입장을 주로 대리해온 변호사들이 그간 검찰에 대해 사뭇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해왔던 것과 달리 오히려 제일 선두에 나서 현재 민주당의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이유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검수완박이 더욱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들이 급박하게 처리하려는 법안이 이와 같은 문제점들과 국민들에게 얹혀진 부담을 충분히 검토하여 만들지 않았다는 데 있다. 국민의힘이 대선 과정에서 젠더 이슈에 대한 왜곡 발언이 상당했는데도 젊은 여성들의 40% 이상이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이러한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 검찰개혁은 시급한 사안이지만, 국민의 이익과 무관한 변화는 개혁이 아니다.

*'이은의 변호사의 예민한 상담소'는 '성폭력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은의 변호사가 직접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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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의

이은의 변호사(ppjasmine@nate.com)는 이은의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위 글의 내용에 대한 추가적인 문의 사항이나 법률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메일이나 아래 전화로 연락을 주십시오. (평일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 02-597-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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