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 위협 시달리는 우크라 난민 여성…"독신 남성 집에 난민 배정 말라"

난민 90%는 여성과 어린이…돌봄과 생계 이중고 겪기도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인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피신한 나라에서도 성착취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를 동반한 여성의 경우 생계와 돌봄 노동을 병행하기 어려워 이중고를 겪는다는 보도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각)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영국 정부에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영국 개인집에 머물도록 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한 집' 정책 시행 때 여성과 아이들을 독신 남성집에 배정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에 대한 성착취 가능성이 대두돼서다.

영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난민 보호를 위해 지난달 18일 시행한 이 정책은 신청 첫 날 자신의 집을 피난민을 위해 제공하거나 공유하고 싶다는 영국 거주자가 10만 명이나 몰릴 만큼 관심을 모았다. 난민과 영국 거주자 모두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신청 뒤 배정을 기다릴 수도 있지만, 특정 난민을 지정해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집을 제공하고자 하는 이들과 난민들이 미리 의사를 타진하기도 한다.

영국 언론들은 이 과정에서 난민 여성들에 대한 성착취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32살 우크라이나 난민 여성이 영국에서 머물 집을 찾으며 남성들로부터 "침실을 공유하자"는 등 수많은 외설적인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타임스>는 자사 기자가 피난처를 찾는 22살 우크라이나 여성 난민으로 가장해 페이스북 페이지에 사연을 올렸을 때 단 몇 분 만에 수많은 부적절한 메시지가 날아왔다고 보도했다. 어떤 남성들은 침실이 하나 뿐인 집에 살면서 자기 집에 침실이 여러 개라고 거짓말을 했고 "침대가 크니 같이 자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었다.

유엔난민기구는 이 정책의 첫 단계에서 난민과 영국인들이 당국의 규제를 벗어난 소셜미디어나 다른 수단을 통해 접촉하게 되는 것에 대해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후원자(주택 제공자)로부터 위험을 느끼고 있다는 보고가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구는 "여성과 아이를 동반한 여성은 독신 남성보다 가족이나 커플이 사는 집에 배정되도록 보장함으로써 더 적절한 절차가 마련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적절한 감독 없는 배정은 난민 여성들이 이미 겪은 실향·가족과의 이별·폭력 트라우마에 더한 또 다른 위험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했다.

아이를 동반한 여성 난민의 경우 돌봄 부담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우크라이나 정부가 18~60살 남성은 징병을 이유로 출국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난민 대부분이 여성과 아이를 동반한 여성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난민 위기는 곧 여성의 위기"라고 썼다. 매체는 465만명에 이르는 국외 도피한 우크라이나인 중 절반 이상인 267만명을 받아들인 폴란드 시민들이 전쟁이 길어지며 이제 난민들에게 언제 떠날 건지 묻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난민들이 곧 집세도 내야 할 것 같은데 아이를 데려온 여성들의 경우 돌봄 부담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어 곤란한 처지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그러나 폴란드 정부가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원을 늘릴 경우 가족 친화 정책이 적은 것으로 평가 받는 이 나라에서 정부가 자국민들의 정치적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90%가 여성과 어린이인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인신매매 위협에도 시달리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13일 난민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존재가 국제적 찬사를 받았지만 이들에 대한 등록과 감시 시스템이 없어 인신매매범들과 범죄 조직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기구는 12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난민 위기는 여성과 어린이의 보호에 대한 위기"라며 "무료 교통수단 제공·숙박·고용 등 여러 지원책을 미끼로 난민들을 노리는 범죄조직과 착취자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나라 밖에서의 위협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로 되돌아가는 난민도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나라 밖으로 도피했던 87만명 이상의 국민이 우크라이나로 귀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4일(현지시각) 폴란드 국경지대 메디카에서 우크라이나 난민 여성이 10개월 된 자녀를 안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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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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