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멤버 인도는 왜 우크라 편에 서지 않을까?

유엔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기권'표 던진 인도…미·러시아 '신경전'

한국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6일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가졌다. 다음 날(17일)에는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 호주와 인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표적인 반(反)중국 연합전선인 '쿼드'(Quad, 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가입국이다.

윤 당선인이 연이어 쿼드 가입국 정상들과 전화 통화를 한 이유는 그가 '점진적 쿼드 가입'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쿼드' 가입을 거부해왔지만, 국민의 힘은 이런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 대해 '친중 반미'라고 비판해왔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 ⓒAP=연합뉴스

'쿼드' 멤버인 인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회색 지대’에 머무르고 있어 미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인도는 지난 2일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진 데 이어 최근 러시아산 원유까지 수입했다. 

유엔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은 141개국이 찬성, 35개국이 기권, 5개국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자국 영토를 공격당한 것도 아닌데 갈등 당사국이 상대국가의 영토를 전면 침공한 일은 어떤 명분을 내세운다고 해도 정당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수의 국가가 결의안에 찬성했다. 그런데도 ‘쿼드’ 일원이자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민주주의 국가 인도는 중국과 함께 '기권'표를 던졌다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에 맞서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민주주의 국가들의 ‘단결’을 강조하며 연일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번 사태를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주의 연합세력의 힘을 과시하는 시험대로 보는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 인도의 태도는 매우 문제적이다. 이는 쿼드의 미래에 좋지 않을 징조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인도는 왜 미국과 유럽에 동조하지 않고 사실상 러시아에 더 가까운 지대에 머물러 있을까? 철저히 자국의 이익 때문이다. 러시아는 아시아 대륙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 거래상이다. <슬레이트>는 30일(현지시간) “현재 인도 국방 무기고의 60%가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것”이라며 “인도는 러시아의 군사 장비에 매우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최근 들어 러시아산 무기 수입을 줄이고 있지만 ‘비용’ 때문에 여전히 러시아에 무기를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미국의 군사 시스템은 러시아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당장 러시아에 대한 의존을 끊을 수 없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것은 인도가 러시아 무기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아시아에서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된다는 사실이다. 인도의 군사력은 파키스탄, 중국과 긴장 관계 때문에 요구되는 것이며, 이는 쿼드 국가들과 같은 동맹국에게 이익이 된다.

인도는 무기 이외에도 석유, 비료 등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으며, 의약품을 러시아로 수출하고 있다.

14억 명의 인구를 가졌을 뿐아니라 주변 국가에도 큰 영향력을 가진 인도가 어느 편에 서는 지는 미국과 러시아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다.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는 앞다퉈 인도에 고위급 외교 관료를 보내며 적극 '구애'를 펼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31일 달라프 싱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인도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회담을 가진다고 밝혔다.

이에 질세라 러시아도 4월 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뉴델리에서 인도 정부 관계자를 만날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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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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