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어떤 모습일까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윤석열 인수위, 복지 정책 방향 제대로 잡아야"

최근 찾아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어르신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어 기쁘다고도 했다.

'윤석열 시대'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설지 마음이 복잡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 월 소득 200만 원 미만 유권자 10명 중 6명이 윤석열 후보를 뽑았다는 사실만큼은 허투루 볼 수 없었다. 분명한 점은 민생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 세력은 언제든 교체된다는 사실이다.

민심은 천심이다. 민주주의는 끝없이 승자와 패자를 뒤집어엎는다. 승리에 도취하여 자만한다면, 민심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윤석열 당선인은 임기 시작과 동시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기득권 양당체제의 구조적 모순 속에서 후보와 소속 정당의 실력만으로 당선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엄중히 새겨두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간사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전 없는 복지공약, 전면 재검토하라

윤석열 당선인의 복지공약에는 복지국가에 대한 비전이 없다. 최악의 상황에 내몰린 사람만 돕겠다는 잔여주의 복지 노선만 강화될까 우려된다. 과거에는 설사 보수정부라고 할지라도 국정운영에 있어서 복지에 대한 비전은 존재했다. 박근혜 정부는 '한국형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2010년 무상급식 논란 후 복지국가의 방향은 어떤 정부가 집권하든 거스를 수 없는 국정운영의 한 축이었다. 정권을 구성하는 인수위원회 시기가 윤석열 정부의 복지국가 비전을 만들고 선언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내세웠던 복지공약을 전면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윤석열 인수위원회에 복지공약 보완을 요구하며 다음을 제안한다.

부동산 폭등은 문재인 정부의 정권 재창출을 가로막은 가장 큰 실책이다.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와 서민의 주거권 보장이 차기 정부에 요구되는 첫 번째 과제다. 단순한 공급 정책으로 부동산 문제에 접근해서는 폭등한 집값을 잡을 수도 없을뿐더러,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부동산 세제를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인는 보유세, 양도세, 취득세 모든 영역에서 대대적인 감세를 공약했다. '부동산 폭등' 시즌 2가 예견되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세입자 주거권의 상징적 정책인 임대차 계약갱신권조차 흔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실패를 노정한 부동산 실책을 반복하려는 윤석열 당선인에게 강한 우려를 표한다.

'병원비백만원상한제' 도입을 결단하라. 필수의료 국가 책임제를 약속하는 등 코로나 이후 공공의료 체계 개편에 대한 국가 역할을 고민한 흔적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중증 희귀질환 치료제나 대체의약품 없는 고가 치료약 건강보험 등재 단축과 상병수당 도입, 간병비 부담 완화,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 등도 환영한다. 하지만 구체성이 부족하다. 이와 달리 제약 바이오헬스 한류시대를 열겠다는 등 공공의료에서의 국가 역할을 강화하기보다 민간 의료시장의 육성에 초점이 맞추고 있는 공약은 의료민영화의 방향이 아닌지 우려된다. '문재인 케어'가 전 국민의 의료 보장성 확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음을 반면교사로 삼고, 전 국민 의료비 걱정이 없도록 연간 병원비백만원상한제 도입을 제안한다.

혁신적 소득보장과 조세 방안 제시하라

윤석열 당선인은 기초연금 40만 원 인상과 국민연금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세대 간 불공정성을 해소하고,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며, 적절한 소득보장의 방책이 될 수 있도록,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조속히 출범하여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라. 정부의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소득보장의 기반이 될 '다층연금체계' 도입을 촉구한다.

나아가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게 10만 원을 추가급여 하는 방식을 공약했다. 하지만 현행 기초연금의 문제는 역진적 격차 발생이다. 추가 급여를 지급하더라도 빈곤노인의 가처분소득 자체가 크게 늘지 않는다. 생계급여 이상의 기초연금은 줬다 뺏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급비를 줬다가 기초연금에서 빼앗는 부분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기초연금의 일정 비율'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보완해야 한다. 현재 생계급여 소득인정액 계산에서 근로소득이 30% 공제되는 기준을 따라 기초연금도 30% 공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드러낸 것은 한국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 구조와 소득 불평등 양상이다. 불안정한 노동의 양태와 높은 중소상공인 비율이 한국 사회 소득보장 구조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본소득을, 국민의힘은 안심소득 등 각자의 대안으로서 소득보장 방책을 내었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그 가치에 비해 국민의 소득보장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안심소득은 소득보장의 최저수준만 포괄한다는 데 한계가 있다. '복지확장형 음의소득세'를 적극 검토해 '빈곤 제로'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복지정책들을 아우르기 위한 마지막 과제로써 현실적인 조세방안과 공약가계부를 요구한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고 집행할 것인지에 대하여 제대로 된 설명도 없고 언급도 없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기존에 있는 세금까지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식양도세 폐지까지 내걸면서 자산양극화 시대에 조세정의를 더욱 허물어트리고 있다. 오직 집권을 위해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내건 것이 아니라면,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원회는 국정운영에 필요한 재정세입계획을 정확히 추산하여 국민 앞에 내보여야 할 것이다.

성평등과 돌봄 없는 복지국가는 없다

'성차별의 극복'과 '돌봄 가치의 재평가'는 오늘날 복지국가 비전이 지녀야 할 중요한 가치다. 가족주의 복지 모델과 복지서비스의 단순한 양적 확장으로는 현대 사회의 다종다양한 복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더욱 논의되고, 더 세밀하게 보완되어야 할 성평등과 돌봄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뤄야 할 상황이다. 여성가족부를 해체하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굳은 입장에 깊은 우려를 전한다. 여성가족부 폐지가 아니라 강화가 필요하다. 이로써 복지국가 비전의 다양한 층위를 공유하며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의 각 부처가 유기적으로 협업하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혐오에 기반하여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려는 시도를 당장 멈추고, 방향 제대로 잡기를 바란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문재인 정부가 촛불항쟁이라는 대의와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나름의 비전에도 불구하고 소외된 사람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어떠했는가? 최근 찾아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어르신은 당뇨, 고지혈증 체크를 위한 혈당체크기 용품을 구입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셨다. 혈당 체크용 바늘은 일회용품을 이지만, 비급여이기 때문에 감염을 무릎 쓰고 두 번 이상 사용하셨다. 수급자 어르신은 이재명 후보가 내건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을 보고서 어떠한 마음이셨을까. 복지국가를 간절히 염원하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더 큰 박탈감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보수정부 집권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양극화와 폭력적인 경쟁이 더욱 악화될까 두렵다. 겨우 수면 위로 올라온 성차별 문제가 은폐되고, 돌봄국가를 향해가는 노정이 더디어질까 두렵다. 가난하고 소외된 인민을 위한 정책, 모든 종류의 차별에 반대하고,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돌봄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신발 끈을 더욱 단단하게 동여매겠다는 다짐을 한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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